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출판사 제공 책 소개

마음 아파서 외면하고, 몰라서 못 봤던 버려진 고양이의 삶을 전하다 버려진 고양이가 머무는 곳에는 깜찍한 몸짓이나 커다란 눈동자, 뽀송뽀송한 털, 말랑말랑한 발바닥은 없다. 귀엽고 건강하고 깨끗한 ‘반려 고양이’가 아닌, 더럽고 냄새나고 늙거나 아픈 ‘유기 고양이’의 세계. 두 손 가득 안아 올려도 발밑에는 항상 그렁그렁한 눈으로 올려다보는 생명이 있고, 부상이 심각해서, 치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사람에게 친화적이지 않아서 죽어가는 고양이가 있다. 그리고 머리는 말리지만 마음이 시켜서, 몸은 지치고 지갑은 낡아가도 최면에 걸린 듯 그 생명을 안아 들고 마는 사람들이 있다. 길과 보호소, 우리의 집 사이에 존재하는 고양이와 사람 이야기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지금처럼 따뜻했던 적은 없었다. 미디어도 고양이를 자주 비추고, 고양이를 키우고 돌보는 사람의 수 역시 늘었다. 하지만 많은 고양이가 사람들 품에 안기는 만큼 또 버려지고 있다. 그 버려진 고양이들은 어떻게 될까? 포기하거나 손을 놓았던 사람들의 바람처럼 어딘가 좋은 곳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잘 살고 있거나 더 좋은 반려인을 만나서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그렇다면 길 위에 있는 그 많은 고양이들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무섭다고, 환경을 더럽힌다고, 시끄럽다고, 혐오스럽다고 손가락질 당하는 그 생명들은? 더럽고 시끄럽고 지저분하니까 죽이거나 잡아서 보호소에 보내면 끝날 수 있을까? 이제 우리는 이 질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그 답을 찾아야 한다. 반려동물 인구와 반려동물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며, 사고 버리고 또 사는, 죽이고 가두고 죽이는 시스템에 너무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우리도 알기 때문이다. 사회가 질문을 외면하고 있는 사이, 이 잔혹한 시스템 속에서 버려진 동물을 돌봐온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사회는 구조활동가나 캣맘이나 캣대디라고 부른다. 이 책은 이들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이들의 구조 사례를 통해 길 위나 보호소의 고양이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결말을 마주하게 되는지를 관찰할 수 있다. 운이 좋다면 좋은 집에 입양을 갈 수도 있겠지만, 운이 나쁘다면 보호소나 길 위에서 죽기도 한다. 또 입양을 갔다가 파양되기도 하고, 입양처에서 분실되거나 재유기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사람이 키우지 않는, 키우길 포기한 고양이의 현실과 생명을 ‘구매’하고 ‘반품’하거나 ‘폐기’하는 사람과 버려진 생명을 안아 드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나열한다. 그리고 인간의 냉정한 산업 논리와 무책임한 행동에도 끝끝내 인간에게 손을 내미는 동물의 아름다움과 사랑을 전하고 있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의 심연 인구의 21%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가 되었다. TV, 책, SNS, 광고, 영화 등에서 동물의 약진이 두드러졌으며, 특히 도시화와 1인 가구 증가의 영향에 따라 고양이를 키우는 애묘인의 인구가 급증했다. 관련 산업 역시 성장세로, 2015년에 2조 원대였던 반려동물 산업은 2020년에는 5조8천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렇다면 ‘반려동물’ 세계의 그림자는 어떨까?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총 454,837마리의 반려동물이 ‘유기동물’로 바뀌었다. 그중 고양이의 수만 141,001마리이다. 이 숫자는 “고양이가 대세”라던 트렌드의 결과물이다. 고양이가 대세가 되면서 품종묘에 대한 수요 역시 증가했다. 김소진 씨가 구조했던 해루는 인기종인 스코티시폴드다. 그리고 선천적으로 항문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으며, 싸게 가져가는 사람이 없다면 안락사 시키겠다는 주인에게서 데리고 온 고양이다. 