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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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아니면,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야" ―함께 지낸 팔레스타인, 아르헨티나…의 소설가들과 온전히 홀로 존재했던 시간들 검은 사슴 같은 소설가 한강의 첫 산문집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이 책에는 그가 첫 장편소설을 낸 여름, 여행가방 두 개를 끌고 미국의 한 소도시로 날아가 경험했던 일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3개월간 아이오와 대학의 국제 창작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주로 제3세계에서 온 시인, 소설가들과 자유스러운 시간을 보냈고,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한 달쯤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글들은 국제 창작 프로그램이나 미국 여행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그가 만난 사람들―짧게 스쳐가며 내면을 열어 보여준 이들에 대한 스케치, 혹은 크로키이다. 한편의 서정적인 단편소설 ―한강의 여행산문, 그 새로운 글맛 한강의 소설들은 실존의 문제를 치밀하게 파고들되, 누구도 이루기 힘든 서정적인 문체로 풀어나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책은 여행산문이면서, 소설이기도 하다. 그의 소설들을 읽던 느낌이 그대로 살아나면서, 실제 저자가 체험한 것들로부터의 사실감이 추가된다. 이렇게 독특한 여행산문이 있었을까. 여기에 실린 글들은 여행에 관한 일반적인 지식이라곤 조금도 존재하지 않는 여행기이며, 작가의 감각이 만나고 받아들인 사람과 사물에 대해 기억에 의지해 재구성한 소설의 모습을 띠기도 한다. 한강의 눈빛을 닮은 김홍희의 사진 ―누군가와 함께, 때론 혼자 존재했던 시간들의 영상 때로 기억은 빛으로 각인된다. 어둡기도, 밝기도 한 광선으로…. 한강은 기억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에서 온 소설가 마흐무드와 미얀마에서 온 선한 미소의 페이민을, 버스 정류장에서 만났던 붉은 사막 같은 얼굴빛을 한 강인한 인상의 인디언 여자를…. 그리고 8번가의 지저분한 길거리에 핀 제라늄꽃을 보며, 또한 어느 헌책방에서 자신의 소설을 낭송하며 사람들과 함께 흐느끼며, 순전히 혼자만의 시간 속으로 파고들어 생생히 깨어 있던 그 오감의 순간들을 기억한다. 김홍희의 흑백 사진들은 그러한 순간들을, 한강의 눈동자에 머물렀던 기억 속의 영상들을 서늘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리고 담담히 되살려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