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생명의 탄생과 진화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떠나야 할 성지순례!”_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갈라파고스의 현재를 마주하고 다윈의 진화론에 대해 묻다! 생명의 최전선으로 떠나는 아주 특별한 항해기 환경오염과 기상이변, 걷잡을 수 없는 생물 대멸종의 시대… 생명의 최전선으로 떠난 후쿠오카 신이치의 갈라파고스 프로젝트 대륙의 종에 비해 유달리 거대한 몸집의 땅거북, 삐죽삐죽한 갈기에 찢어진 시뻘건 입이 흡사 외계생명체와도 같은 이구아나, 날개가 퇴화되었지만 큰 문어도 통째로 집어삼키는 사냥 실력을 자랑하는 가마우지, 다른 생물들이 자신을 먹지 못하게 하려고 한껏 위로 자라 오른 나무선인장…. 갈라파고스는 이처럼 다른 곳에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고유한 생물종 그리고 이들이 이루어낸 독자적인 생태계로 유명하다. 또한 갈라파고스는 20대 젊은 청년이었던 찰스 다윈이 영국 함선 비글호를 타고 도착해 진화론의 단초를 얻은 곳으로도 의의가 있다. 스스로를 생물학자이자 박물학자(naturalist)로 규정하는 저자 후쿠오카 신이치는 학자로서 그리고 잠자리를 좇는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평생 품어온 갈라파고스에 대한 동경을 아낌없이 드러낸다. 그는 분자생물학자로서 생명을 나누고 쪼개어 분자, 원자의 단위까지 파고들어 보아도 결코 알아낼 수 없었던 생명의 본질은 갈라파고스와 같은 자연의 실상과 마주함으로써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코로나-19를 비롯해 여러 환경문제로 ‘생명’의 본질에 대한 인식이 인류 문명이 나아갈 방향을 가늠하는 데 있어 중요한 테마인 바, 갈라파고스 여행이 생명을 알고 이를 인식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한다. 최초의 생명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무에서 유를 창조한 생명의 본질은 곧 이타성 갈라파고스 제도는 남아메리카 에콰도르에서도 약 1,000킬로미터 떨어진 남태평양에 위치한 절해고도이다. 총 123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이 제도는 지각판의 충돌로 발생한 화산에서 용암이 흘러내려 굳은 딱딱한 돌 외에는 한 줌의 흙조차 지니고 있지 못한 땅이었다. 여기에서 질문은 시작된다. 생명의 불모지와도 같았던 이곳에서 어떻게 지금과 같이 독특하고도 풍성한 생태계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후쿠오카 신이치는 그 해답을 생명의 ‘이타성’에서 찾는다. 끓어오르던 용암이 겨우 식어내린 최초의 바위섬에는 극소량의 빗물과 공기 중 습도, 태양광선만으로도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강인한 식물, 즉 용암선인장 씨앗 정도가 겨우 뿌리내릴 수 있었다. 갈매기 똥에 섞여 이 섬에 들어온 선인장의 씨앗은 발아해 물을 저장하고, 광합성을 하고, 열매를 맺고, 유기물을 합성해 이것을 대지에 떨어뜨렸다. 이때 이 식물은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만의 양분만 합성하는 것이 아닌, 언제나 조금 더 많이 활동하여 다른 생명을 길러낼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즉 이타적인 행동을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용암선인장은 ‘다윈의관목’과 같은 키 작은 관목류가 곳곳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고. 관목류는 또 다른 식물상이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양한 식물상이 갈라파고스에 존재하게 되어 비로소 곤충과 동물들이 도래해 변천과 진화를 거듭할 수 있는 터전이 지구상에 출현하게 된 것이다. 생명해류가 젖줄처럼 휘감아 흐르는 땅, 갈라파고스 우연에 우연의 거듭으로 시작된 생명 탄생의 기적 갈라파고스를 대표하는 생물 갈라파고스땅거북의 선조는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옛날부터 살고 있던, 30센티미터 안팎의 땅거북이다. 