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고아원 | 뿔 없는 코뿔소 | 버려진 알 | 파라다이스 | 첫 번째 기억 | 망고 열매 색 하늘 | 코뿔소의 바다 | 파란 지평선 | 심사평
긴긴밤
루리 · 키즈
144p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세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코뿔소가 된다면, 소중한 이를 다 잃고도 ‘마지막 하나 남은 존재’의 무게를 온 영혼으로 감당해야 한다면 어떠할까? 친구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어린 생명이 마땅히 있어야 할 안전한 곳을 찾아 주기 위해 본 적도 없는 바다를 향해 가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이 책은 지구상의 마지막 하나가 된 흰바위코뿔소 노든과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어린 펭귄이 수없는 긴긴밤을 함께하며, 바다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울퉁불퉁한 길 위에서 엉망인 발로도 다시 우뚝 일어설 수 있게 한 것은, 잠이 오지 않는 길고 컴컴한 밤을 기어이 밝힌 것은, “더러운 웅덩이에도 뜨는 별” 같은 의지이고, 사랑이고, 연대이다. 수단에게서 시작된 이야기 <긴긴밤>은 “압도적인 감동의 힘” “인생의 의미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과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의 엄숙함” “멸종되어 가는 코뿔소와 극한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펭귄의 모습을 아름답게 그려 낸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5번 레인>과 함께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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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 소개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긴긴밤』
세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흰바위코뿔소와
코뿔소 품에서 태어난 어린 펭귄.
그땐 기적인 줄 몰랐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다른 우리에게 서로밖에 없다는 게.
『긴긴밤』은 우리의 삶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다리가 튼튼한 코끼리가 다리가 불편한 코끼리의 기댈 곳이 되어 주는 것처럼, 자연에서 살아가는 게 서툰 노든을 아내가 도와준 것처럼, 윔보가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는 치쿠를 위해 항상 치쿠의 오른쪽에 서 있었던 것처럼, 앙가부가 노든의 이야기를 듣고 또 들어 준 것처럼, 작지만 위대한 사랑의 연대를 보여 준다._송수연(아동문학평론가)
세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코뿔소가 된다면, 소중한 이를 다 잃고도 ‘마지막 하나 남은 존재’의 무게를 온 영혼으로 감당해야 한다면 어떠할까? 친구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어린 생명이 마땅히 있어야 할 안전한 곳을 찾아 주기 위해 본 적도 없는 바다를 향해 가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이 책은 지구상의 마지막 하나가 된 흰바위코뿔소 노든과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어린 펭귄이 수없는 긴긴밤을 함께하며, 바다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울퉁불퉁한 길 위에서 엉망인 발로도 다시 우뚝 일어설 수 있게 한 것은, 잠이 오지 않는 길고 컴컴한 밤을 기어이 밝힌 것은, “더러운 웅덩이에도 뜨는 별” 같은 의지이고, 사랑이고, 연대이다.
마음을 뒤흔드는 압도적인 감동의 힘
수많은 긴긴밤을 함께했으니 ‘우리’라고 불리는 것은 당연했다.
몇 년 전 뉴스에 소개된 ‘지구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수컷 북부흰코뿔소 수단’은 우리를 깊이 반성하고 돌아보게 했다. 그때까지 수단은 어떤 삶을 살아낸 것일까. 그 고단한 눈으로 만끽한 순간은 무엇이고 도려낸 순간은 무엇일까. 우리가 알 수 없는 수단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무엇을 만나게 될까.
수단에게서 시작된 이야기 『긴긴밤』은 “압도적인 감동의 힘” “인생의 의미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과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의 엄숙함” “멸종되어 가는 코뿔소와 극한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펭귄의 모습을 아름답게 그려 낸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5번 레인』과 함께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코끼리 무리에서 자라난 코뿔소 노든과,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어린 펭귄. 사랑하는 이들의 몫까지 살아 내야 하는 노든과 스스로 살고 싶어서 악착같이 살아 내는 어린 펭귄.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다른 두 존재가 ‘우리’가 되어 긴긴밤을 뚫고 파란 지평선(바다)으로 나아가는 여정은 오래도록 내 안의 힘으로 머물러 줄 것이다.
