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감에 대하여

오도 마르크바르트 · 인문학
1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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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편집자 서문 우연의 인정 시민성 거부의 거부: 1945년에 대한 한 철학자의 비평 시간과 유한성 이성과 유머: ‘그래야만 해’에 대한 ‘그렇지’의 승리에 대하여 미래가 줄어드는 생애 구간에 대하여 늙음 ? 목표라기보다는 끝: 오도 마르크바르트와 프란츠 요제프 베츠의 대화 오도 마르크바르트 연보 출판물 옮긴이 후기 찾아보기

출판사 제공 책 소개

키케로와 쇼펜하우어를 넘어 노년의 삶과 죽음을 생각한다 철학이란 본래 인간의 자기 자신에 대한 사유이다. 자기 자신, 자기를 둘러싼 세계,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살아감이 바로 철학의 주제였다. 이점에서 철학은 전문적인 학문이라기보다는 자기 삶을 반추하면서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늙어감에 대하여』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던 철학자 오도 마르크바르트가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해 회상하고, 자신의 늙어감과 죽음에 대한 사유를 펼치는 책으로, 강연과 인터뷰를 모았다는 점에서 대중과의 소통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중과 소통하면서도 마르크바르트는 엄밀한 개념 사유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철학자로서 자신이 한평생 무엇을 대상으로 철학을 해왔는지를 밝힌다. 그의 철학의 대상은 오로지 자신의 삶이었으며, 그가 마지막으로 천착한 대상은 바로 자신이 직면한 ‘늙음’과 ‘죽음’이라는 사태였다. ‘늙음’이라는 사태에 놓인 인간을 향한 담담한 시선 점차 고령화되어 가는 한국 사회에서 이 책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늙음’이라는 주제는 이미 한국 사회의 화두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더 이상 장수는 축복이 아니고, ‘늙음’은 그저 하나의 사회적 문제로만 인식될 뿐이다. 사람의 가치를 오로지 쓸모와 효용성으로 재단하는 세상에서 무엇도 생산할 수 없는 늙은이는 혐오와 배제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경제적, 정치적인 관점에서 ‘늙음’을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만 바라보다 보니, 정작 ‘늙음’이라는 사태에 놓인 인간을 시선에서 놓치기 일쑤다. ‘늙음’은 우리 모두가 거쳐야 할 과정이며, 단기간에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늙음’이라는 사태를 편향적으로만 바라보는 한국 사회는 ‘혁신’의 가치를 절대화한다. ‘혁신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려난다’는 논리는 한국 사회를 이끌어 온 동력이다. ‘혁신’은 항상 현재이며, 현재를 가능케 한 과거를 부정적인 것으로만 간주한다. 하지만 미래는 항상 과거로부터 온다. 과거를 부정하면 미래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 현재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과거와 미래를 둘 다 인정한다는 것이다. 마르크바르트는 ‘혁신’이 있는 곳에 ‘보존’이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혁신하는 만큼 우리는 스스로를 보존을 통해 보상하게 된다. 마르크바르트에 따르면 이러한 보존을 통한 보상은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보다는 미래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구호에 쉽게 이끌렸다. 그리고 이러한 구호 뒤에서 우리는 항상 과거에 대한 관심, 보존되어 온 문화에 대한 관심을 조심스레 품고 있었다. 우리는 새로운 것에 열광하면서도 아날로그 레트로 감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최신의 이론을 쫓아가면서도 고전을 읽으려고 한다. 노동 생산성을 증가시키면서도 우리는 소비로 가득 찬 휴가를 꿈꾸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모습은 분열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다. 우리는 이미 자기 보상을 통해 혁신과 보존의 균형을 맞추어 살아가고 있다. 우연과 유한성으로 보는 ‘늙는다는 것’의 의미 우리는 이제 ‘늙음’이라는 사태를 받아들이고, 이것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물어 보아야 한다. 마르크바르트는 『늙어감에 대하여』를 통해 ‘늙음’ 자체를 다룰 뿐 아니라 ‘늙어가는 자신’에 대한 사유를 펼치고 있다. 책 마지막에 실린 인터뷰 「늙음- 목표라기보다는 끝」에서 마르크바르트는 늙음이 현실에 대한 감각을 날카롭게 한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도, 늙음이 무거운 짐처럼 느껴진다고 토로한다. “늙으면 늙을수록 자기를 둘러싼 세상은 더욱더 구체적인 의미에서 적대적이 됩니다. 층계는 더 오르기 힘들고, 도로는 더 건너기 위험하고 짐은 더 들기 힘들어집니다.” (본문 106쪽) 하지만 생을 오로지 ‘젊음’과 ‘늙음’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누며, ‘안티 에이징’에 골몰하는 현대인들에게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젊음은 덕이 아니며 영원한 젊음에 대한 이야기는 화려한 무의미일 뿐입니다. 사람들이 이에 의지하면 할수록, 젊음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을 때 자신의 생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점점 더 어렵게 됩니다.” (본문 100쪽) 그는 ‘젊음’을 무조건적으로 동경하지도 않고, ‘늙음’ 자체를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다. ‘늙음’이라는 사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뿐이다. ‘늙은이’에게 미래는 점점 더 짧아질 뿐이다. 이점에서 늙은이는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차 있는 ‘젊은이’와 달리 미래보다는 현재를 중시하며,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고 한다. 늙은이에게는 특별한 이론적 능력이 있는데, 이는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가감 없이 이야기하는 능력이다. 이렇듯 ‘늙음’이 나에게 찾아왔기에, ‘죽음’이 머지않았기에 비로소 깨닫게 되는 삶의 진리가 있다. 생의 바퀴는 이득과 상실, 빛과 그림자, 행운과 환멸 사이를 돈다. 이러한 전환은 모든 인간의 운명이며, 우리는 외적인 것에 늘 마음을 빼앗기지만, 이러한 것들은 오늘 마음에 들었다 해도 내일이면 곧 사라질 것에 불과하다. 늙음 속에서 많은 사물들의 가치는 사라져가고, 죽음이 생을 스쳐 갈 때에 비로소 자신의 유한성에 대해 절감하게 된다. 이렇게 늙음은 환멸적인 통찰의 눈을 뜨게 한다. 어쩌면 지독한 허무처럼 보이는 그의 고백을 읽어 나가면서도 묘한 안도감이 느껴지는 까닭은 이 늙어감조차 그리 대단한 것도, 영원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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