또다른 인기종인 페르시안 장모종 쿠로와 밍밍이 가족은 횡경막허니아를 선천적으로 안고 태어났고, 그후로도 FORL과 HCM으로 투병해야 했다. 품종묘를 번식시킬 때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근친교배이다. 하지만 펫숍에서 사온 암수로 새끼를 만들어 용돈벌이를 하거나 공장식 축산으로 품종묘를 생산하는 현실에서 그런 주의사항이나 생명윤리 같은 것을 따지는 일은 잘 없다. 반려동물의 세계가 따뜻하고 화려하고 깨끗한 만큼, 그 그림자는 차갑고 더럽고 처참하다. 귀엽고 건강하고 깨끗한 ‘반려묘’나 ‘애완묘’는 앞다투어 다루고 눈여겨보지만, 더럽고 늙고 아픈 ‘유기묘’에게 애써 몸을 낮추고 안타까움을 참으며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게 버려진 고양이는 길 위나 보호소의 한구석에서 죽어간다. 고양이 구조의 현실 누구라고 동물 구조하는 일을 하고 싶지 않을까, 그리고 누구라고 동물 구조하는 일을 하고 싶을까. 돈이 되기는커녕 돈이 빠져나가는 일, 마음이 풍성해지는 일, 그러나 그만큼 혹은 그보다 더욱 많이 마음이 깎여나가는 일. 곤경에 처한 생명을 안아 들고 살려내서 새 가정을 찾아주는 일은 가슴 뿌듯한 일이지만, 동시에 가슴 아픈 일을 수도 없이 겪어야만 이뤄낼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고양이를 구조하는 활동가 중에서 ‘이 일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가지고 시작하는 이는 별로 없다. 하지만 보호하고 치료하기보다는 민원의 원인인 고양이를 격리하고 보관하는 데 좀 더 중점을 두고 있는 동물보호소의 현실을 보고 나면 어쩔 수 없이 팔을 걷어붙이게 된다. 평범한 고양이 애호가(애묘인)에서 ‘어쩌다 보니’, ‘너무 안타까워서’, ‘하나둘 하다 보니’ 구조활동가로서, 또 보호단체의 일원으로서 구조 현장에 뛰어들 된 것은 그만큼 버려진 고양이들의 상황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들이 목격한 사례 중 일부를 선별해 소개한다. 키우다 사정이 있어서 버려진 고양이, 용돈벌이용으로 교배를 해서 팔던 새끼 중에 장애가 생겨 버려진 고양이, 한국을 떠나야 해서 버려진 고양이, 키우기 질려서 버려진 고양이까지 그 사연은 다양하고 소소하다. 이유를 알 수 있는 건 그나마 아무렇게나 버려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한겨울 헌옷수거함 속에서 발견된 고양이도 있었고, 쓰레기더미에서 구더기가 낀 채 죽어가던 고양이도 있었다. 이들을 생명이라고 생각하고 안아 들어 치료하고 새 가족을 찾아주는 것이 구조 활동가이다. 활동가 여러분, 괜찮아요? 중증 외상을 입은 고양이를 구조해서 병원에 데려가 치료하고 입양 보내는 활동가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그렇게 할 정도로 풍족하고 여유로운 걸까? 아니면 구조가 돈이 많이 되는 걸까? 그렇게 시간이 많고 사랑도 남다르게 많은 걸까? 하나도 안아 들기 어려운데, 돌아서면 또 안아 들고 입양 보낸 뒤 또 안아드는 사람들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일까? 만나보면, 의외로 그들은 아주 평범하고 익숙한 우리 주변은 이웃이다. 이 책의 출전자였던 유주연, 김소진, 강지영 씨 역시 그랬다. (사)나비야사랑해의 대표인 유주연 씨는 비영리 사단법인의 대표이지만, 돈을 버는 일은 따로 있고 시간 역시 부족해 늘 허덕이는 사람이었다. 동사행 대형견 쉼터의 공동운영자인 김소진 씨나 강지영 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간을 쪼개 쓰고 통장의 바닥까지 박박 긁어야 하는 보통의 사람들. 이들과 같은 구조활동가들이 없다면 유기동물 구조의 큰 축이 무너져 내릴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피부로 느끼고 경험하는 현실은 힘겹다. “생업이 따로 있고, 자산도 한정되어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안타까움과 사랑으로 시작해서 사람과 부조리한 시스템에 지쳐가고 있다. 고양이와는 대화가 되지 않으니, 인터뷰를 할 때마다 활동가들에게 물었다. “괜찮으세요?” 답은 바싹 마른 웃음이었다. 그만두고 싶지만 이미 떠버린 눈을 감을 수 없어서, 굴러가는 돌을 멈출 수 없어서 종착점이 없는 열차를 타고 활동가들이 가고 있다. 활동가들이 하고 있는 일은 개인의 이익이나 취미와는 관련이 없다. 오히려 사회나 시스템이 져야 할 책임을 대신 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물론 그들에게 이 일을 강요한 사람은 없다. 또 활동가들이 그들의 일을 그만둔다고 해도 세상이 쪼개지거나, 해일과 지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