“저기 지평선이 보여? 초록색으로 일렁거리는. 여기가 내 바다야.”
“나도 여기가 좋아요. 여기에 있을래요.”
“너는 펭귄이잖아. 펭귄은 바다를 찾아가야 돼.”
“그럼 나 코뿔소로 살게요. 내 부리를 봐요. 꼭 코뿔같이 생겼잖아요.”
“너는 이미 훌륭한 코뿔소야. 그러니 이제 훌륭한 펭귄이 되는 일만 남았네. 이리 와. 안아 줄게. 그리고 이야기를 해 줄게. 오늘 밤 내내 말이야. 너는 파란 지평선을 찾아서, 바다를 찾아서, 친구들을 만나고, 우리 이야기를 전해 줘.” _본문 중에서
“작지만 위대한 사랑의 연대”
“노든 곁에서 내가 같이 흰바위코뿔소가 되어 줄게요.”
눈이 보이지 않으면 눈이 보이는 코끼리에게, 다리가 불편하면 다리가 튼튼한 코끼리에게 기대어 걸으면 되는 코끼리들의 세계. 코끼리처럼 코가 자라지 않는 것은 별문제가 아니라는 편견 없는 말 속에서 노든은 어엿한 코끼리로 살았다. 그러나 스스로 앞날을 선택해야 하는 때가 왔을 때 노든은 또 다른 자신인 코뿔소가 되기 위해, 코끼리들의 응원을 받으며 바깥세상으로 나선다.
“우리가 너를 만나서 다행이었던 것처럼, 바깥세상에 있을 누군가도 너를 만나서 다행이라고 여기게 될 거야.”
바깥세상은 노든의 상상보다 더 행복했지만, 고통 또한 작열했다. 코끼리 고아원에서 야생으로 야생에서 동물원으로 동물원에서 다시 길 위로, 노든 곁엔 그와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같은 빗방울을 맞고, 서로의 입김으로 긴긴밤을 녹여 준 이들이 있었다. 야생에서 살아가는 게 서툰 노든을 ‘엉뚱하지만 특별한 코뿔소’라고 불러 준 아내, 악몽을 꾸지 않고 긴긴밤을 견딜 방법을 알려 준 앙가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무서운 밤 너머 ‘내일’을 딛고 서게 해 준 치쿠까지. 그들이 있었기에 노든은 힘을 낼 수 있었고 어린 펭귄은 그의 온 세계였던 알 껍질보다 견고한 사랑 속에서 자라날 수 있었다. 서로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종국에 다다르는 곳은 다를지라도, 언제나 함께하고 있다는 확신은 이 작품을 읽는 독자들에게 위안을 준다.
모든 것이 기적이었다. 윔보와 치쿠가 버려진 알을 품어 준 것부터, 전쟁 속에서 윔보가 온몸으로 알을 지켜 내 준 것, 치쿠가 노든을 만나 동물원에서 도망 나온 것, 마지막 순간까지 치쿠가 알을 품어 준 것,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에 노든이 있어 주었던 것……. 그 모든 것이 기적이라는 단어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었다. _본문 중에서
“훌륭한 코뿔소가 되었으니 이제 훌륭한 펭귄이 되는 일만 남았네.”
“별이 빛나는 더러운 웅덩이를 타박타박 걷고 있을 아이들에게 버팀목이 되어 줄 이야기”
코뿔소 노든과 어린 펭귄이 파란 지평선을 찾아가는 여정은 나는 누구인지, 나의 존엄은 어디에서 오는지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먹는 것, 자는 것, 걷는 것…… 어떤 것도 쉬운 것이 없는 냉엄함 속에서도 어린 펭귄의 존엄이 부서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치쿠와 윔보, 모든 것을 함께했던 노든의 ‘사랑’이 둘러싸고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들이 함께 건넌 긴긴밤이 있었기에, 별들만큼이나 반짝이던 코뿔소의 눈이 어린 펭귄의 첫 기억으로 새겨져 있기에, 어린 펭귄이 걸어가는 뒷모습을 오래오래 지켜봐 준 노든이 있었기에 우리는 믿게 된다. 어린 펭귄이 자신의 바다로 담대하게 뛰어들 것을, 더 많은 긴긴밤을 견뎌 낼 것을, 긴긴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는 무언가를 찾아낼 것을 말이다.
