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순·춘추전국·시황제·항우·주역·노자·공자·장자
사전식 고사성어를 역사와 철학을 품은 인문학으로 끌어올렸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 역사와 철학을 관통하는 대표적인 고사성어 49가지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풀어쓴 교양서이다. 『고사성어 인문학 강의』는 중국 역사가 낳은 고사성어와 중국 철학이 낳은 고사성어, 이렇게 두 개의 묶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요순시대와 춘추전국시대를 거쳐 한나라에 이르기까지 중국 역사가 낳은 대표적인 고사성어를 역사책을 서술하듯 시대순으로 집필하였고, 2부는 주역부터 노자, 공자, 맹자, 장자, 주희까지 중국 철학이 낳은 고사성어를 철학사를 엮듯이 풀어냈다.
이렇게 구성한 이유가 있다. 이미 수없이 많이 나온 사전식 고사성어 책으로는 고사성어의 본질적인 의미와 가치를 총체적으로 아우를 수 없기 때문이다. ‘고사故事’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그 ‘고사故事’가 어떻게 ‘성어成語’, 마르틴 하이데거 식으로 표현하면 어떻게 ‘존재의 집’이 되었는지 따위를 입체적으로 설명할 길이 없다. 이 책은 기존 고사성어 단행본의 단점을 뛰어넘고자 고사성어의 출전과 뜻풀이, 49개의 고사성어가 지닌 시대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중국 고대 역사와 법가, 유가, 도가 등 각 학파의 철학적 주장을 동시에 아우를 수 있도록 꾸몄다.
인생과 철학을 관통하는 주제 49가지를 담은 이야기 고사성어
역사책처럼 흥미진진하고 철학서처럼 지적 즐거움을 주는 책
『고사성어 인문학 강의』는 기존의 고사성어 단행본과는 각 글의 제목이 조금 다르다. 다른 책들이 고사성어를 글의 제목으로 삼은 데 비해 이 책은 49개의 고사성어마다 각각의 주제어를 정하고 이 주제어를 글의 제목으로 삼았다. 고사성어의 단순한 뜻풀이보다는 각각의 고사성어가 내면에 품고 있는 가치와 의미를 드러내고, ‘지금 여기’에서 그 가치와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보자는 뜻에서 이렇게 했다.
이를테면, 요순시대의 ‘선양’에서는 민주적인 정권 교체의 의미를 다루고, ‘다문궐의’에서는 공부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이야기한다. 춘추전국시대의 ‘서시효빈’에서는 창조의 중요성을, ‘과유불급’이라는 고사성어에서는 중용의 가치를, ‘모순’에서는 요즘 우리에게도 절실한 법치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따지고 묻는다. 또 한나라시대의 ‘다다익선’에서는 많은 것은 정말 다 좋은 것인가를 사유하고, 주역의 ‘항룡유회’에서는 맨 밑바닥에 희망이 있음을, 장자의 ‘붕정만리’에서는 절대 자유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이야기 한다. 요약하면, 『고사성어 인문학 강의』는 우리가 평생 끌어안고 고민하는 49가지 삶의 주제를 ‘고사성어’ 탄생 배경과 연결시켜 입체적으로 풀어낸 인문 교양서이다.
『고사성어 인문학 강의』는 인생과 철학을 품고 있지만, 역사적인 사건과 그 사건에 얽힌 인물, 그리고 철학자들의 주장을 이야기 꾸미듯 기승전결로 구성하여 때로는 소설나 역사책처럼 흥미진진하고 또 때로는 철학서를 읽는 것처럼 지적 즐거움을 준다.
중국 고대 역사와 법가 등 각 학파의 철학적 주장 동시에 아울러
중국 문헌 뒤져 기존 고사성어의 출전 오류 모두 바로 잡아
사실 현재 서점에 나와 있는 고사성어 책은 대부분 간단한 뜻풀이와 그 고사성어의 출전을 언급하는 ‘사전식 고사성어’에 머물러 있다. 게다가 간혹 ‘와신상담’이 『사기』에 나온다는 주장처럼 잘못된 이야기를 담은 경우도 종종 있다. 원전을 꼼꼼하게 살피지 않은 탓이다. 『사기』에는 ‘와신’에 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상담’ 이야기만 기록되어 있다. ‘와신’ 이야기는 13세기에 편찬된 『십팔사략』에 처음 등장한다.
『고사성어 인문학 강의』는 이런 오류를 바로잡고자 중국의 역사와 철학 문헌을 하나하나 뒤지며 고사성어의 출전부터 다시 확인했다. 『대한화사전大漢和辭典』과 전자판 『사고전서』 등을 참고하며 문헌의 정확성을 꾀한 다음, 고사성어 탄생의 배경과 전개 과정을 당시의 사건과 인물, 주장을 등장시켜 총체적으로 구성하였다. 마지막으로 지은이 윤지산은 각 고사성어의 의미를 오늘의 우리는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견해를 밝혀놓고 있다.
그리고 『고사성어 인문학 강의』는 부록으로 제목과 본문에 나오는 고사성어 130여 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