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랑스, 독일 등 전 세계 28개국 출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전미도서상 번역 부문 최종 후보
타임 선정 올여름 당신이 읽어야 할 책
『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의 숨은 걸작!
『박사가 사랑한 수식』 『임신 캘린더』 등의 베스트셀러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오가와 요코는 일본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무라카미 하루키, 오에 겐자부로 등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번역 출간이 이루어지는 작가로 꼽힌다. 1994년작인 『은밀한 결정』은 비교적 초기작에 속하는 장편소설로, 2019년 ‘The Memory Police’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영문판을 시작으로 프랑스, 독일, 브라질, 러시아 등 28개국에 번역되며 이십오 년 만에 다시금 재조명을 받고 있다. 특히 영미권에서는 “오웰의 『1984』, 브래드버리의 『화씨 451』,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을 연상시키면서도 독자적인 목소리와 힘을 지닌 작품”(타임), “분위기 있는 공포로 가득찬, 잊을 수 없는 문학적 스릴러”(시카고 트리뷴)라는 호평과 함께 전미도서상 번역 부문과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며 화제로 떠올랐다. 2018년에는 일본에서 연극으로 각색되어 이시하라 사토미 주연으로 무대에 올랐으며, <존 말코비치 되기> <이터널 선샤인>의 각본가인 찰리 카우프먼이 각본을,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핸드메이즈 테일>에 참여했던 리드 모라노가 감독을 맡아 아마존 스튜디오에서 영화화될 예정이다.
향수, 리본, 모자, 지금까지 이 섬에서 사라진 것들
새, 장미, 소설, 앞으로 이 섬에서 사라질 것들
알 수 없는 힘으로 인해 사물의 존재와 기억이 사라져가는 섬. 주기적으로 ‘소멸’이 일어나면 섬사람들은 그에 관련된 모든 기억을 잃고, 그러지 않은 사람들은 강압적인 비밀경찰에 끌려가 사라진다. 소설가인 ‘나’의 어머니 역시 기억을 잃지 않은 사람 중 한 명이었고, 이미 소멸한 물건을 지하 서랍장에 숨겨두고서 나에게만 남몰래 보여주며 어떤 물건인지 설명해주곤 했다. 그런 어머니가 비밀경찰에 불려갔다가 시신으로 돌아오고, 들새 연구가였던 아버지마저 돌아가신 후, ‘나’는 가정부 할머니의 남편이자 페리 정비사였던 할아버지와 단둘이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아버지의 연구소에서 무릎에 앉아 쌍안경으로 들여다보던 색색깔의 새, 부모님이 젊은 연인이던 시절 자주 찾았던 장미정원의 꽃, 가족의 추억이 담긴 사진 등 주위를 채우던 소중한 존재들이 하나둘 소멸해가는 속에서도 상실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며 담담한 생활을 이어가던 중, ‘나’는 자신의 소설을 가장 먼저 읽고 평가해주는 담당 편집자인 R씨 역시 소멸한 것에 대한 기억을 잃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할아버지와 합심해서 집안에 작은 은신처를 마련해 그를 숨기는 데 성공한다. 언젠가 R씨가 숨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세상이 오리라는 작은 희망에도 불구하고 ‘소멸’을 철저하게 이뤄내려는 비밀경찰의 기억 사냥은 날로 심해져가고, 달력이 소멸한 탓에 추운 겨울날이 끝없이 이어지면서 섬에는 식량과 물자가 점점 부족해진다. 이윽고 소설마저 소멸하면서 ‘나’는 채울 길 없는 공허감을 느끼는데……
피 한 방울 없이 그려낸 고요한 디스토피아
이십 년 넘는 시간을 건너 도착한 오가와 요코의 보석 같은 초기작
『은밀한 결정』은 SF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시공간이 명확하지 않은 배경과 의식주 묘사, 인물 간의 관계 등은 테크놀로지가 발달한 근미래 디스토피아가 아니라 땅과 바다에서 식량을 자급하고 마을이 하나의 공동체로 기능하던 지난세기의 목가적인 시골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그 저변에는 오가와 요코를 작가의 길로 이끌어준 십대 시절의 애독서 『안네의 일기』가 있었다. 자신의 내면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귀중한 자유임을 깨닫게 해준 이 책처럼, 소중한 존재를 부당하게 빼앗기는 주인공의 시점으로 사회의 모순을 드러내보자는 생각과, ‘기억이 소멸하는 모습을 그려보고 싶다’는 발상을 하나의 주제로 이어본 것이 『은밀한 결정』의 탄생 계기가 된 것이다. 특히 나치 독일을 연상시키는 강압적인 비밀경찰의 감시하에 책을 쌓아놓고 불태우는 분서 장면, R씨가 은신처로 이동하는 날 큰비가 내려 감시의 눈을 피할 수 있었던 장면 등은 『안네의 일기』에 대한 직접적인 오마주다.
