사라질까 두려운 어머니와의 추억들

하쉬드 벤진 · 에세이
1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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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93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15년 동안 함께 살며 어머니를 돌본 아들이 어머니와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일자무식이지만 교양있는 성품을 지닌, 가난하지만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은, 슬픔의 무게도 일상의 작은 즐거움으로 나눌 줄 아신 어머니. 아들은 이제야 알게 된 어머니의 꿈과 기쁨과 슬픔을 애잔하면서도 유쾌한 글로 우리에게 전해 준다. 벨기에의 한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결혼도 못 해본 아들은 쇠약해진 어머니를 돌보며 힘든 내색은커녕 그럴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여긴다. 어머니는 발자크의 소설 <나귀 가죽>을 매우 좋아하고, 아들은 그 책을 어머니께 읽어 드리며 함께 웃고 우는 모습에서는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하는 삶’의 새로운 전형을 보는 듯하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의 소중한 추억들에 환한 빛을 쏘여준 저자의 투명한 마음이 따뜻하게 와닿는다.

<그부호> 웨스 앤더슨 감독

비주얼 마스터의 독보적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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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역자

출판사 제공 책 소개

“발자크 소설 좀 읽어주겠니?” 삶과 그 부침에 지치고 패인 어머니. 그런 모친이 깰 때를 대비하여 손에 책을 쥔 채 대기하는 아들.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어머니와 문학 교수인 아들이 웃고 웃으며 함께 산 지 15년. 사라질까 두려운, 그 켜켜이 쌓인 건강한 추억들. “저의 어머니가 훌륭한 어머니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단지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했던 어머니였는지도 모르지요. (…)제가 아는 건 단지 그분이 저의 어머니라는 겁니다. 그리고 이번 생에서 제가 누린 가장 큰 호사는 어머니를 사랑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93세로 생을 마감한 어머니를 15년 동안 돌봐온 아들이 자신의 어린 시절과 어머니의 삶을 이야기한다. 모로코에서 태어나 벨기에에 이민한 부모님. 일찍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서 온갖 허드렛일을 하며 다섯 아들을 키워낸 어머니. 글을 읽을 줄 모르지만, 아들이 읽어주는 발자크의 소설을 평생 가장 좋아했던 어머니. 그 어머니의 꿈과 슬픔과 기쁨을 헤아리며 쓴 이 책은 애잔하면서도 유쾌하다. 저자는 벨기에 루뱅카톨릭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교수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15년 전에 어머니가 쇠약해지자 형제들 중 유일하게 미혼이었던 자신이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어머니 집으로 들어왔고, 그때부터 어머니와 함께한 15년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아들에게 신체를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된 어머니와 대학에서 강의하는 시간만 빼고 나머지는 전부 어머니에게 쏟아부은 아들. 어머니를 돌보느라 더더욱 쉰넷이 되도록 결혼 한 번 못해본 아들은 그 15년의 세월을 어머니를 오롯이 사랑할 수 있었던 호사의 시간이라고 말한다. ‘어머니’라는 단어가 지닌 기본적인 애틋함과 더불어 특히 투병 중인 어머니를 돌본 이야기는 자칫 슬픔의 감정을 자아내기 쉽지만, 저자는 어머니와의 추억을 시종 유쾌하게 들려준다. 어머니를 돌본 그 세월 동안 힘들었거나 어려웠던 점은 언급조차 없다. 장성한 아들이 혼자서 어머니를 마지막까지 15년 동안이나 모시는 동안 힘든 일들이 왜 없었을까마는, 책을 다 읽고 나면 어머니와의 소중한 추억들이 사라질까 안타까워하는 아들의 마음이 절절히 와닿는다. 저자는 위로 넷이나 되는 형들보다는 자신이 그 임무를 더 잘할 것으로 생각했고, 어느 날 예기치 않게 어머니의 몸 아랫부분까지 닦아드리게 됐을 때는 그럴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그리고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발자크의 소설을 수백 번 읽어 드렸어도 매번 새로웠다고 말한다. 부모와 자식 간에 내리사랑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게, 아이로 태어나 아이로 돌아가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하면 병약한 어머니를 돌보는 것 또한 같은 뿌리의 사랑이라는 게 느껴진다. 이 아들에게는 사라질까 두려운 어머니와의 추억들이 차고 넘쳐 보인다. 어머니를 떠나보낸 사람이라면 그 추억들이 ‘사라질까 두려운’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리라. 추억은 사진으로도 다 붙잡아 둘 수 없고, 기억은 더욱 유한한 것이라 우리는 그것이 언제 사라졌는지도 알지 못하니 말이다. 벨기에에 정착했으나 프랑스어를 할 줄 모르는 어머니가 병원이건 관공서건 어디서든 늘 “네”라는 대답만 해서 온 가족이 낭패를 당한 이야기, 간신히 조금 익힌 프랑스어를 아무 때나 이상하게 써 대는 어머니 때문에 온 가족이 배꼽이 빠지게 웃었던 일들, 삶과 그 부침에 지치고 꺾인 일상에서도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가 TV에 나오면 신나게 따라 부르던 어머니의 모습, 어느 날 형제들이 돈을 모아 어머니의 우상인 사샤 디스텔의 콘서트 표를 사드렸고 그 공연장에서 어쩌다 무대에까지 오르게 되어 평생 간직할 추억을 만드신 일, 밤새 털로 짜주신 수영복이 바닷물에서 놀다 나올 때 무릎까지 쑥 내려가 버린 바람에 친구들의 야유를 받은 일… 등에서는 화목한 가정의 작은 즐거움이 반짝거린다. “부모에게 감사하는 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지만, 내가 부모가 됐을 때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은 아이가 절대로 부모한테 뭔가 빚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만드는 거예요. 아이들은 자유로워야 해요.” 아들은 학교라고는 다녀본 적 없는 어머니가 어디서 이렇게 고차원적인 철학을 얻으셨을까, 놀랍기만 하다. 이민자 가정에 대한 차별적 분위기 속에 일찍 과부가 된 어머니의 일상은 굴욕적인 순간들로 가득 차 있어도, 어머니는 그 누구에게도 불평하지 않고 자신의 방식으로 아들들을 키운다. 아들들은 어머니의 문맹이 부끄럽고 어머니의 도무지 개선되지 않는 이상한 억양에서 어쩔 수 없이 무식한 이민자라는 처지가 드러나는 것이 싫지만, 어머니의 밝은 천성과 무한한 헌신은 가족을 하나로 단단히 묶는다. 한창 자라는 아이들이 어쩌다 나쁜 습관을 배운 듯하면 엄하게 꾸짖고, 결코 아무 노래나 따라 부르지 않는 어머니의 단정함에서 아들들은 어머니의 ‘낡아빠진’ 교양을 자연스레 계승한다. “우리가 어릴 때는 엄마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자식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달래기 위해 돈벌이를 하느라 건강이 쇠해가는 엄마의 모습을 보게 되지만 그렇게 가슴이 먹먹해지지는 않지요. 청소를 하거나 설거지를 하는 걸 부당하게 여겨서가 아니에요. 단지 그런 생각 자체를 아예 하지 못하는 겁니다. 무릇 어머니란 자식을 위해 희생하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말이지요. 쇠꼬챙이처럼 말라비틀어지는 것을 무릅쓰고라도 말입니다.” 수줍음을 잘 타는 어머니의 밝고 정직하고 강한 성품이, 영리하고 따듯하고 맑은 아들의 글을 타고 우리 마음에 깊은 감동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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