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예술’이라는 개념조차도 만들어진 것이라면
‘그것’은 정녕 무엇이(었으)며,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갈까?
그리스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예술’을 둘러싼 생각의 역사,
그 미학의 숲을 거니는 황홀경
■ 일본 학문 특유의 엄밀성, 고도의 학문적 경지
오타베 다네히사의 『서양미학사』는 서양사상사에서 ‘예술’이 어떻게 사유되었으며, 그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해왔는지를 탐색한다. 서양미학사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성취를 이루었다고 평가되는 일본의 미학자 오타베 다네히사는 일본 학문 특유의 엄밀성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데, 그리스어 라틴어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 등의 서유럽어 고전 문헌을 원전으로 읽어내고, 이들의 영향 관계를 종횡무진으로 연결하고 해석하는 고도의 학문적 경지를 체현한다.
■ ‘예술’을 둘러싼 사유의 역사를 통해 ‘예술’의 다층적 실체에 접근
저자는 “예술이 단순한 ‘경험’이 아니라는 것은, 지금까지 실질적으로 예술로 불려온 것(의 총체)으로 예술은 환원되지 않”으며, “예술이란 일종의 이상 혹은 이념을 전제로 그것에 의해 본연의 모습을 취한다”라고 말한다. 개별 예술작품에 의해서만 ‘예술’의 의미를 궁구할 수 없고, 예술을 둘러싼 이념 또는 관념의 역사가 예술의 의미를 형성해왔다는 것이다. 물론 오늘날 예술에 대한 규범적 정의가 존재하지도 않을뿐더러 현대 미학은 거기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예술에 대한 정의가 내려지면 또 다시 어떤 작품이 그 정의에서 일탈하고, 그러면 예술에 대한 정의는 갱신될 수밖에 없다. 이 (악)순환이 바로 예술의 역사이다. 저자 오타베 다네히사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20세기의 ‘예술 종언론’에 이르기까지 ‘예술’을 둘러싼 사유의 역사를 살피는 데 열여덟 명의 대표 사상가의 이론과 미학의 주요 주제를 씨실과 날실로 엮어 ‘예술’의 다층적 실체에 접근한다.
■ 17세기 이전까지 ‘예술’의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예술’이라는 개념은 17세기까지만 해도 현대에 통용되는 개념으로 정립되지 않았다. 이때까지도 ‘arte’는 회화와 조각 등의 기예와 더불어 농업 기술 등의 함의를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266~267쪽). 지금은 당연시되는 ‘독창성’ ‘예술가’ ‘예술작품’ ‘창조’ 등 ‘예술’ 하면 떠오르는 개념이 17세기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근대 미학사는 이 개념들이 하나하나 형성되는 과정에 다름 아니었다.
■ 서양미학사는 단속적ㆍ복수적ㆍ중층적 영향작용의 역사
미학사는 연속적인 계승의 역사라기보다는 단속斷續적이면서 “복수”적이고 “중층”적인 영향작용의 역사라는 것이 저자 오타베 다네히사의 문제의식이다. 기존의 미학사 서술이 ‘고대’, ‘중세’, ‘현대’라는 시대 구분을 통해 미학사의 전개를 설명하는 것은 역사의 연속과 계승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오타베 다네히사는 이러한 역사 기술을 지양한다. 마찬가지로 고전주의 다음에 낭만주의가 도래했다는 통념을 답습하지도 않는다. 그가 택하고 있는 방식은 사상가의 이론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그들이 쓴 글을 세밀하게 독해하여 예술과 미학에 대한 관점을 ‘해체’하는 것이다. 개별 사상가의 입장과 관점, 미학사에서 고전의 위치와 영향을 전후 맥락에서 살피고 이를 ‘현대’와 연결하는 것이다. 오타베 다네히사는 서양미학사가 시대를 뛰어넘고 사조思潮의 경계를 넘나들며 과거는 현재에 영향을 주고 현재는 과거를 재편하고 있음을 밝혀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는 미래의 미학사, 예술사를 예시하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