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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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폐기, 수거, 분리, 사료화, 매립, 소각, 재탄생, 세계, 바다… 쓰레기를 따라간 길에서 만난 지나치게 복잡한 세계, 지나치게 중요한 이야기 분리배출해 내놓았으니 괜찮을 줄 알았다. 종량제봉투에 넣었으므로 어떻게든 될 줄 알았다. 집을 나선 기자 16명이 물건 이후, 쓰레기의 행로를 뒤쫓았다. 상상을 뛰어넘는 복잡한 세계가 펼쳐졌다. 한 주제로만 가득 찬 <한겨레21>의 다섯 번째 통권호, 이번에는 쓰레기에 얽힌 현장과 각종 정보를 담은 ‘쓰레기 TMI’다. 전국 제로웨이스트샵과 잡지 독자 사이에서 화제가 된 ‘쓰레기 TMI’를 책으로 다시 냈다. 재생용지를 썼고 잡지 출간 이후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담은 글을 더했다. 가능한 한 잉크를 적게 쓰도록 디자인했다. 《쓰레기 TMI》는 물질 설명서다. 페트병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으며 얼마나 어떻게 재활용되는지, 된장은 음식 쓰레기인지 일반 쓰레기인지, 긴 끈이 소각로에서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세세한 설명을 담았다. 흔히 보이는 숱한 쓰레기의 성질과 의미를 되짚는다. 《쓰레기 TMI》는 현장 관찰기다. 선별장, 재활용업체, 사료화 시설, 소각장, 매립장, 업사이클링 업체를 돌며 쓰레기가 어떻게 버려지거나 재탄생하는지 둘러본다. 다양한 기계와 화학적 처리, 무엇보다 버려진 것들을 자원순환 고리(돌아가는 삼각형) 안에 넣기 위한 숱한 사람들의 수고를 그린다. 《쓰레기 TMI》는 참고자료다. 쓰레기를 둘러싼 세계 각국의 상황과 정책, 쓰레기 제도와 운동의 역사, 자원순환 사회를 만들기 위한 대전환의 조건을 전문가들이 더했다. 과도한 정보량을 꾹꾹 눌러 담은 책이 되고 말았다. 불가피했다. 나와 나의 물건을 성찰하는 윤리적 시민의 실용서 책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본문 6개 장으로 구성했다. 각 장은 쓰레기의 현실을 시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인포그래픽, 기자들의 현장 르포,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실천기, 잘 버리기 위한 온갖 질문과 답을 담은 Q&A, 독자가 실천하며 기록할 수 있는 실천 기록장 등으로 이뤄졌다. 르포를 통해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제도 변화를 요구하는 저널리즘이다. 동시에 집에 꽂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볼 수 있는 윤리적 시민의 실용서다. 책의 1부 ‘어떤 생환’에는 수거, 선별, 재활용 공장, 재생 섬유 공장에 이르기까지 플라스틱의 생존 게임을 따라가는 르포가 적혔다. 선별장 노동자로 일한 체험기와 알쏭달쏭한 분리배출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담았다. 독자가 직접 적어가며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기록할 수 있는 지면도 마련했다. 분리배출 쓰레기의 생존게임은 이제부터다. (...) 갈림길에는 경제 상황이랄지, 기술이랄지, 인식이랄지, 정책 같은 조건이 화살표처럼 놓여있다. 분리배출된 쓰레기를 되살리려는 그 길에 숱한 사람이 서있다._21쪽 2부 ‘죄책감을 쫓아서’는 음식물 쓰레기의 처리 과정을 그린다. ‘먹는다’는 생리적 욕구를 채우고 나면 곧장 눈앞에서 치워버리고 싶어지는 음식물 쓰레기를 어떻게든 처리해보려는 사람과 시설 이야기다. “괜찮아요” 말하며 봉투가 터져 바닥에 쏟아진 음식물 쓰레기를 쓸어 담는 수거 노동자가 있다.(40쪽) ‘고양이, 너구리, 돼지 머리 등 동물 사체’를 보며 끔찍해하는 음식물 쓰레기 사료화 시설 노동자(45쪽)도 등장한다. 제로웨이스트 키친을 실천해본 2주 동안의 기록과 독자가 자기 집 냉장고 안의 음식물을 점검해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가 담겨 있다. 3부 ‘불과 재’는 소각과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를 담았다. 