사랑과 연대, 생명의 존엄을 담은 동화 『긴긴밤』을 견인하는 또 다른 힘은, 하나의 세계를 통과해 또 하나의 세계로 들어서는 아이들을 향한 격려다. 나를 증명할 이름 따위 없어도 코가 자라지 않아도 괜찮다는 안도를, 불완전하고 대단하지 않아도 너는 너 자체로 충분하다는 응원을, 그만하면 안간힘을 다했다는 위로를, 수없는 기적이 모여 ‘나’라는 기적을 이루었다는 믿음과, 눈앞의 바다를 마주할 용기를 쥐여 준다.
“다른 펭귄들이 나를 좋아해 줄까요? 노든처럼 나를 알아봐 줄까요?”
“물론이지. 아마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너를 관찰하겠지. 하지만 점점 너를 좋아하게 되어서 너를 눈여겨보게 되고, 네가 가까이 있을 때는 어떤 냄새가 나는지 알게 될 거고, 네가 걸을 때는 어떤 소리가 나는지에도 귀 기울이게 될 거야. 그게 바로 너야.” _본문 중에서
이 작품은 ‘나로 살아간다는 것’의 고통과 두려움, 환희를 단순하지만 깊이 있게 보여 준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나를 향해 있던 모든 이의 긴긴밤을, 그 눈물과 고통과 연대와 사랑을 이야기한다. 『긴긴밤』 속 전언처럼 우리 삶은 더러운 웅덩이 같은 곳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더러운 웅덩이 속에 빛나는 별이 있다는 사실도 잊지 않고 이야기한다. 오늘도 “별이 빛나는 더러운 웅덩이”를 타박타박 걷고 있을 아이들에게 이 책이 작은 버팀목이 되어 주리라 믿는다._송수연(아동문학평론가)
미세한 잔떨림이 커다란 파동으로.
2020년 『긴긴밤』으로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로 비룡소 황금도깨비상을 동



석미인
4.5
훌륭한 코끼리이자 이름 없는 펭귄이었던 이가 각자가 고유한 아이였던 우리들, 지금도 긴긴 헤엄을 치고 있을 사람들에게 보내는. + 왜 동화는 약간 슬퍼야 하는가에 대한 타임지 기고글을 덧붙인다. 동화 작가 케이트 디카밀로가 같은 동화 작가 맷 데 라 페냐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이고 김명남님의 번역이기도 하다. 친애하는 맷, 나는 당신의 책 [사랑]을 읽었어요. 그리고 당신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내가 책장을 넘겨 피아노 밑에 숨은 아이를 보았을 때, 꼭 내 존재가 인정받은 듯한 느낌이 밀려들었다는 사실을. 꼭 누가 나를 봐준 것 같았다는 사실을. 내가 바로 그렇게 실제로 (또한 은유적으로) 피아노 밑에 숨던 아이였죠. 나는 우리 가족의 비밀과 두려움 때문에 고립된 기분을 느끼는 아이였어요. 내가 아이였을 때 그 그림을 보았다면 엄청나게 안도했을 거예요. 내가 혼자가 아니란 걸 알았을 거예요. 덜 창피하게 느끼게 되었을 거예요. 당신은 내게 물었죠. 우리 동화 작가들은 우리 독자들에게 얼마나 솔직해야 하느냐고. 우리가 할 일은 아이들에게 진실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아이들의 순수함을 지켜주는 것인지. 나도 당신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아이들이 가득한 강당에서 “이 가운데 [샬롯의 거미줄]을 알고 좋아하는 친구가 있나요” 하고 물어본 적 있나요? 내 경험으로는, 거의 모든 아이들이 손을 들어요. 그다음에 “읽고 울었던 친구가 있나요” 하고 물어보면, 번쩍 들었던 손들이 대부분 여전히 번쩍 들려 있어요. 내가 어릴 때 제일 친했던 친구는 [샬롯의 거미줄]을 읽고 또 읽었죠. 마지막 쪽까지 읽자마자 책을 뒤집어 처음부터 다시 읽었어요. 몇 년 전 나는 그 친구에게 그때 왜 그랬느냐고 물어보았죠. “그 책을 읽고 또 읽었던 이유가 뭐야?” 나는 물었어요. “다시 읽으면 결말이 다르게 나올 수 있을 거라고, 더 좋은 결말이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샬롯이 죽지 않을 거라고?” “아냐.” 친구는 대답했어요. “그런 게 아니었어. 