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적 숲; 더 멀리 도망치기

김연수님 외 12명 · 시/소설
3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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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부 로사르믹제 이미상 상담방랑자 임솔아 퀘스트 김리윤 조명하지 않는 빛 박세미 아사나를 향하여 2부 소진된 인간 서이제 더 멀리 도망치기 손보미 빚 위수정 제인의 허밍 강성은 미니멀라이프 송승언 영원의 고향 같은 숲, 옛 친구, 그리고 음률이 붙지 못할 다크 포크 Dark Folk를 위한 몇 편의 짧은 시 3부 어두운 곳에서 홀로 김연수 신의 마음 아래에서 한유주 작별하는 각별한 사람들 안미린 첫눈의 미래 이제니 맑은 물은 맑은 물을 만진다 출간의 말

출판사 제공 책 소개

문학과지성사×국립현대미술관 “갑자기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치밀어 올랐다. 도망치고 싶었다.” 탐닉의 시대, 평정을 얻기 위해 스스로 전자적 숲에 들어서는 현대인의 초상 #피로 사회 #우울 사회 #마음 챙김 #명상에서 칠 아웃 #전자 명상 #유튜브에서 명상 현대 사회는 여러 이름으로 불리곤 한다. 피로 사회, 성과 사회, 과잉 사회, 하이텐션 사회…… 각 명칭이 짚고 있는 문제는 조금씩 다르지만 이 모든 면면이 삶의 가속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는 과연 이곳에서 도망칠 수 있을까. 가능하다면 어디까지, 언제까지 도망칠 수 있을까. 시·소설 앤솔러지 『전자적 숲; 더 멀리 도망치기』는 고도의 경쟁을 독려하는 동시에 정신 건강을 위한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는 기묘한 현실 속에서 마음 챙김을 부추기는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전자적 숲’은 과잉 자극에 맞서 휴식을 취할 때조차 전자 매체와 온라인 플랫폼에 둘러싸인 환경을 의미한다.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숲속 한가운데서 요가 자세를 취하거나 명상에 빠져들 수 있다. ‘불면증에 좋은 숲 소리 ASMR’ ‘내 인생을 바꾸는 100일 마음 챙김’ ‘누워서 하는 10분 명상’ 따위의 플레이리스트는 터치 몇 번 만에 정제된 자연의 소리를 귓가에 재생시키고, 유명한 심리상담자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세계적인 구루까지 눈앞에 데려다준다.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에 따르면, 한국인 세네 명 중 한 명이 정신 건강 문제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통계는 전자적 숲으로 도망치는 현대인의 삶이 여전히 행복하거나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전자적 숲; 더 멀리 도망치기』는 멀리, 더 멀리의 어딘가를 꿈꾸는 시대, 동시대 감수성을 기민하게 포착하고 발명해온 작가 13인의 글을 선보인다. 피로 사회, 우울 사회, 전자 명상, 칠 아웃 등의 키워드에서 출발한 6편의 시와 7편의 소설을 3부로 나누어 엮었다. 이 책은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2023 〈전자적 숲; 소진된 인간〉(2023년 5월 26일~2024년 2월 25일)과 연계한 프로젝트로 기획되었다. “여러분은 편안함에 이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그 노력은 괜찮은 시도였나요?”라는 물음에서 시작된 이 책은 그에 대한 13편의 문학적 응답이다. 1부 로사르믹제─이미상 임솔아 김리윤 박세미 ‘로사르믹제’는 티베트어로 ‘새로운 마음의 눈을 여는 말씀’을 뜻한다. 주어진 ‘퀘스트’를 완수하듯 살아가는 일상에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하는 ‘말씀’이 어떠한 환상에서 비롯한 건 아닌지, 심리상담이나 명상이 진정한 위안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 묻는 작품을 담았다. 1부에 수록된 두 편의 소설에는 잠들지 못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미상의 「상담방랑자」에서 ‘나’는 상담과 명상, 동료 ‘환자’와의 만남을 거치며 정신 건강의 거처를 찾아다닌다. 소설은 ‘고백―저항―수용―확장’의 빤한 사이클을 순환하다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환자’의 고백과 함께 다시 시작된다. 임솔아의 「퀘스트」에는 캠핑을 떠나는 네 친구가 있다. 이들은 “무슨 얘기라도 좋으니 아무 얘기나 계속 들려달라고” 부탁하고, 캠핑장에서도 “어떤 얘기라도 나눠야 할 것 같”은 불안을 느낀다. 