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프랑스 현대 실험문학의 기수 조르주 페렉 그가 실험하고 분류한 잡동사니 생각의 창고를 열다!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페렉의 자전적 산문 13편 【 조르주 페렉 선집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 문학과 인문학의 경계에서 지성과 사유의 씨앗이 된 작품들, 인문 담론과 창작 실험을 매개한 작가들로 꾸려진 상상의 서가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시리즈. ▼ 【조르주 페렉 선집】 소개 및 작품 목록 조르주 페렉(Georges Perec, 1936~1982)은 20세기 후반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온갖 문학적 실험에 몸을 던진 보기 드문 집념의 작가다. 45세에 기관지암으로 죽기 전까지 작품 활동을 펼친 기간은 15년 남짓이지만, 소설과 시, 희곡, 시나리오, 에세이, 미술평론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전방위적인 쓰기를 했다. 1965년 첫 소설 『사물들』로 르노도 상을, 1978년 『인생사용법』으로 메디치 상을 수상했다. 매번 새로운 글쓰기에 도전해 다가올 시대를 예비했던 페렉. 그는 작가, 화가, 수학자, 음악가 등 여러 집단으로 구성된 실험문학모임 울리포OuLiPo의 멤버였다. 그의 문학세계가 지닌 다양한 스펙트럼을 살필 수 있는 이 선집―『잠자는 남자』(1967),『어두운 상점』(1973),『공간의 종류들』(1974),『나는 기억한다』(1978),『인생사용법』(1978),『어느 미술애호가의 방』(1979),『생각하기 / 분류하기』(1985),『겨울 여행 / 어제 여행』(1993)―은, 문학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엿보게 하고 한 작가의 독창적 내면을 풍요롭게 향유하는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다. 사물들에 기대어 산 작가 조르주 페렉, 그가 실험하고 분류한 잡동사니 생각의 창고를 열다! 죽기 직전 발표한 마지막 글 「생각하기/분류하기」를 비롯한 열두 편의 산문 글쓰기와 사물과 공간과 기억에 관한 페렉의 자전적 논픽션 나는 왜 글을 쓰나, 작가로서 야심은 무엇인가에 관한 내밀한 고백에서, ‘살다’ 동사 하나로 ‘나’를 포착해보는 글쓰기, 책상 위에 놓인 사물들과 나의 관계, 언젠가 잠잤던 방들에 관한 기억, 책을 어떻게 보관하고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 유행, 읽기, 안경에 관한 사적이고도 사회학적인 분석, 4년간의 정신분석 치료 이후 느낀, 글쓰기와 꿈과 기억의 상관성에 대한 회고, 역사교과서의 다양한 타이포로 재구성한 퍼즐 조각 같은 역사의 단면, 울리포적 실험을 감행한 여든한 개의 요리 카드와 이상 도시에 관한 산문, 세상을 인식하는 분류의 세계와 그에 깃든 창조자(작가)의 생각을 따져보는 글까지, 페렉의 작품세계를 일군 문학 사유의 요람. “생각하기/분류하기. 이 둘을 가르는 빗금의 의미는 무엇인가? 내게 묻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가? 내가 분류하기 전에 생각하는지 묻는 것인가, 생각하기 전에 분류하는지 묻는 것인가? 분류하려 할 때 나는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가?” - 조르주 페렉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프랑스 실험문학의 기수 조르주 페렉의 산문 13편 프랑스 실험문학의 기수로 불리는 조르주 페렉의 『생각하기/분류하기』(1985)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작가의 산문집이자, 1982년 3월 3일 조르주 페렉이 죽고 난 후에 묶어 펴낸 첫 산문집이다. 1976년부터 1982년까지 여러 신문과 잡지에 발표한 글 열세 편을 묶었는데, 책 제목으로 삼은 가장 마지막 장의 「생각하기/분류하기」는 그가 죽기 몇 주 전에 출판한 마지막 글이었다. 울리포(OuLiPo, 잠재문학작업실)로 활동하며 누구보다 활발히 실험문학에 앞장섰던 작가의 자전적 경험과 작가론, 문학관, 작품세계의 일면이 산문 곳곳에 내밀히 담겨 있어 작가노트를 훔쳐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이 책은 또한 작가들이 글 하나를 완성하기 이전의 시간과 풍경에 대해, 발표된 글 바깥으로 무수히 사라지고 삭제된 문장이나 생각들에 대해 사유해볼 수 있는 특별한 책이다. 