내가 읽고 또 읽었던 건 결말이 다르게 나오기를 바라서가 아니었고, 결말이 다르게 나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도 아니었어. 결말이 다르게 나오지 않으리란 걸 똑똑히 알기 때문이었어. 나는 결국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그게 어떻게든 괜찮아진다는 것도 알았어. 도저히 내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다시 읽어보면, 모든 것이 너무나 아름다웠어. 그리고 나는 내가 감당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지. 그게 바로 그 책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였어. 그게 바로 내가 들어야 했던 이야기였어. 내가 어떻게든 그것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 그러니 내가 생각하기에, 당신과 나를 비롯하여 어린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신성한 일을 해보려고 애쓰는 모든 작가가 답해야 할 질문은 이것이에요. 우리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되 그 진실을 감당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낼까요?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면, 나는 어떻게 내가 작가가 되었는가 하는 사연을 들려줘요. 어릴 때 내가 어떤 아이였는지 말해주고,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우리 아빠가 가족을 떠났다는 것도 말해줘요. 4년 전 사우스다코타에 갔을 때였어요. 거대한 강당을 메운 900명의 아이들 앞에서 여느 때 하는 이야기를 들려줬죠. 내가 어릴 때 만날 아팠다는 이야기, 우리 아빠가 우리를 떠났다는 이야기. 그다음에는 내가 글을 쓰고 싶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어요. 끈기 있게 계속 해보았다는 것도 말해주었어요. 질의응답 시간에 한 남자아이가 내게 물었어요. 만약 내가 만날 아픈 아이가 아니었고 아빠가 나를 떠나지 않았더라도 작가가 되었을 것 같으냐고요. 나는 “만약 내가 그런 일들을 겪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여러분 앞에 서 있는 일은 없었을 가능성이 꽤 높았을 것 같군요” 하는 식으로 대답했죠. 그러자 한 여자아이가 손을 들고 말했어요. “알고 보니까 선생님은 선생님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했던 거네요.” 아이들이 강당을 빠져나갈 때, 나는 문간에 서서 지나가는 아이들과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았어요. 그때 한 남자아이가 – 호리호리한 다리에 금발 머리카락의 아이였어요 – 내 손을 잡으면서 말했어요. “나는 여기 사우스다코타에 있고 우리 아빠는 캘리포니아에 있어요.” 아이는 반대쪽 손을 들어 캘리포니아 방향을 가리켰죠. “아빠는 거기 있고 나는 엄마랑 같이 여기 있어요. 그래서 나는 내가 괜찮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오늘 선생님은 선생님이 괜찮다고 말했잖아요. 그래서 이제 나는 나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뭘 할 수 있었겠어요? 울지 않으려고 애썼죠. 아이의 손을 계속 잡고 있었죠. 아이와 눈을 마주쳤어요. 그리고 말했어요. “너는 괜찮을 거야. 너는 괜찮아. 아까 다른 아이가 말했잖아.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해.” 나는 그 아이와 깊이 연결된 기분이었어요. 누군가 나를 봐주었구나 하는 기분을, 우리 둘 다 느꼈다고 생각해요. 내가 [샬롯의 거미줄]에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 읽을 때마다 울게 되는 부분은 끝 쪽에 나와요. 