하지만 헤엄을 치지 못한다. 그런데 땅거북이 어떻게 갈라파고스로 가서 지금과 같은 거대한 개체로 진화한 걸까? 이에 갈라파고스 연구자들은 ‘천연 뗏목’ 가설을 주장한다. 대륙에 살던 암컷 땅거북이 부드러운 흙 속에 알을 낳았다. 마침 큰비와 폭풍이 몰아쳤고 그 폭풍우가 알이 놓여 있던 흙더미를 무너뜨려 통째로 집어삼켰다. 여느 때보다 거센 폭풍은 나무의 큰 가지와 함께 이런저런 식물 넝쿨과 마른 해조류까지 휘감아 통째로 휩쓸어 갔는데 이것이 천연 뗏목의 역할을 해 땅거북의 알을 바구니처럼 잘 품고 갈라파고스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남아메리카 대륙의 바닷가에는 갈라파고스 제도 방향으로는 흐르는 남적도 해류가 있는데, 날씨만 무난하다면 이 해류는 2시간 만에 1,000킬로미터의 거리를 돌파할 수 있다. 또한 이 남적도 해류는 갈라파고스 부근에서 반대편에서 흘러들어오는 적도잠류와 만나 갈라파고스 제도의 각 섬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 불가사의한 우연에 우연이 겹쳐 갈라파고스에 도달한 땅거북은 기존에 존재하던 선인장이나 관목 이파리 등을 닥치는 대로 먹으며 천적의 위협이 없는 천혜의 낙원에서 거대하게 몸집을 불린 것이다. 도시 생활에서 완전히 벗어나 마주한 있는 그대로의 자연 110여 장의 생생한 도판과 함께 떠나는 생명 탐사기 저자 후쿠오카 신이치는 책 전반에 걸쳐 갈라파고스로 떠난 5박 6일의 항해 내내 자신이 마주한 있는 그대로의 자연, 즉 생명의 본모습을 소개하는 데 주력한다. 그는 이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그리스어에서 따온 말인 ‘피시스(physis)’로, 그리고 이와 상대되는 개념을 논리, 언어 사상을 의미하는 ‘로고스(logos)’로 지칭한다. 다윈이 갈라파고스에서 가장 먼저 목격한 자연과 생명현상은 피시스이고, 이것이 로고스화된 결과가 바로 진화론이다. 하늘 한 번 올려다볼 겨를 없이 키보드를 타다닥타다닥 두드리는 데 열중하다가 하루를 마무리하는 식의 도시인들의 삶은 로고스로 가득하다. 갈라파고스 항해는 이러한 현대인의 삶에서 완전히 벗어나, 휴대폰도 각종 복잡한 뉴스와도 완전히 멀어져 먹고, 자고, 배설하며 그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찬, 피시스가 충만한 생활에 익숙해지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이를테면 물 사용이 지극히 제한적인 선박에서 환경오염이 되지 않는 방식으로 화장실을 사용하는 문제라든지, 배에서 육지로 내릴 때 이미 건설된 잔교를 이용하는 것(드라이 랜딩)이 아닌, 파도의 흐름에 맞춰 맨발로 뛰어내리느라 하체가 다 젖기도 하는 웨트 랜딩법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저자는 갈라파고스 제도 곳곳에서 만난 다양하고 기묘한 생물체들에 대한 친절한 묘사를 통해 독자를 피시스로서의 자연으로 안내하고 있다. 특히 갈라파고스 제도 중 가장 오래된 섬이자 가장 많은 생물상의 터전이기도 한 레온 도르미도(키커록)에서 스노클링을 하며 만난 해양생물을 묘사한 부분은 피시스와 마주했을 때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자유와 진정한 쾌감을 전달하는 데 있어 이 책의 백미를 이룬다. 깎아지른 듯 솟아오른 두 개의 거대 암석 사이로 아찔할 정도로 깊은 바다가 좁은 회랑처럼 뻗어 있는 레온 도르미도는 수영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생명의 위협이 느껴질 정도로 위험한 장소다. 하지만 수백, 수천 가지 형형색색의 물고기, 하얗고 예쁜 물방울들이 등에 흩뿌려진 가오리, 해조류를 뜯어 먹으며 노니는 바다거북 등 인간의 존재를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모든 생명이 완전히 자유롭게 움직이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는 천혜의 낙원, 그 자체다. 이에 저자는 갈라파고스란 흔히 말하듯 고립되고 세계와 단절된 채 형성된 자기들만의 생태계를 말하는 것이 아닌, 생명의 진정한 모습을 일깨워주는 장소, 진화의 최전선, 생명 본래의 행동을 보여주는 거대한 극장과도 같다고 찬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