무엇이라 정의할 수 없고, 분류할 수 없고, 정리할 수 없는 찰나의 사유를 고스란히 받아적는다면 어떤 글이 나올까? 글쓰기에서 늘 시시각각 떠올랐다 사라지는 생각이 실상 바로 글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글을 기다리는 동안의 과정이야말로 작가에게 가장 고통스럽고 절박한 순간이다. 쓰기의 역사에서 ‘작품화’하지 못한 변방의 영역, 기타 등등으로 요약된 채 목록화하지 못한 영역, 하잘것없는 일상의 틈새를 페렉은 여기서 다시 조명한다. 페렉의 산문 한 편 한 편은 궁극을 향해, 미지를 향해, 언제 펜 끝에 도달할지 모를 영감의 번개를 향해, 야윈 피뢰침 하나 들고 영원히 매 순간 기다림을 운명처럼 받아들인 작가들이 글쓰기에 도달하기까지 겪는 과정이 곧 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간 글 이전의 글쓰기의 주변 풍경에 대한 조명은 언제나 문학사에서 표면화되지 못한 무관심의 지대였으나, 이제 우리는 글 한 편을 빙산의 일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삐딱한 시선으로서의 단서를 페렉의 산문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작가의 자전적 경험과 문학 실험을 통해 꿈꾼 작가 세계의 고민들, 삶과 문학에서 ‘기타 등등’으로 괄호 쳐진 것에 대한 자각의 조명 페렉은 평생 일상의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자잘한 문구들, 전단들, 영수증들마저 문학의 재료로 삼고, 지나는 행인들과 지나친 공간들 묘사에 진력이 날 정도로 고심했던 작가다. 일례로 『인생사용법』에서는 플로베르의 일물일어설을 연상케 하듯 아흔아홉 개의 방에 아흔아홉 개의 각기 다른 사물과 풍경을 수학과 체스법을 도입해 배치하고, 이에 대해 지루할 정도로 세밀한 묘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뿐만 아니라 1974년 10월 18~20일 사흘을 카페에 앉아 지나치는 모든 눈앞의 세계를 목록화하고 묘사해 『파리의 어느 장소에 대한 완벽한 묘사 시도』라는 책을 펴낸 바도 있다. 또 그는 너무나 익숙해서 지각이 마비된 일상의 영역을 전혀 낯설게 바라보도록 실험하기를 즐겼다. 이 책의 「나는 밀레와 이삭을 기억한다」라는 장에서 역사 교과서의 단장을 조판된 글자만 따서 오려붙여 편집된 역사의 허구를 퍼즐 조각처럼 바라보게 하고, 「살다habiter 동사의 몇 가지 용례에 대해서」에서 무수히 다르게 내가 어디에 사는지를 말할 수 있는 차이의 가능성을 사유하게 하듯이. 페렉은 자신이 견지한 문학관이자 작가론을 첫 장 「모색중인 것에 대한 노트」에서 다음과 같이 술회한다. “내가 쓴 책 중에 비슷한 책은 하나도 없고, 먼저 쓴 책에서 구상했던 표현, 체계, 기법을 다른 책에 절대 다시 써보려고 하지 않았다… … 작가로서 나의 야심은 결코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본다거나 내가 남긴 흔적을 뒤따른다든가 하는 감정 없이, 내 시대의 모든 문학을 섭렵하고 오늘날 문인이 쓸 수 있는 모든 것을 써보고자 하는 데 있는 것 같다.” 특히 「생각하기/분류하기」에서 한 가지 행위를 기술하기 위해 쓰이는 무수한 동사들의 차이에 대해 숙고한 흔적들은, 글을 쓰기에 앞서 언어를 고르고 분류하는 필수적인 선행작업에 있어 얼마나 작가로서 말을 단련했나를 엿보게 한다. 또한 「계략의 장소들」에서 밝혔듯, 4년간의 정신분석 경험 동안 무언가 말해야만(써야만) 하고 말이(글이) 되어 나오기를 기다리며 오랫동안 바라보던 천장을 무기력한 백지상태에 비유하는 자기분석도 놀라움을 안겨준다. 입 속의 말과 입 밖의 말 사이에서 작가는 늘 망설이고 배회하고 불안해하고 속이고 우울해하는 자다. 무슨 말이든 지껄여야 했던 분석 의자에서 일어나 말의 환영이 계략을 짜내는 불안한 생각과 분류 지대를 지나, 비로소 섬광 같이 글이 쓰이는 인화지로 오는 그 과정이 곧 분석(치료)의 과정이자 작가의 여정임을 알아챈 것이다. “역사가 존재하지 않는 이 시간에, 내 역사의 공간, 여전히 부재하는 내 말의 공간이 될 존재하지 않는 그 공간에 틀어박히기 위해,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