이런 대사죠. “이 가을날들은 점점 더 짧아지고 추워지겠지. 나뭇잎들은 나뭇가지에서 헐거워지다가 땅으로 떨어지겠지. 크리스마스가 올 테고, 그다음엔 눈 덮인 겨울이 올 거야. 너는 살아서 꽁꽁 언 세상의 아름다움을 즐길 거야. 넌 주커만 아저씨에게 중요한 존재이고, 아저씨는 널 결코 해치지 않을 테니까. 겨울도 지나갈 테고, 낮이 길어질 테고, 풀밭에 고인 물이 녹을 거야. 멧종다리가 돌아와서 노래할 테고, 개구리들이 깨어날 테고, 다시 따스한 바람이 불어올 거야. 그 모든 장면과 소리와 냄새를 너는 즐길 거야, 윌버. 이 사랑스러운 세상을, 이 소중한 나날을…” 나는 E. B. 화이트가 어떻게 그 일을 해냈는지를, 그러니까 어떻게 진실을 말하면서도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냈는지를, 그 비결을 오랫동안 고민해왔답니다. 그리고 내 생각에 당신이라면, 사랑에 대해 그렇게 아름다운 책을 쓴 당신이라면, 결국 내가 생각해낼 수 있었던 해답은 사랑뿐이었다고 말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 같군요. E. B. 화이트는 세상을 사랑했습니다. 세상을 사랑하기에, 세상에 관한 진실을 말했죠. 그 슬픔을, 애통함을, 가슴 미어지게 만드는 아름다움을. 그는 자신의 독자들을 충분히 믿었기에 그들에게 진실을 말했고, 그 진실과 더불어 위안이, 또한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이 왔던 겁니다. 우리가 할 일은 우리의 어린 독자들을 믿는 것입니다. 우리가 할 일은 보는 것, 또한 남들도 우리를 보도록 허락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할 일은 세상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랑을 담아, 케이트.
winterspring
5.0
중간중간, 마음이 무거워져 책 읽기를 멈출 때마다 그 순간의 감상을 조금씩 적어 두었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긴 후기를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책을 다 읽은 직후에는 정신없이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쁘고 다행인데, 괴롭고 기약이 없다. 아. 눈물이 울컥 올라왔다. 책의 중반을 지날 때까지도, 이 책을 읽기에 나는 너무 커버렸나보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용이 유치하게 여겨지거나 공감할 수 없어서 그랬던 게 아니다. 되려 그 반대였다. 나는 어떤 고통은 절대로 없던 것처럼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걸 알만큼은 컸고, 그래서 노든에게 부여되는 반복적인 비극이 너무 현실적으로, 끔찍하게 와 닿았다. 몇 번씩 책을 내려 놓고 중간 감상이나 끄적였던 것도 이 때문이다. 숨이 턱턱 막혀서 이어 읽기가 힘들었다. 좀 더 어린 나이에 읽었더라면 주인공의 삶에 마땅히 있을법한 고난으로, 성장의 동력이 되는 자양분 정도로 느낄 수 있었을까? 어쨌든 지금의 나는 그러지 못했고, 발생하는 모든 사건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으며. 절망이 계기가 되어 새로운 인생이 또 시작되는 법이라고 수긍하기에는, 노든에게 주어지는 비극은 너무 작위적이고 다 회생불가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청소년 도서인 것이 믿기지 않을만큼 폭력적이라고 느꼈었다. 우리는 왜 교훈을 명목으로 등장인물에게 가차없이 고통을 부여하는가, 왜 그런 방법만을 채택하는가에 대해서는 지금도 여전히 회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끝까지 다 읽었을 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레짐작했던 것처럼 억지 가르침이나 거대한 엔딩이 기다리고 있지 않았다. 완전히 새로운 엔딩이었다. 