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웃는가?”
‘유머 인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이 책은 유머의 본질과 기능을 파고든다. 유머란 무엇인가? 우리는 왜 웃는가? 너털웃음, 키득거림, 소리 없는 웃음에는 과연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가? 유머는 체제 전복적인가? 유머로 상대의 이견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까? 우리는 ‘위트’를 정의할 수 있을까?
위와 같은 질문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며, 이 책은 다양한 철학적 개념을 도입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탁월한 유머로 가득 찬 이 책은, 그러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유머에 관한 인류 정신의 발달 과정을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유머가 부조화에서 기인한다거나, 유머가 타인에 대한 가학적인 형태의 우월감을 반영한다는 등의 다양한 이론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또 한편으로,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아퀴나스, 홉스, 프로이트, 바흐친에 이르는 광범위한 인용을 통해 수세기에 걸친 유머의 사회적·정치적 진화 과정과 그 기저에 깔린 정신분석적 기제를 살펴본다.
언어공격과 혐오발언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유머와 웃음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또 유머가 사회적 갈등을 바로잡는 수단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이 책이 좋은 길잡이가 되리라 믿는다.
◈ ‘유머 인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테리 이글턴
인생이 연극이라면 절반은 비극이고 절반은 희극이다. 그래서 희극과 유머의 본질을 탐구한다는 것은 우리 인생이 가지는 의미의 나머지 절반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과 같다. 유머라고 하면 우리는 보통 잠깐의 쉼과 즐거움을 주는 작은 오락으로만 생각하기 쉽다. 테리 이글턴의 책은 이런 통념을 뛰어넘어 ‘웃음’, ‘우스움’, ‘우스개’와 그 주변 현상(희극, 위트, 풍자, 아이러니 등)에서 인간과 사회의 본질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 유머라는 보물을 찾기 위해 테리 이글턴은 과거와 현재의 지도를 펼치며, 철학자, 사상가, 작가 등이 걸어갔던 길을 따라가 보며 겹치고 갈라지는 다양한 지점을 확인한다.
인간에게 유머와 웃음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현상이지만, 그 존재 이유는 여전히 신비의 베일에 가려 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부터 시작해서 근대의 걸출한 사상가들에 이르기까지 유머와 웃음은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고 부정적 혹은 긍정적 평가를 받아 왔다. 우리 시대 최고의 문학 비평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테리 이글턴의 이 책은 특히 철학자 및 사상가 중심의 기존의 유머학 저서에서 느껴지는 아쉬운 부분을 문학을 통해 보완해주고 있다. 이로써 이 책은 ‘유머 인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