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속에서 어제의 기록을 읽어내다!
미술관에 잠들어 있던 명화에서 읽는
아주 사史적이고 매혹적인 이야기 30
절대 권력의 표상으로만 여겨져 온 루이 14세는 사실 그의 콤플렉스를 가리기 위해 패션에 힘을 썼고 그 결과, 프랑스를 하이패션의 메카로 만들었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괴롭히던 정치 포르노는 결국 프랑스 혁명으로 이어진 매개가 되었다. 빅토리아 시대에 등장한 먹지 않고도 사는 ‘금식 소녀들’의 기원은 남성보다 더욱 혹독하고 가혹한 고행을 해야 성자가 될 수 있었던 중세 시대의 굶어 죽은 수녀들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7세기에도 먹스타그램이 있었고 이를 그림으로 주문 제작해 명화로 재현하기도 했다. ‘비정상’으로 여겨지던 반 고흐는 정신 병원에 갇혀 새벽녘 창문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그리며 꿈과 불안, 희망과 고통을 「별이 빛나는 밤」에 담아냈다. ‘하얀 금’이라고 불리던 설탕이 그림 속엔 어떤 형태로 남아 존재하는지, 인류 멸망의 날이 미켈란젤로의 작품에 어떻게 묘사되었는지 그리고 그는 왜 「최후의 심판」에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었는지, 디즈니가 인디언 공주의 신화를 어떻게 환상적인 거짓말로 재포장했는지 등도 모두 역사의 기록으로 남은 명화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은 미술 작품에 잠들어 있던, 혹은 흘려보냈던 역사를 여섯 가지 키워드로 풀어서 살펴보는 그림 역사책이다. 과거를 살던 화가들이 자신들의 시대를 살아 숨 쉬듯 생생하게 그림에 담아낸 역사 즉, 어제의 기록을 읽는다. 근대 이전 역사의 구심점이었던 유명한 왕과 왕비, 의식주와 함께 삶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성과 사랑이 어떻게 그림 속에서 기억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또한 그림 속에 남은 음식의 역사, 그림 속에 기록된 신앙과 종교, 힘과 권력의 역사가 어떻게 그림에 각인되었는지, 그리고 근대 사회의 모습이 담긴 그림을 통해 인간은 어떤 생각과 가치를 지니고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는지를 미술 작품에서 읽어낸다. 그동안 미처 못 보고 있던 시대와 장면이 명화를 보는 순간 또렷하게 눈에 들어올 것이다.
그동안 감춰져 있던 삶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명화
“역사가 담기지 않은 그림은 없다”
우리의 삶은 역사가 되고, 결국 예술로 기록된다
그림 작품에는 단순히 미학적 목적이나 예술적 가치 외에도 그 시대와 사회를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 예술 작품은 한 시대와 사회, 역사를 반영하는 기록물이자 인간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다. 교과서적인 역사 서술에서 드러나는 익숙한 시선이 아닌, 자유롭고 개방적인 눈으로 과거 인물들의 행적과 역사적 사건을 바라본다면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의 목적은 미술을 통한 인문학적 영역으로의 확장에 있다.
그리고 유유히 흘러가던 역사가 어떻게 다시 명화에 멈춰 담겼는지 살펴보면 그때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과 잊혀진 그들의 역사가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 우리 모두의 인생이 그렇듯, 삶은 모두 역사가 되고 결국 예술로 기록된다. 이 그림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그려진 것일까? 우리는 이 작품들을 어떤 눈으로 살펴보고, 어떤 생각과 감정을 느껴야 하며, 어떻게 마음 속에 품어야 하는 걸까? 지나간 역사와 사회를 어떻게 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우리 삶의 모습도 달라진다. 삶을 은유하듯 그때의 역사를 담은 아 그려진 이 그림들을 통해 우리의 삶도 역사가 될 미래의 그날을 떠올려보자.
찬란하게 빛나는 명화, 그 이면의 그림자
그림 속에 깃들어 있던 이야기를 깨우다
내 안의 사유를 깨우는 미술관으로의 초대!
다수의 관객에게 전하는 메시지든, 은유와 암시를 비밀 코드처럼 심어두었든 그림에는 화가의 의도가 항상 담겨 있다. 화가는 단순히 찬란하게 빛나는 명화 한 점을 전하기 위해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었다. 값비싼 중국 도자기, 해외에서 들여온 진귀한 과일, 값비싼 꽃, 귀여운 앵무새나 개처럼 주인이 가지고 있는 소유물 취급을 당했던 ‘인간 사치품’ 흑인 노예가 그려진 ‘정물화’가 대표적이다.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줄리앙 반 스트리크는 정물 사이에 흑인 하인을 넣어 주문자의 허영심을 만족시키는 그림들을 다수 제작했다.
19세기 말, 템스강 주변에서 배출된 대기 오염 물질이 빛을 흡수하고 산란시켜 멀리 있는 물체를 흐릿하고 뿌옇게 보이게 한 스모그는 또 어떤가. 영국 산업 혁명의 부산물인 스모그는 노란색, 갈색, 검은색 등 색색의 안개 스펙트럼이 펼쳐진 도시 풍경을 자아냈고, 많은 작가와 예술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클로드 모네는 “안개가 없었다면 런던은 아름답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이 도시를 장악한 신비로운 안개와 안개 속의 황홀한 빛의 효과를 사랑했고, 도시의 모든 것을 덮고 용해하는 템스강 안개의 마법에 매료되어 100여 점에 달하는 ‘워털루 브리지’, ‘국회의사당’, ‘채팅크로스’ 연작을 남겼다.
이처럼 저자는 명화에 기록된 서사에 새 숨을 불어넣어 다시 우리 눈앞에 서게 했다. 찬란하게 빛나는 명화의 이면에 가려져 있던 그림자를 조명한다. 그동안 그림에서 읽어내지 못했던 그 시대 사람들의 삶과 그들이 지닌 이야기, 그 이면의 그림자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신을 투명하게 내보이도록 만들었다. 그림 속에 깃들어 있던 이야기를 더욱 속속들이 알게 된다면 명화가 전하는 즐거움을 얻는 데 그치지 않고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눈앞에 펼쳐질 더 넓은 세계를 탐험하고 사유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