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맨살

마종기 · 시
1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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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노르웨이 폭포 9 길목에 서 있는 바람 10 겨울 바다 12 네팔에서 온 편지 14 독수리 16 동면(冬眠) 18 꽃밭에서 22 봄의 약속 24 국경은 메마르다 26 지평선, 내 종점 28 국경은 메마르다 2 29 치매 32 고래 34 내 나라 36 밤의 묵시록 38 낮달은 왜 흰빛인가 40 동백을 보내며 42 제2부 자장가 47 여름의 침묵 48 둥지를 만드는 날 50 잠깐 52 과메기 54 익숙지 않다 56 장미의 날 58 파타고니아의 양 60 이별 61 수목장 64 예수의 땅 66 갈릴레아 호수 67 디아스포라의 황혼 70 몸부림을 넘어 72 북해의 억새 74 예수살렘의 발 76 두 개의 2월 77 아이스크림 78 제3부 40대 81 복사꽃 낙화 82 수련 84 나일 강 일지 86 기도하는 아랍인 90 오래된 봄의 뒷길 94 알렐루야 96 고사리나무 98 짖지 않는 개 100 수원에 내리는 눈 102 동생의 이집트 104 호두까기 106 플로리다 편지 107 아카시아 꽃 108 겨울 아이오와 110 연신내 유혹 113 해설|바깥으로의 귀환·조강석 119

