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엄마를 찾아 나선 소년의 활약상을 그린 명랑 법 스릴러
영미권 최고의 추리문학상인 아서 엘리스 상, 자작나무상 수상작
어느 날 엄마가 실종되었다! 사고인가, 가출인가? 아니면 납치?! 『불량엄마 납치사건』은 열네 살 소년의 엄마 구출 대작전을 그린 명랑 법 스릴러다. 청소년문학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법 스릴러지만, ‘엄마의 실종’이라는 범상치 않은 설정에 실소를 자아내는 해학과 유치하지 않은 가벼움으로 독자를 매료시킨다. 영미권에서 손꼽히는 메이저 추리문학상 중 하나인 아서 엘리스 상(청소년소설 부문)과 자작나무상을 수상했으며,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에드거 앨런 포 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현재 야후자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TV 시리즈로 기획 중이다.
앤디는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는 애를 10대 때 낳아 키워온 미혼모로, 골초에 항상 거친 말을 입에 달고 살며 햄버거를 즐겨 먹는다. 세상에 아들 옆에서 거리낌 없이 담배를 피우고, 영양가 높은 요리를 해주기는커녕 패스트푸드를 가족의 주식으로 삼는 엄마가 어디 있을까. 그런데도 아들이 행여 자기처럼 비행 청소년이 될까 봐 퍼부어대는 잔소리는 또 어찌나 심한지. 아들 시릴이 인정하는 엄마의 장점은 딱 한 가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며 힘없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일한다는 것이다.
그런 ‘불량 엄마’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으니, 시릴은 이제 기뻐해야 할까. 물론 그럴 리가. 그래도 엄마는 엄마니까. 한번 엄마는 영원한 엄마니까.
개성이 강한 앤디와 시릴 모자(母子)가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만으로도 한 편의 흥미진진한 가족소설이 만들어질 법하지만, 작가는 여기에 엄마의 갑작스런 실종이라는 사건을 덧붙여 스릴러로서의 재미를 더한다.
엄마가 뒤늦게 법대를 졸업하고 법률사무소에 취직한 후 두 사람은 비로소 (금전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안정적인 일상생활을 누리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앤디의 옛 남자친구인 바이런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오면서 불행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한다. 바이런이 혹시 아빠일지 모른다고 생각한 시릴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미행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고, 그로부터 얼마 후 엄마가 의문투성이의 음성 메시지를 자동응답기에 남긴 채 사라지면서 극적 긴장감이 절정에 이른다. 이제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음모 앞에 홀로 내동댕이쳐진 시릴. 그는 과연 무엇으로부터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할까?
시릴이 혼자 힘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데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것은 변호사인 엄마로부터 자연스레 배운 법률 지식이다. 금반언, 자기부죄거부특권, 변호인-의뢰인 특권 등 어려운 법률용어가 꽤 등장하지만,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는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 메이저 추리문학상 수상작답게 수준급의 치밀한 구성과 설득력 있는 전개가 단연 돋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즘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도시 재개발’ 사업의 이면을 청소년 독자의 눈높이에 맞게 스토리라인 속에 절묘하게 녹여냈다는 점도 이채롭다. 빈민들을 위한 자선사업가로 행세하나 뒤로는 사업 이익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부동산 개발업자 치슬링의 위선적 면모가 밝혀지는 과정에서, 독자들은 자연스레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에 눈을 뜨게 된다. 저자가 청소년문학계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탄 존 그리샴’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소설을 빛나게 하는 것은 각각의 캐릭터들을 살아 펄떡이게 만드는 작가의 타고난 형상화 능력, 즉 입담이다. 특히 주인공 시릴의 재치 있는 말투와 밉지 않은 독설은 자칫 심각해질 수 있는 상황을 상쇄시키며 독자를 수시로 키득거리게 한다.
‘웰메이드’ 추리모험담으로서 흥미 만점인 데다, 교육적인 면에서도 법률 용어는 물론 사회 불평등 문제에 대한 이해를 도우니 더 이상 뭘 더 바라겠는가. ‘스케이트보드를 탄 존 그리샴’으로 불리는 작가 비키 그랜트의 진면목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