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어떤 죽음을 맞든,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든,
내가 씻겨줄게. 옷 입혀줄게.”
호텔 프런트에서 일하는 백신과
장례지도사 아현의 운명적인 만남.
우연과 운명, 사랑과 갈등, 결핍과 치유
그 사이를 넘나드는
오휘명만의 독특한 전개.
<너의 얼굴이 궁금해>는 오휘명 작가의 7년 만의 신작 소설이다. 작가의 첫 데뷔작이 서로 너무 다른 남녀의 재회에 관해 이야기했다면, 이번 <너의 얼굴이 궁금해>는 서로 결핍 있는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갈등을 겪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치유하는 모습을 전반적으로 보여준다.
백신은 잘 웃지만, 인간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가 일하는 호텔에 혼자 오는 손님, 아현은 장례지도사로 호텔과 그리 멀지 않은 대학병원에서 일한다. 백신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혼자 호텔을 찾는 아현이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아현은 완벽주의자처럼 모든 게 깔끔하고 빈틈없어 보이지만 그게 그 사람의 본모습처럼 보이지 않는 백신이 신경 쓰인다.
누군가가 신경 쓰인다는 것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마음에 들어왔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의 세계가 변화할 것을 뜻한다. 책은 사랑에 빠지는 비이성적인 순간과 그 이후에 나타나는 감정에 대한 세밀한 묘사를 담았다.
사람들은 누구나 저마다의 가면을 가지고 살아간다. 때로는 진짜 솔직해져야 하는 집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순간 그 가면은 점점 더 여러 개가 되고 더 두꺼워지기 시작한다. 한 번이라도 나는 나로 온전히 있어 봤는가? 한 번이라도 나는 내 진짜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여줘봤는가? 아마 사람들이 원하는 사랑은 진짜 자신의 얼굴을 보여줘도 괜찮은 그런 사랑이 아닐까. 그런 사랑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너의 얼굴이 궁금해>는 든든한 응원이 되어줄 것이다.
사랑은 언제나 여러 작품의 주요 주제였다. 사랑이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창작물의 주제로 사용되어 왔던 건 그 무엇을 하더라도 단 하나로 규정지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이번 책을 통해 결핍 있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주인공은 남자와 여자 두 명뿐이지만, 읽다 보면 나 자신의 지난 사랑이 떠오른다. 그럴 수 있는 건 우리 내면에 하나씩은 어떤 결핍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소설을 이어가는 주요 주제는 사랑이지만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점점 치유받는 치유 소설에 가깝다.
또한 소설에 전반적으로 등장하는 서스펜스는 긴장감을 유지해 주는 충분한 장치로 활용된다. 단순히 서스펜스적인 요소를 가미한 것이 아니라 시대적인 상황을 반영했다는 점이 작품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준다. 점점 집중하는 시간이 짧아지는 추세에 맞춰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은 소설의 전개 속도에 힘을 실어준다.
사랑도 삶도 정답은 없다. 계속 부딪히면서 조금씩 알아갈 뿐이다. 작가는 이번 책 <너의 얼굴이 궁금해>를 통해 스스로 결핍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당신의 모습을 사랑해 줄 사람이 나타날 것이라고 212페이지에 걸쳐 다정하게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