출판사 제공 책 소개

경계인의 촉각으로 일구어낸 깊은 시적 성찰, 지순한 숨결이 전하는 가슴 떨림, 그 황홀한 화음 마종기 신작 시집 『하늘의 맨살』 1959년과 이듬해에 걸쳐 『현대문학』지에 3회 추천을 완료하며 등단, 올해로 시력 50년을 맞이한 마종기 시인이 신작 시집 『하늘의 맨살』(문학과지성사, 2010)을 펴냈다. 20대 후반에 이 땅을 떠나 머나먼 이국에서 의사로서의 삶을 일구면서 오로지 시작(詩作)을 통해 고국과 모국어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을 달래온 시인은, 그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그리고 일 년에 한두 번 “석 달 동안의 귀국으로는 모국어 쓰는 것만도 송구”스러운 심정으로 한 편 한 편 시를 썼고 이를 다시 시집으로 묶어냈다. 『하늘의 맨살』은 그런 그의 열두번째 시집으로, “경계인의 촉각”과 “비극적 생의 장엄함”을 강렬한 이미지로 표출했다는 상찬과 함께 2009년 제54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파타고니아의 양」 「디아스포라의 황혼」 「국경은 메마르다」 등을 비롯, 전작 『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2006) 이후 발표한 총 51편의 시들로 채워져 있다. 이번 시집 『하늘의 맨살』에 이르러 시인은 고국과 모국어를 향한 들끓는 그리움과 회한, 개인의 외로움과 상처를 극복해가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간명하지만 풍요한 울림, 담백하면서도 간절하고, 쓸쓸하면서도 이내 다정할 수밖에 없는 마종기의 목소리는 삶이란 이름으로 가로 놓인 지상의 모든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바람의 말’에 해당한다. 그렇게 시인은 내 안의 확산이 이끄는 “바깥으로의 귀향”(조강석. 문학평론가)이라는 또 다른 개방적인 감각을 우리에게 열어 보인다. 이는 오래도록 편력한 자만이 품을 수 있는 원숙한 정신의 깊이이자 사랑으로 가득한 에너지이기에 가능한 언어, 시의 힘이다. 이국에서 이국으로, 변방에서 변방으로 떠돌면서도 매순간 진심을 다해 자신의 근원을 찾아 묻고 답해온 한 시인의 겸손한 고백이 가슴으로 물들 수밖에 없는 이치를 시집 『하늘의 맨살』은 말하고 있다. 지난 50년간, 이방인으로서의 삶과 의사로서의 흔치 않은 체험이 근본적인 시적 모티프로 자리해온 마종기의 시들은, 특유의 섬세하고도 정직한 시선으로 사소한 일상의 삶이나 사물 속에서 발견한 존재론적 깊이를 맑고 투명한 서정으로 보듬어 안아왔다. 모호하거나 겉멋부린 치장은 애초부터 그의 것이 아니었던 것(“봄이 뒤뜰에서 잠자는 동안/붉은 입술만 가지고 와서/처음부터 나를 떨게 하던 꽃,/긴 잠 깨어 봄비 맞는 날/뒤도 돌아보지 않고 노여움에/퍽, 퍽 소리 내며 땅에 지던 꽃”―「동백을 보내며」). 흰 가운을 걸친 채로 피와 살을 돌보는 의사의 손길이 그러하듯, 사물을 날것 그대로 매만지고 느껴서야 마음을 줄 수 있었던 시인의 손길 역시 그 흔한 비유의 틀을 허락하지 않는다. 꽃과 독자 사이에 선 시인의 자리마저 지워버리는 순간은 그렇게 하여 탄생한다(“장미나무 꽃대 하나/좁은 땅에 심어놓고/몇 달 꽃 피울 때까지/나는 꽃이 웃는다는 말/비유인 줄만 알았다.//[…]/이 나이 되어서야 참으로/꽃이 웃는 모습을 보다니,/젖은 입술의 부드러운 열기로/내게 기대는 것을 보다니!―「장미의 날」). 겸손하면서도 다감한, 열린 눈의 이 시인에게 주위는 온통 “설레는 아침의 예언”으로 화답한다(“은퇴한 나무의 아직 엉성한 잎사귀에/오래전에 버리고 간 봄의 간청이 잠 깬다./내일은 길고 멀어서 확인할 수 없고/그래, 맞다, 너는 나를 빛나게 했다./저기 장미, 백합, 비둘기와 저녁 햇살……”―「오래된 봄의 뒷길」). 한편, 익숙지 않은 것, 낯선 곳에 대한 심경의 토로는 태평양 건너 시인의 몸이 거처한 곳을 불현듯 떠올리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의 마음의 행방을 좇게 한다(“죽어가는 친구의 울음도/전혀 익숙지 않다./친구의 재 가루를 뿌리는/침몰하는 내 육신의 아픔도,/눈물도, 외진 곳의 이명도/익숙지 않다.”―「익숙지 않다」). 낯섦은 곧바로 익숙하고 미덥고, 그리운 것들을 찾아 부르듯, 여전한 현재형일 수밖에 없는 시인의 그리움과 고독은 우리 앞에 이런 풍경을 부려놓는다. 한 세월 멀리 겉돌다 돌아와 보니 너는 떠날 때 손 흔들던 그 바람이었구나. 새벽 두 시도 대낮같이 밝은 쓸쓸한 북해와 노르웨이가 만나는 곳 오가는 사람도 없어 잠들어가는 기울어진 나그네 되어 서 있는 길목들, 떠나버린 줄만 알았던 네가 일어나 가벼운 몸으로 손을 잡을 줄이야. 바람은 흐느끼는 부활인가, 추억인가, 떠돌며 힘들게 살아온 탓인지 아침이 되어서야 이슬에 젖는 바람의 잎, 무모한 생애의 고장난 신호등이 나이도 잊은 채 목 쉰 노래를 부른다. 두고 온 목소리가 나를 부른다. 바람이 늘 흐느낀다는 마을, 이 길목에 와서야 겨우 알겠다. ―「길목에 서 있는 바람」 전문 이렇듯, 지식인 특유의 현학성을 배제한 염결하고 진솔한 삶의 토로, 구체적 생체험에서 길어 올린 간명하고도 담박한 시어, 애써 외면하지 않는 유랑 의식에서 발현된 삶과 죽음의 고독한 이치 등 오랜 시간 고국의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던 요소들은 이번 시집 『하늘의 맨살』에서도 여전하다. 여기에 고국과 모국어를 떠나 있는 삶의 고단함과 상처, 그리움 등을 극복한 시인 마종기의 또 다른 귀향을 더듬어보게 되는 것은 시집 『하늘의 맨살』을 펼쳐든 독자의 가장 큰 기쁨이 아닐는지. 청·장년기를 지나 이제 고희로 접어든 그의 회억은 평생을 품어 속살 깊숙이 배어든 고독과 상처 위에 ‘가벼움’이란 단어를 부려놓는다. 이 ‘가벼워짐’은 자신을 낮추고 낮춰, 버리고 버려, 그렇게 내 안을 비워, 다시 무언가로 채울 수 있는 희망의 가능성을 품고자 하는 이에게 허락된 최대치의 희열이 아니겠는가. 이제야 사람이 꽃에 비유되는 이유를 알 것 같네요. 자신을 오랜만에 드러내는 돌과 돌 사이의 체온 단 열흘을 살면서 백 년의 침묵을 남기는 꽃, 말을 아껴 옷을 만들어 입는 사람들이라 그 목소리가 오다가 얼고 내 앞에서도 부서지네요. 추운 꽃은 웃지 않고도 나를 너무 잘 알고 있어요. 반년이 넘었는데도 손톱, 발톱은 자라지 않고 머리털도 여기저기 반 이상 빠져버렸습니다. 희박한 산소 때문이라느니 부실한 영양 때문이라 하지만 그간에 간직해온 내 몸의 복잡한 부품은 다 버리고 생명의 중심에 있는 야생화, 길고 뜨겁고 신비한 그 환생이 내 이름이고 마침내 끝이고 싶습니다. 유장천이라는 곳을 혹 아시는지요? 하늘에 피는 연꽃이 피었다가 잠드는 곳, 모든 하늘 중에서 제일 생각이 깊은 하늘이지요. 우리가 그림자만으로 한생을 사는 것 잘 아시듯 그 싱싱하고 평화로운 곳까지 무사히 가기 위해 공기를 낱알같이 한 개씩 먹는 법을 익히고 있습니다. 드디어 하늘의 맨살에 도착한 것 같습니다. 공기의 위에서 내가 가벼워지기 시작합니다. 사면과 팔방이 하얗게 밝아집니다. 모든 소원이 이제야 피어나기 시작하네요. ―「네팔에서 온 편지」 전문 낯선 대륙의 끝에 서서, 변방의 속살과 광야의 비바람, 혹독한 생멸의 이치를 목도하는 가운데 시인의 눈이 낮게 그리고 평평하게 아래로 가라앉고 그만 흐릿해지는 순간도 그렇게 찾아온다. 어금니 두 개뿐, 양들은 아예 윗니가 없다. 열 살이 넘으면 아랫니마저 차츰 닳아 없어지고 가시보다 드센 파타고니아 들풀을 먹을 수 없어 잇몸으로 피 흘리다 먹기를 포기하고 죽는 양들. 사랑이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라고 믿으면, 혹시 파타고니아의 하늘은 하루쯤 환한 몸을 열어줄까? 짐승 타는 냄새로 추운 벌판은 침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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