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이슬람 문화를 진정 이슬람답게 만들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지은이는 이슬람의 종교를 비롯해 그 실현으로서의 법과 윤리에 대하여 말한다. 나아가 그것들을 지탱하는 기반의 중심에 이를테면 현교적인 것과 밀교적인 것이 서로 싸우고 있음을 인지하여 이슬람 문화의 근원에 다가가고 있다. 칼 포퍼Karl R. Popper는 문화적 틀에 일반적으로 내재하는 거대한 창조적 에너지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다. 어느 하나의 문화적 틀이 그것만으로 독립해서 존재하는 동안에는 이 에너지가 쉽게 밖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그것이 일단 다른 문화적 틀과 격돌할 경우 갑자기 비상한 힘을 발휘하며 분출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다만 이 때 폭발되는 에너지를 참으로 창조적으로 살릴 수 있느냐 없느냐는 오로지 당사자, 즉 접촉 관계에 들어간 두 개의 문화적 틀의 쌍방 혹은 일방의 담당자가 지닌 능력에 달려 있다고 덧붙인다.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전통적 문화 가치 체계가 격돌하여 일어나는 문화적 위기, 그 격동적인 긴박감 속에서 대립하는 두 개의 문화(혹은 그중 하나)는 비로소 자기를 다른 틀의 견지에서 비판적으로 보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거기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관점이 생겨나고 새로운 지적 지평에 대한 전망이 열리며, 그것을 통해 자기를 넘고 상대방을 넘어, 나아가서는 자기와 상대의 대립마저 뛰어넘어 보다 높은 차원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된다. 이른바 한스 가다머Hans G. Gadamer가 말하는 ‘지평융합(Horizontverschmelzung)’이 일어나는 것이다. 최근 다방면에서 화제가 되는 이문화간의 대화 또한, 요컨대 지금 말한 새롭고 차원 높은 문화 구조가 변증법적으로 탄생하는 쪽을 향한 두 개의 다른 문화 틀이 대립하는 과정에서 촉발된 창조성의 문제로 귀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