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데뷔 이래, 끊임없는 소재 발굴, 엄청난 집필 속도를 무기로 누구보다 성실하게 누구보다 천재적으로 소설의 매력을 설파해온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은 그의 1994년 작품으로, 7년 전 헤어진 여자친구의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기 위해 수수께끼 집을 방문, 사건을 추리해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은 단 두 명, 무대는 한적한 숲 속의 회색 집, 시간은 만 하루로 한정되어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가운데 가장 연극적인 구성이 돋보이는 본격 미스터리 문학으로 손꼽힌다. “사소한 소품 하나도 그냥 놓인 것이 없다. 작품 전체가 복선의 연속인 엄청난 소설. 작가로서 독자로서 고개를 숙일 수밖에!”라는 동료 작가 구로카와 히로유키의 찬탄은 물론, 작가 스스로 ‘야심작’이라 밝히며 자신감을 표했듯, 일본에서만 75만 부라는 판매고를 기록하며 출간 후 이십 년이 훌쩍 넘은 오늘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방과 후》《졸업》 등의 학원물, 《마구》《눈보라 체이서》등의 스포츠물, 《사소한 변화》 《레몬》 등의 메디컬 스릴러, 《괴소소설》《오사카 소년 탐정단》 등의 유머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도키오》 등의 감동 드라마, 《몽환화》《천공의 벌》 등 원자력을 소재로 한소설, 그 밖에 《미등록자》 등 보이지 않는 폭력에 대한 소설, 《용의자 X의 헌신》 등 순애보를 담은 소설, 《꿈은 토리노를 달리고》 등의 에세이…….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히가시노 게이고는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색깔의 입체적인 작품세계를 선보여왔다. 《옛날에 내가 죽은 집》 역시 독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수수께끼 풀이에 중점을 두는 본격 추리소설의 매력을 속도감 있게 펼치면서도 가정 폭력, 아동 학대 등 결코 가볍지 않은 사회적 병리를 수면 위로 드러내며, 남녀 주인공의 개인적 사회적 성장을 긴장감 있게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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