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 아편에 물들지 않은 이유!
어느 아편쟁이가 회고하는 조선의 ‘아편전쟁’
19세기 말~20세기 초 조선의 끝자락
기회의 땅 인천에서 인생 역전을 꿈꾼 사내들이
아편을 둘러싸고 벌이는 우정과 배신, 성공과 타락의 드라마
▶근대인의 어두운 탄생을 누아르에 담아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장원석(영화 「끝까지 간다」「의형제」「최종병기 활」 제작자)
▶숨 막히는 스릴러면서 우정과 사랑의 드라마인 동시에 지금껏 보지 못한 한국형 누아르.
-김도수(쇼박스 한국영화 제작투자 본부장)
■무블 세 번째 스토리
소설가 김탁환과 기획자 이원태가 결성한 창작 집단 ‘원탁’의 세 번째 장편소설 『아편전쟁』이 출간되었다. 『아편전쟁』은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 『조선 마술사』에 이은 무블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다. 무블(movel)은 영화(movie)와 소설(novel)을 합한 조어로 영화 같은 소설, 소설 같은 영화를 모토로 이야기의 변화무쌍을 지향하는 시리즈. 출간 전에 이미 영화 제작이 확정된 것들로만 꾸려지는 ‘원작 소설’ 시리즈이자 매체 간 장벽을 허무는 원천 소스, 즉 콘텐츠로 이루어지는 시리즈이기도 하다. 지난해 고아라, 유승호 주연의 로맨스물로 탄생한 영화 「조선마술사」에 이어 첫 번째 소설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과 이번에 출간된 『아편전쟁』 역시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 은 Cj엔터테인먼트에서, 『아편전쟁』은 쇼박스에서 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편전쟁』 출간과 함께 무블 시리즈 디자인도 새롭게 선보인다. 앞서 출간된 1권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과 2권 『조선 마술사』도 리뉴얼된 표지로 만날 수 있다. 무블 시리즈의 표지 콘셉트는 캐릭터를 형상화하는 인물 컷 중심으로, 소설과 매칭되는 인물을 표현하고 있는 에곤실레 회화로 구현했다. 새로운 표지를 통해 캐릭터와 서사의 힘을 지닌 ‘무블’ 시리즈의 이미지가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될 것이다.
■개화기 범죄 소설
부산 출신의 아편쟁이 아들 최장학, 벌교 출신 입담왕 송상현, 고성 출신 주먹 나용주. 저마다 새로운 인생을 꿈꾸며 인천으로 향하는 증기선에 오른 세 사람은 동갑내기라는 이유만으로 친구가 된다. 증기선이 인천에 도착한 뒤, 그들은 인천 조계지에서 일본 회사 ‘대일 해운’의 하역 노동자 생활을 시작한다. 하역이 손에 익고 세 사람의 우정도 무르익을 때쯤, 최장학은 청나라 기녀에게 첫눈에 반한다. ‘천락원’이라는 주점에서 감당할 수 없는 빚과 아편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는 여자였지만 그녀를 향한 최장학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간다.
한편 ‘대일 해운’이 노동자들에게 약속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자 노동자들은 파업을 감행하고, 그 과정에서 살인사건에 연루된 최장학은 살인 혐의를 받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일본인 사장은 최장학에게 이 일을 덮어 줄 테니 대체 노동자들이 도착할 때까지 한 달 동안 임금 협상이 타결됐다고 거짓 통보하라는 협상을 제안한다. 대체 인력이 도착하면 기존의 노동자들은 무더기로 해고되는 상황. 망설이던 최장학은 청국 기녀를 ‘천락원’에서 빼낼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받는 조건으로 협상에 응함으로써 친구와 동료를 배신한다.
한 달이 지나고 예정대로 하역 대체 노동자들이 도착한 뒤, 협상이 타결됐다는 것이 거짓임을 알게 된 노동자들이 거세게 항의한다. 이 과정에서 세 사람의 우정은 부서지고, 함께할 줄 알았던 이들의 운명도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하는데...… 일본.청.미국.독일.러시아.프랑스까지,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조선 속 외국, 인천 조계를 배경으로 아편을 둘러싼 거대한 범죄가 롤러코스터 같은 운명을 살아내는 두 남자의 이야기와 함께 펼쳐진다.
■상반된 두 명의 캐릭터_최장학 vs 나용주
소설의 중심축을 이루는 캐릭터는 최장학과 나용주다.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이들은 대결적 구도에 있지만 선과 악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나용주는 인생 가장 밑바닥에서 시작해 최고의 자리까지 오르는 인물. 아편을 밀매해 부를 증식하고 아편 밀수 조직 ‘자청방’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우두머리로 성장한다. 한편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화자이자 또 다른 주인공 최장학. 그는 나용주와 달리 카멜레온같이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는 인물이다. 사랑하는 여자에 대한 순정, 친구들을 그리워하는 우정으로 가득 찬 마음 한편에는 이해득실에 따라 움직이는 기회주의적인 면모도 있다. 타고난 명석함으로 빚더미에 오른 아편쟁이 아들에서 왕의 신뢰를 받는 관리로 성장한다. 아편을 증오하면서도 끝내 아편을 거부하지 못하는 모순적인 존재.
■개화기에 대한 역사적 상상력
청나라가 아편으로 몰락해 가고 있을 때 인접해 있던 조선은 제국주의 열강들의 먹잇감이 되어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운명을 맞고 있었다. 그런 태풍의 한가운데에서 조선만이 아편의 바람을 피해 갈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작가들의 상상력은 동서양의 아편전쟁 틈바구니에 있던 조선에 일어났을 법한 스토리를 상상하는 데서 시작됐다. 새로운 문물이 들어와 옛것과 부딪치고 동양인과 서양인이 한데 모여 서로 다른 문화를 공유하며 살아갔던 전무후무한 시절. 아편에 중독되어 스스로를 좀먹는 자들과 그들의 중독을 이용해 부를 증식해 가던 또 다른 무리, 그리고 그 무리를 없애기 위해 사활 건 사람들의 먹고 먹히는 이야기가 조선 말~대한제국의 풍경을 드라마틱하게 재현한다.
■인천 조계에 대한 사실적 묘사
‘개항장’은 동아시아 삼국이 쇄국에서 개국으로 이행하는 과정에 ‘외국인의 거주와 통상을 위해 개방한 항구 내지 일정 지역’을 말한다. 한반도에는 부산이 최초의 개항장으로 지정된 이래 1908년 청진을 마지막으로 모두 10개의 개항장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개항장에는 조약에 따라 거주와 상업을 위한 외국인 전용생활공간인 ‘조계’가 설치되었다.
인천의 경우 조계 인근의 화동 일대는 조선인뿐만 아니라 일본인, 청국인이 함께 모여 사는 대표적인 잡거지였다. 『아편전쟁』에는 호텔, 은행, 각국공원 등 근대의 문물이 가장 먼저 들어온 인천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새로운 문물을 즐기는 호기심 어린 백성들의 모습, 새로운 것과 옛것의 에너지가 부딪치는 낯선 힘이 발생시키는 달뜬 분위기, 근대적 개념의 노동이 출현하던 풍경 등 개화기 조선의 모습은 이 소설을 읽는 재미 중 하나다. 인천 조계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기 위해 작가들의 현상 답사만 수차례. 소설을 통해 독자들은 개화기에 대한 상상력으로 자극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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