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이런 게 사랑이라고요? ‘사랑의 매’라는 거짓말에 맞서는 다섯 편의 생생한 명강연, ‘인문학으로 바라본 체벌 이야기’ 단 한 대도 때리지 않는 사회를 꿈꾸다! ‘사랑해서 때린다는’ 말, 정말일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체벌과 학대를 ‘문학’ ‘역사’ ‘여성’ ‘심리’ ‘종교’라는 다섯 가지 카테고리로 깊이 있게 풀어내며 호응을 얻은 ‘인문학으로 바라본 체벌 이야기’ 강연을 엮은 책. 아동 체벌 및 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라는 인식을 넘어, 어른-아이 관계에 내재된 억압적 위계, 가족 안에 존재하는 권력관계, 어린이를 한 명의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세밀하게 탐구함으로써 아동폭력의 민낯을 드러내고자 했다. 나아가 체벌과 아동학대가 그 자체로 특수한 현상이기보다는 사회적 약자를 향한 폭력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문학’ ‘역사’ ‘여성’ ‘심리’ ‘종교’ 분야에 걸쳐 있는 인문학이라는 고리는 ‘아이들을 때려선 안 된다’와 같은 도덕 교과서식 지침 대신 다른 관점에서 체벌 문제를 바라보도록 이끈다. 인문학을 통해 체벌의 문제를 한국 사회 전반의 폭력과 혐오 문제로 확장함으로써, 해결책이 체벌 근절이라는 지평이 아닌 어린이라는 존재를 숙고하고 존중하는 차원에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각 강연 끝부분에는 현장 강의 때 강연자에게 제기된 질문들을 선별 수록해 강연 본편에 미처 담지 못한 청중들의 생생한 의견을 보강했다. 다섯 명의 강연자와 세이브더칠드런의 관련 도서 추천 목록도 논의를 한층 더 심화해줄 것이다. 인문학, 체벌을 질문하다! 부모를 비롯한 어른들이 아이들을 체벌할 때 가장 많이 들먹이는 말이 바로 ‘사랑의 매’이다. 혹은 대다수의 어른들이 체벌 직전 아이들을 향해 ‘정말 때리고 싶지 않은데, 너를 사랑해서 때리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말은 과연 사실일까? 어른들은 정말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때리는 것일까? 《사랑해서 때린다는 말》에 실린 다섯 편의 강연은 이런 질문들에 각기 다른 방식으로 답하고자 했다. 그렇다면 인문학을 통해 체벌을 질문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다섯 편의 강연은 서로 다른 분야를 관통하면서도, 몇 가지 핵심적인 관점을 공유한다. 아동은 타인이 함부로 침해할 수 없는 인격을 지닌 독립적인 주체라는 관점이 바로 그것이다. ‘체벌’을 부모나 교사의 훈육이 아닌 권력관계에 따른 폭력 문제로 전환한다는 점에서도 기존의 체벌 관련 책들과 차별화된다. 체벌 옹호-반대라는 지나치게 나이브한 구도가 체벌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별반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느낀 독자라면 이 강연들을 통해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체벌이 근본적으로 ‘폭력’에 해당한다는 관점에서 가해-피해 관계의 첨예한 문제들을 세심하게 따라가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문학 편] 아동문학, 폭력에 맞선 투쟁의 최전선 아동문학평론가 김지은의 문학 강연은 국내 및 해외의 아동문학 작품들을 소개하며 아동문학이 폭력을 어떻게 재현하고 있는지, 아이들이 현실의 폭력 문제와 마주하게 될 때 문학적 서사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섬세하게 이야기한다. 특히 ‘한국 아동문학에 나타난 폭력 이야기’의 계보를 추적하는 부분에서는 국내 아동문학이 폭력 서사를 재현하는 방식에 오랫동안 주의를 기울여온 강연자의 깊은 내공을 느낄 수 있다. 폭력 문제를 다룬 동화책을 고르거나 추천할 때 염두에 두면 좋을 점들도 함께 소개하고 있어, 동화책을 읽거나 추천해야 하는 독자들이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문학 편 강연은 기본적으로 폭력의 문제와 관련해 뛰어난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동화나 문학작품들을 선별해 소개하고, 해당 서사가 전하는 통찰을 청중, 독자들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를테면 부잣집에 고용되어 그 집 아이를 대신해 매를 맞는 가난한 집 아이의 이야기를 그린 《휘핑보이》 같은 작품은 누군가 나를 대신해서 맞을 때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공포와 고통을 선연하게 보여준다. 