소각은 ‘쓰레기의 부피를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이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다.’(66쪽) 다만 ‘온실가스 배출을 더한다. 장기적으로는 심각한 기후문제를 야기한다.’(63쪽) 그 사이에서 그나마 나은 방법을 고민한다. 4부 ‘선택받지 못한 것들의 자리’에서는 끝까지 살아남지 못한 쓰레기의 종착지인 매립지(땅)와 바다를 둘러본다. 재활용도 사료화도 되지 못한, 소각 이후 남은 쓰레기는 어디로 가는가. 결국 저항하는 목소리가 약한 외곽으로 밀려난다. 쓰레기의 자리를 둘러싸고 사람들은 갈등한다. 도시가 팽창하면 쓰레기 매립지는 점점 외곽으로 밀려난다. 서울 쓰레기 매립지 입지가 딱 그렇다. (...) 2021년 1월14일~7월9일 두 차례 대체 매립지를 공모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 용감하게 손드는 지자체는 나오지 않았다._75쪽 5부 ‘세계의 쓰레기’에서는 세계로 눈을 넓힌다. 1년에 20억1천만 톤의 쓰레기가 세계에서 나온다. 싱가포르,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타이, 터키, 미국 워싱턴과 하와이, 오스트레일리아, 홍콩, 독일에서 어떻게 쓰레기가 발생하고 처리되는지 현지 필자들이 적은 글을 담았다. 쓰레기로 되짚은 세계는 불평등하다. ‘쓰레기를 양산하는 부자나라들은 그동안 자국 쓰레기를 주로 동남아시아의 개발도상국이나 빈곤국에 떠넘겨 왔다.’(93쪽) 6부는 방화복을 리사이클링하거나 재생원단으로 물건을 만드는 새활용 제품 이야기다.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플라스틱 과도한 사용을 줄이자고 요구하는 시민들의 직접행동’(144쪽)이 일군 변화도 담았다. 우울의 반대말은 희망이 아니라 행동이다 이토록 심각한 쓰레기 문제는 곧 우리를 둘러싼 온갖 평범한 사물에서 비롯했다. 나의 일상적인 소비와 익숙한 폐기에 기대어 있다. 한때 누군가한테 귀했을 물건을 쓰레기로 만들고 만 사회 경제 구조를 둘러싼 고민, 반성, 갈등이 얽혀 있을 것이다. 헤매다가 결국 나를 돌아보게 될 것이다. (...) 묵시같은 분위기가 내내 감돌 것이며, 이 우울의 반대말을 감히 희망이라고 적지도 못할 것이다._13쪽 다만 좌절로 맺지 않는다. 국내 최고의 쓰레기 전문가인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당면한 현실에 눌릴 것이 아니라 우리가 꿈꾸는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서 행동해야 한다’(157쪽)고 적는다. 우울의 반대말을 희망으로 적을 순 없지만, 행동이라고 적을 수는 있다. 소비자는 사기 전에 물건의 재질을 살펴보고, 버리기 전에 쓰레기의 지난한 로드(여정)를 생각(151쪽)하며 쓰레기 없는 세계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포장재 없는, 단순한 재질로 만든 제품을 기업에 요구하고(152쪽), 자원순환사회로의 전환에 필요한 사회적 부담의 조정을 정부에 요구(153쪽)해야 한다. 잡지로 ‘쓰레기 TMI’를 먼저 읽은 전국 제로웨이스트 가게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환호하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지피지기 지쓰레기지기하면 우리가 이 쓰레기를 이겨낼 수 있지 않겠어요?”(제로웨이스트 리빙랩 지구별 가게) “우리 집, 내 손을 떠난 쓰레기가 어떻게 생을 마감하는지, 정말 마감하긴 하는지 적나라한 실태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읽을수록 마음이 무거워지는데, 한편으론 쓰레기를 잘 배출할 게 아니라 ‘안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더 견고하게 만듭니다.”(제로웨이스트 상점 슬기로운 생활) “저는 TMI를 좋아해요. 조금 더 많이 알면 조금 더 관심이 기울어지거든요.”(정장 공유가게 열린옷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