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연애 3년 동거 7개월. 결혼식을 올린 지 두어 달쯤 지난 어느 날, 아기가 찾아왔다. 선명한 두 줄. “이렇게 진하게 나오는구나”. 아내 손에 들린 임신 테스트기를 멍하니 바라보며 아빠로서의 새날이 시작됐다. 아빠가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막연하게 “책임져야 할 생명이 하나 더 늘었다”라는 정도로 정리하기에는 ‘아버지’라는 단어가 갖는 울림이 심상치 않았다. ‘누군가의 아들’로 평생을 살아온 내가, 이제는 상황이 뒤바뀌어 ‘누군가의 아들’이 된 나의 아들을 반듯하게 키워내야 한다니. 내가 과연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아니, 되어도 괜찮을까?
― 본문 중에서
연일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뉴스 코너를 장식하는 요즘입니다. 성인 남녀 두 사람이 만나 기껏 0.7명의 아기가 탄생하는 시대이다 보니, 임신과 출산, 육아를 경험하고 공유하는 인원이 절대적으로 줄고 있습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생산인구가 감소한다거나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등 큰 틀의 파급효과는 그다지 와닿지 않습니다. 그보다, 임신부 또는 어린아이를 낳아 기르는 부모를 향한 공감과 연민의 정서가 옅어지고 있음이 더 뼈저리게 다가오는 매일입니다.
임신과 출산, 육아는 인간이 하나의 생물로서 또는 사회를 구성하는 개체로서, 스스로 자아를 실천하는 주체로서 누릴 수 있는 대단히 가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러한 일련의 가치 창출 행위에 있어 ‘남편’의 역할을 최소화하며 역사를 지나왔습니다. 최근 들어 ‘아빠 엄마 모두 함께하는 육아’가 문화로 자리 잡고 있기는 하지만 “육아는 여자의 일이다”라는 인식은 여전히 뿌리가 깊습니다. 《남편이 쓰는 임신수첩》은 이러한 우리 사회에 일갈(一喝)하는 것과 같습니다.
저자는 임신한 아내의 곁에서 조력자이자 보호자로 역할하고 싶었던 마음에 임신, 출산, 육아 도서 코너를 뒤졌으나, 오로지 ‘여성’을 위한 책만이 즐비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 책에는 아내와 함께 보내는 열 달의 행복한 임신 기간을 위한 ‘남편의 역할’은 무엇일까 찾아 헤맨 끝에 스스로 길을 만들기로 한 저자의 소소한 모험이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옆집 아주머니, 윗집 새댁, 건넛집 아저씨, 구멍가게 할아버지. 한 아이를 잘 길러내기 위해 온 마을이 나섰던 과거의 향수는 이제 사라지고 없습니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 자체가 희소해진 오늘날, 우리는 누구에게 기댈 수 있을까요. 이런 현실에 비추어 보면, 《남편이 쓰는 임신수첩》은 어쩌면 ‘육아의 주체’로 새로이 등장한 ‘남편’이 ‘남편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가이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이, 지난날의 저자와 같이 ‘남편의 역할’을 찾아 헤매는 세상 수많은 남편 아무개를 위한 지침서로 중히 읽힐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