중세 유럽의 귀족 가정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지만, 이른바 ‘본보기 체벌’이라는 것이 최근까지도 학교에서 다수의 아이들을 통제하는 방편으로 활용되었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이뿐만 아니라 ‘체벌을 유예하는 행위’ 역시 또 다른 체벌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지금 당장 때릴 수도 있지만 한 번쯤은 참아주겠다는 식의 경고는 물리적으로 체벌을 가하는 것은 아닐지언정 체벌 위협을 가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연장된 체벌과 다름없다. 기본적으로 아동문학은 사회 곳곳의 은폐된 폭력을 찾아내 어린이의 목소리로 드러내고자 한다. 현실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폭력 상황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가공해서 어린이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은 취조나 수사를 통해 이른바 ‘팩트’(체벌 및 폭력 여부)를 따져 묻는 행위와는 결을 달리한다. 폭력 상황 자체가 아닌, 폭력 상황에 관한 서사를 접하며 아이들은 이 사회의 잔인한 현상들과 마주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 불안을 어루만지고 현실의 폭력을 압도할 수 있는 문학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함으로써 어린이가 자신의 행위를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 연습은 ‘맥락’을 사고하게 한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사건을 둘러싼 여러 가지 맥락들을 무시한 채 오로지 ‘팩트’만을 종용하는 사회에서 어린이들이 맥락을 사고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작품을 매개로 난폭한 행위의 숨겨진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심리 상태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냄으로써 비판적 사고 실험을 해볼 수도 있다. 물론 가해자의 상태에 대한 공감을 가해자의 입장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여기서의 공감이란, 우리 자신이 언제든지 상대적 강자의 자리에 설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그 마음이 왜 부당한 마음인지 스스로 생각하고 반성해보는 행위를 뜻한다. 문학적 서사를 통해 스스로의 행위를 날카롭게 성찰해보는 것이다. 이처럼 문학은 어린이에게 반폭력의 방식으로 폭력에 대응하는 길을 열어준다. [역사 편] 어린-아이이기 전에 사회 구성원 역사 편 강연은 체벌 문제를 ‘어린이의 역사’라는 훨씬 더 근본적인 지평에서 논의한다. 인류가 여태껏 아동을 어떤 존재로 대해왔는지 역사적인 틀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이것은 어른들의 일방적인 잣대로 아이들을 규정하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기획에 가깝다. 우선 최초의 인류 사회인 수렵?채집 사회에서부터 국가 중심의 본격적인 학교 교육이 등장한 근대 시기까지 어린이가 사회에서 어떤 존재로 받아들여졌는지를 역사적으로 짚어본 다음, 성인 보호자의 그늘에서 벗어나 사회문제에 대해 주체적으로 목소리를 낸 어린이들의 역사적 사례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어린이에 관한 일련의 역사를 따라가면서 독자들은 어린이라는 존재가 그동안 한 번도 독자적인 주체로 사고되지 못했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어린이’라고 할 때 그 존재는 항상 성인을 보호자로 필요로 하는 대상, 스스로 온전히 사고하고 행동하지 못해 어른들의 통제와 허락을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어린이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미성숙하기만 한 존재가 아니다. 4·19 혁명 당시 시위에 나선 수송국민학교 학생들, 6·10 만세운동을 주도한 고등학생들, 2017~2018년 겨울 촛불집회에 나가 세월호사건에 대해 발언한 청소년들까지, 우리는 분명 한 명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발언하고 생각을 정립해나가는 아이들과 마주하고 있다. 결국 우리가 문제 삼아야 할 것은 어린이의 미성숙함이 아니라, 어린이를 미성숙한 존재로 보는 어른들의 협소한 관점이다. 체벌옹호론 역시 어린이가 스스로 판단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어른이 (체벌을 통해서라도)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핵심으로 한다. 하지만 이 사회가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