괴로움을 견디며 다 읽고나니 거기에 삶 그 자체가 있었다. 살아왔고, 살고있고, 살아갈 모든 이가 '그래, 그런 거지' 하고 끝내 고개를 끄덕일 이야기였다. 뭐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할 순 없지만,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아는 그런 것. 텀을 오래 두고, 여러 번 다시 읽을 것이다. 나이가 더 마아않이 들면 그땐 눈물 대신 미소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 "더 넓은 세상으로 가. 네가 떠나는 건 슬픈 일이지만 우리는 괜찮을 거야. 우리가 너를 만나서 다행이었던 것처럼, 바깥세상에 있을 또 다른 누군가도 너를 만나서 다행이라고 여기게 될 거야." (15쪽) - "생각해 보면 나는, 원래 불행한 코뿔소인데 제멋대로인 펭귄이 한 마리씩 곁에 있어 줘서 내가 불행하다는 걸 겨우 잊고 사나 봐." (88쪽. 노든이 이 말을 할 때 마음이 정말 아팠다.) - 나는 물속에서 느낀 것을 노든에게 설명할 수 없는 것이, 그리고 노든과 내가 다르다는 것이 너무 서운했다. "그치만 나한테는 노든밖에 없단 말이에요." "나도 그래." 눈을 떨구고 있던 노든이 대답했다. 그때 노든의 대답이 얼마나 기적적인 것이었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다른 우리가 서로밖에 없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그때는 몰랐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이 기적이었다.(94쪽) - "다른 펭귄들도 노든처럼 나를 알아봐 줄까요?" "누구든 너를 좋아하게 되면, 네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어. 아마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너를 관찰하겠지. 하지만 점점 너를 좋아하게 되어서 너를 눈여겨보게 되고, 네가 가까이 있을 때는 어떤 냄새가 나는지 알게 될 거고, 네가 걸을 때는 어떤 소리가 나는지에도 귀 기울이게 될 거야. 그게 바로 너야." (99쪽) = 2021.2.12
성유
4.5
우리는 긴긴밤을 넘어, 오늘도 살아가겠지. 초록색으로 일렁거리는 지평선, 지평선이 전부 파랗게 변할 때 보이는 바다, 망고 열매 색 하늘을 바라보며.
134340
4.5
어쩌면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이름 붙여지기에 불행한 것이다
취향의발견
4.5
누군가의 약한 오른쪽에 계속 서있어 준다는 것, 아름답다
juunustop
4.0
삶=긴긴밤, 그러나 별처럼 반짝이는 몇몇 순간들
Susan Shin
5.0
함께 사는 일이 무엇인지 이렇게 쉽고 분명하게 말해주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없다. 너를 이름으로 부르지 않아도 나는 너를 알고, 너도 내가 그럴 것임을 믿고, 너와 내가 약해도, 약하니까 우리는 같이 간다. 책을 덮고 난 뒤 나와 함께 삶이라는 여정을 이어온 모든 인간들, 모든 비인간 동물들을 꼭 안아주고 싶었다. 내 안에 있는 사랑을 키우는 책이 있고 사랑과 신뢰마저 죽이려는 책들이 있는데 이 책은 전자였다. 무엇보다 내가 가르치는 중1 남자애들이 이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눌때 보이던 슬프고 감격스러운 표정들이 잊히지 않는다.
강중경
4.0
'더 넓은 세상으로 가. 네가 떠나는 건 슬픈 일이지만 우리는 괜찮을 거야. 우리가 너를 만나서 다행이었던 것처럼, 바깥 세상에 있을 또 다른 누군가도 너를 만나서 다행이라고 여기게 될 거야.' 터벅터벅 걸어오는 길에 무심히 어깨를 내어주고, 때론 팔짱을 끼워주던 모든 사람들. 늦었지만 그 순간들이 기적이었다는 걸 이제 나는 안다. thanks 낙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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