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군기

메도루마 슌 · 소설
32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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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 소개

오키나와(반전투쟁)를 에워싼폭력에 대한 메도루마의 문학적 보복 이 책은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로 현재 오키나와 반기지 운동의 선봉에 서 있는 메도루마 슌의 초기 소설(1980년대)을 묶은 것이다. 류큐신보 단편소설상을 수상한 '어군기', 신오키나와문학상을 수상한 '평화거리라 이름 붙여진 거리를 걸으면서' 등 총 7편의 중단편 소설 모음집이다. 소설의 주제는 오키나와로 계절노동을 하러 왔던 타이완인 여공을 둘러싼 이야기에서부터, 일본 천황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풍자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런 만큼 이 소설집에는 메도루마가 부조리한 현실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기 위해 고투한 흔적이 오롯이 남겨져 있다. 메도루마는 쇼와 말기(1980년대) 가볍게 부유하는 사회에 위화감을 느끼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90년대에는 끝나지 않은 전쟁인 오키나와 전을 둘러싼 기억의 망각에 대항해 ‘기억 투쟁’을 전개했고, 2000년대에는 미군의 폭력적 지배 구조 및 오키나와 사회 내부의 모순을 겹쳐 쓴 장편소설을 발표하는 등 오키나와를 둘러싼 현실을 선취해서 뛰어난 문학적 언어로 조형해 냈다. 그 과정에서 메도루마 슌의 작품 세계는 오키나와를 둘러싼 내외부의 안이한 시선과 인식을 거부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그는 오키나와를 특수하게 바라보면서 자족하는 내외부의 인식 구조에 균열을 일으켜서 예외적 범주가 아닌 보편적 범주로 오키나와를 펼쳐 놓음으로써 평행으로 외부와 연대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려 했다. 하지만, 메도루마 슌은 2000년대 후반 이후 작품 활동으로부터 멀어져, 반기지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메도루마는 나고시 헤노코 앞바다의 미군 관할 수역내로 진입했다가 체포돼 8시간 동안 구금되기도 했다.) 메도루마는 특정 지역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고서, 그 지역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그 지역의 역사적 필연성”(치누아 아체베)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평화를 지향하는 문학을 창출해 냈다. 그가 지향했던 평화의 속뜻은 그의 초기 중단편 소설을 통해서 확인해 볼 수 있다. 미국-미군 기지와이것의 이해관계에 편승한 일본을 겨냥한 대항폭력 오키나와(반전투쟁)를 에워싼 폭력에 대한 메도루마의 문학적 보복은 에돌아가지 않고 맞서야 할 대상의 중심부를 향한다. 그것은 오키나와의 부정한 현실에 조금이라도 타협하지 않는 그의 문학적 행동주의와 결부된다. 오키나와의 독립론을 자신의 정치적 입장으로 뚜렷이 표방한 그에게 일본의 위선적 평화와 전‘후’의 현실은 전복과 위반해야 할 기만의 실체인바, 일본과 미국에게 메도루마와 그의 문학은 지극히 불온한 것이다. 일본의 국체인 천황에 대한 가차 없는 조롱·야유·비판을 통해 오키나와에 가해진 제국의 유무형의 폭력에 대한 메도루마의 문학적 보복을 우리는 또렷이 목도하였다. 전쟁이 항시 존재하는 오키나와의 현실이 말 그대로 전복되지 않는 한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한계를 초과한 유무형의 폭력이 기승을 부릴 것이고 이러한 폭력의 은폐와 연쇄 속에서 오키나와의 일상(휴양지로서 오키나와 관광 이미지)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묵시록적 미래로 재현될 것이다. 그렇다면, 메도루마의 이 같은 문학적 보복은 표면상 오키나와의 일상을 위태롭게 하고 있는 미국-미군 기지와 이것의 이해관계에 편승한 일본을 겨냥한 대항폭력의 성격을 띠되, 심층적으로는 오키나와 폭력의 기제에 대한 발본적 문제제기와 합리적 해결책 없이 일본이 기만적으로 포장하는 평화의 쉼터와는 거리가 먼, 그래서 유무형의 폭력으로 점철된 지옥도가 바로 오키나와의 현실로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을 준열히 경고한다. 따라서 메도루마의 문학적 보복-대항폭력을 단순히 판단해서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메도루마의 초기 단편에는 이러한 세계가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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