눈을 감지 못하는 이들에겐 쏟아지는 걱정을 소화시키기 위한 고백 또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이어지는 두 편의 시 중 김리윤의 「조명하지 않는 빛」은 눈을 감아도 언제나 환한 방에 있는 인물들을 그린다. 끊임없이 고해상도의 디테일을 바라봐야 하는 피로 속에서, 보기를 중단함으로써 그것을 극복하기보다 끝까지 봄으로써 얻게 되는 새로운 동력을 상상한다. 박세미의 「아사나를 향하여」는 “따라 하다,라는 수행이 난무”하는 시대에 무엇이든 너무 쉽게 이뤄지는 화면 속의 세계까지 신체의 일부로 감각한다. 눈빛의 단순성 끝에 따라오는 고요하고도 고유한 합일의 세계를 기다린다. 2부 소진된 인간─서이제 손보미 위수정 강성은 송승언 ‘소진된 인간’은 들뢰즈의 에세이에서 따온 제목이다. 들뢰즈에게 ‘피로’가 무언가를 실현할 수 없는 상태라면, ‘소진’은 더 이상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은 상태다. 이 책의 바탕이 된 전시 제목 〈전자적 숲; 소진된 인간〉이 ‘Meditation on Youtube(유튜브에서 명상)’로 번역되었듯, 2부의 인물들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가능성을 무화시키기 위해 ‘유튜브’라는 거대 플랫폼으로 상징화된 유희에 천착한다. 서이제의 「더 멀리 도망치기」에서 ‘나’는 폭력적인 인물 ‘종’으로부터 도망치는 대신, 유튜브 쇼츠 영상을 밤새 재생한다. 이 소설에서 ‘쇼츠 감상’은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목적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동물의 정형행동에 비유된다. 손보미의 「빚」과 위수정의 「제인의 허밍」은 인기 유튜버와 그들의 ‘친구’가 번갈아 화자로 등장한다. 「빚」의 ‘그녀’는 유튜브 채널명 ‘하나의 완전한 삶’과 다를 바 없는 옛 친구의 모습이 자신에게 빚지고 있다는 사실에 묘한 우월감을 느낀다. 반면, 「제인의 허밍」에서 유튜버로 활동 중인 ‘한나’는 영상 속의 자신이 친구 ‘규희’의 모습을 흉내 내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식한다. 두 소설의 초점 화자는 다르지만, 각 작품에서 ‘그녀’와 ‘규희’의 존재는 마치 카메라를 연상시키는 또 하나의 ‘렌즈’가 되어 유튜브 프레임 속의 공간을 재프레임화한다. 세 작품에 등장하는 ‘소진된 인간’의 초상은 다음 두 편의 시를 통해 모든 것이 소진된 이후 찾아올 새로운 가능성으로 나아간다. 강성은의 「미니멀라이프」에서 인간조차 제거된 무인無人세계의 ‘나’가 “비로소 숨을 쉬”게 되자 “손톱과 모발이 무섭게 자”라는 장면은 송승언의 시에서 “주어진 삶을 끝까지 누리”며 “우리의 세상을 위해서 죽어갑시다” 하고 촉구하는 대목과 궤를 같이한다. 송승언의 작품은 「영원의 고향 같은 숲, 옛 친구, 그리고 음률이 붙지 못할 다크 포크Dark Folk를 위한 몇 편의 짧은 시」라는 긴 제목 아래 여섯 편의 작은 시를 묶었다. 3부 어두운 곳에서 홀로─김연수 한유주 안미린 이제니 3부의 제목은 ‘어두운 곳에서 홀로’이다. 모든 것이 소진된 공간은 어둠으로 가득하다. ‘명상(冥想)’의 사전적 의미는 ‘고요히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함’이다. 이 어둠 속에서 무엇을 볼지는 오로지 관객의 선택에 달려 있다. 김연수의 SF소설 「신의 마음 아래에서」는 ‘명상’의 거리 두기 방식을 차용해, 몸과 분리된 ‘인공마음’ 개념을 만들어낸다. 밤하늘에 오로라가 관측된 후로, 피해자의 치료를 돕기 위해 복원된 범죄자의 마음이 초기화된다. 그 마음을 찾아내고 제거하려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마음이 타인의 행동과 결부될 때 이뤄지는 연대의 방식을 강구한다. 한유주의 「작별하는 각별한 사람들」은 새벽녘의 어스름한 풍경 속에서 저도 모르게 만나고 스치고 그리하여 영원히 작별하는 인물들을 그린다. 정처 없이 흐르는 시선으로 아슬아슬하게 외줄타기를 하듯 살아가는 우리 곁의 평범한 이들을 좇는다. 3부를 맺는 두 편의 시는 어두울 때 더욱 선명해지는 과거-현재-미래의 시간을 그린다. 안미린의 「첫눈의 미래」에서 화자는 “불을 켜지 않”고 “생일을 기다”린다. 암흑 속에서 하얀 케이크 위에 서 있는 촛불의 이미지는 “어둠에 매설된 작고 우주적인 빛”처럼 다가오는 미래를 예감한다. 한편, 이제니의 「맑은 물은 맑은 물을 만진다」는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반복되고 변주되는 문장들 속에서 ‘나’와 내 안에서 태어난 타자들이 무한히 서로를 되비추는 모습은 모든 것이 ‘나’에서 출발한다면,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으리란 감각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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