“강제수용소에 끌려간 유대인들은 신발도, 머리카락도, 이름도 빼앗겼다. 그러나 안네가 일기를 남겼듯이 사람의 기억은 누구도 빼앗을 수 없다. 쓰는 것, 기억하는 것은 ‘순발력’으로 하는 일은 아니지만, 멀리 보면 저항의 일환이 될 수 있다. (……)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에 짓눌리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자신이 수용할 수 있는 형태로 사실을 덧붙이고 덜어내며 기억하는 것. 그것은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과 대등하다. 삶을 살아가며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 저항이 아닐까.” (오가와 요코, 아사히신문 2020년 10월 7일자에서)
『은밀한 결정』이 영어로 번역 출간되었을 당시, 영미권 독자들 사이에서는 소설 속 비밀경찰의 권위주의적 행보에서 당시 미국의 정치 상황을 비추어보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또한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소멸’이라는 현상을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자연재해처럼 받아들이는 등장인물들의 체념적인 정서는 현재의 팬데믹 상황을 지배하는 무력감과 궤를 같이하며, 소설 속 중요한 사건 중 하나로 등장하는 지진과 해일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광경을 연상시킨다. 오가와 요코는 “정치적 고발을 목적으로 (비관적인) 근미래상을 그리려는 의도는 없었고, 오히려 내가 태어나기 전의 과거를 배경으로 삼을 생각이었다.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면서 해일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나 역시 놀랐다. 내가 그린 소설 속 세계가 지금 현대인이 생각하는 근미래와 이어진다고 생각하니 섬찟하다”고 밝혔다. 자연재해, 테러, 전염병 등 예상할 수 없는 위기로 일상이 흐트러짐을 경험한 현대사회에서, 기억하고 이야기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성을 지키는 길임을 우아하게 설파하는 『은밀한 결정』은 출간 후 사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여전한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과 사람이 얼굴을 맞대고 대화할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일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정체 모를 존재의 위협으로 커뮤니케이션이 끊어지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침묵을 강요받는 지금, 미처 말로 하지 못한 생각을 문학이 대신 건져낼 수 있지 않을까. 소설이란 인간에게 이토록 필요한 것입니다.” (오가와 요코, 『은밀한 결정』 개정판 작가의 말에서)
파애
3.5
읽다가 나도 같이 소멸되는 기분
🩻🌊
4.5
보송보송한 노세범 파우더를 읽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절망적이다.
김말이
4.5
<The memory police> 읽는 내내 장면을 상상하는 머릿속이 고요했고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나도 메모리폴리스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것 같이 - 영어버전으로 읽음 영어제목이 훨씬 적합함 제목차이 하나로 내용이해가 훨배 쉬워짐
두형
4.0
아이를 위한 소설 같기도, 어른을 위한 동화 같기도. 상상력이 대단하다. 소멸의 당위성을 느낀 상태에서의 수용과 불시에 찾아오는 소멸에 대한 슬픔과 아쉬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다름. 그러나 사랑을 위한 공감. 보호로 위장된 소유. 소유로 위장된 보호일지도. 쉽게 읽히나 다 읽고 생각이 많아지는 동화 같은 소설.
ㅎㅇㅅ
3.5
읽는 내내 흰 눈이 덮인 고요한 섬의 해변가가 떠오른다 그 이미지가 외롭다 기억한다는 것에 대한 다양한 시선이 담겨있다 이것은 좀 더 곱씹어봐야 할 듯. 어쩌면 재미있는 발상에서 시작한 큰 뜻이 없는 책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듦
hyun
3.0
우리의 마음이 남아있는 이상 소멸은 영원할 수 없다
보보
3.5
설정이 참 재미있어서 그려지는 공간의 이야기가 재미있었는데 후반부로 갈 수록 조금의 아쉬움?
정민
1.5
호러 SF 소설. 그저 그런 소멸들로 내용을 이끌어가다가 어느 순간 공포스러운 디스토피아 세계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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