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는 밑바닥에서

장영수 · 시
126p
구매 가능한 곳

저자/역자

목차

▨ 시인의 말 희망 허름한 뒷골목에서 1 허름한 뒷골목에서 2 허름한 뒷골목에서 3 청춘을 위하여 정신주의 1 정신주의 2 시를 쓰는 이유 1 욕망과 더불어 벽을 마주하면 다도해 거리에서 시를 쓰는 이유 2 義肢倉을 통하여 휴가에 대해 생각하다가 2000년의 편지 빈 통 같은 것으로, 나는, 1 극복을 위하여 빈 통 같은 것으로, 나는, 2 우리들의 시간 생의 밑바닥에서 1 생의 밑바닥에서 2 침 깊은 밤, 잠들지 못하며, 세상 먼 바깥쪽에서 팔려가는 당나귀에 대한 고찰 정교리에서 삶에 대한 변명 선산 고향 1 고향 2 기적 소리 들으며 묵상 희망은 빛났다 인간사란 무엇인가 생각해볼 일이 많은 삶 속에서 몸에 대하여 무엇이 두려워 1 무엇이 두려워 2 오렌지족에 대하여 1 오렌지족에 대하여 2 배꼽의 홈에 낀 때를…… 그 넋들의 숨소리를 모밀촌에서 청색 기아 트럭에 대한 기억 모니터를 보며 중랑천변의 편지 미궁 속에서 백조의 호수에 대하여 어떤 고향의 여름 권력의 모습 바람 앞의 등불들을 보는 것처럼 절 현실을 위하여 위대함에 대하여 님들에게 마음의 평화에 대하여 한 5·16에 대한 기억 1 한 5·16에 대한 기억 2 알프스에서 1 알프스에서 2 靑山 기쁘나 슬플 때나 가을이 무겁게 다가왔다 아주 훌륭한 신세계에 대하여 햇빛이 얼굴에 정면으로 쏟아진 순간 ▨ 해설·시와 삶의 변론·홍용희

출판사 제공 책 소개

〔해설〕 시와 삶의 변론 홍용희 장영수의 네번째 시집 『한없는 밑바닥에서』는 자신의 소시민적인 일상사에 대한 변명의 기록물이다. 이 시집의 시편들은 시인의 생활의 얼룩이 묻어 있는 시공간에 대한 미적 관조와 변론을 주조음으로 한다. 시인에게 시는 자신의 삶의 입각점의 여기저기를 살펴보고 또한 그 옳고 그름을 진단하고 새김질하는 자기 성찰의 거울에 해당한다. 따라서 그의 시를 읽는 것은 그의 일상성의 속내를 감상하는 일에 해당된다. 그의 이와 같은 “삶이 있으므로 삶의 이름으로”(「삶이 있으므로 삶의 이름으로」, 『나비 같은, 아니아니, 빛 같은』) 시를 쓴다는 명제는 첫 시집 『메이비』(1977)에서부터 적용된다. 그는 특히 첫 시집에서 자신과 사회의 그늘진 삶의 굴곡을 치열하고 치밀한 언술로 호기롭게 묘파하는 역량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과 함께 그의 생활도 일정한 범주 속에 안착되면서 점차 사회·역사적 상상력의 원심력이 소실되어가는 양상을 드러낸다. 이번 네번째 시집은 자신의 주변 일상사에 대한 진솔한 표백과 반추의 언어가 중심을 이룬다. 그래서 이 시집은 활달한 시적 역동성과 긴장은 약화되었으나 시와 일상적 삶의 친연성은 더욱 면밀해진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그의 일상성의 현장은 어디이며 어떤 양상을 띠고 있는가? 장영수의 이번 시집의 특이점을 이해하는 길목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해는 지고 잔치도 볼장도 다 보고 사람들 이미 꽤 오래 전에 끼리끼리 다들 흩어져간 뒤 젖고 마른 각종 쓰레기들만 함부로 시린 발에 걸리는 어둑한 이 빈터에 윙윙거리는 바람은 더욱 차가운 때에 어찌하여 나는 소중한 그 무엇들을 다 잃은 사람처럼 끝끝내 한사코 서성이는가 무엇을 위하여 누구를 위하여 마치 세상 먼 바깥쪽 영원한 캄캄한 허공을 홀로 떠돌면서도 기어이 세상 속으로 굳이 다시 돌아오려는 쓸쓸한 유성처럼 운석처럼…… ―「세상 먼 바깥쪽에서」 전문 시적 화자가 서 있는 자리는 “세상 먼/바깥쪽”이다. 그곳의 시간은 이미 “해는 지고/잔치”도 끝난 늦은 저녁이고, 공간은 머물다 간 사람들이 남긴 “젖고 마른 각종/쓰레기들만 함부로/시린 발에 걸리는” 빈터이다. 화자는 홀로 생의 활력과 기운이 모두 스러지고 마감된 허적의 뒷자리를 배회하고 있다. 아니 세상은 늘 화자를 이와 같은 썰렁한 소외의 뒤안길로 몰아낸다. 그래서 화자는 “어찌하여 나는/소중한 그 무엇들을 다/잃은 사람처럼 끝끝내/한사코 서성이는가”라며 스스로를 향한 비탄에 젖는다. 물론 이러한 탄식은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 의식에서 비롯된다. 그 역시 “끼리끼리 다들” 어울리는 세상의 무리 속에 섞이고 싶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마치 세상 먼/바깥쪽 영원한 캄캄한/허공을 홀로 떠돌면서도/기어이 세상 속으로 굳이/다시 돌아오려는 쓸쓸한/유성”과 “운석”에 비유한다. “세상 먼/바깥”이란 “세상”의 안에 대한 이항 대립적인 상대성 속에서 성립된다. 특히 “세상 먼/바깥”에서의 세상과의 “먼” 거리감은 화자의 세상으로부터 피투된 소외감의 심도이면서 동시에 세상 속을 향한 열망의 강도이기도 하다. 이렇게 보면, 이번 시집의 도처에 등장하는 “한없는 밑바닥에서” “생의 밑바닥에서” “허름한 뒷골목에서” 등등의 언표들은 공통적으로 시인 자신의 준거 집단의 중심 지대에 안착하지 못한 절망·좌절·소외·열패 의식 등의 산물이다. 그러면, 그가 이러한 무력감과 변두리 콤플렉스에 시달리게 된 배경은 어디에 있었을까? 다음 시편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변론에 해당한다. 잠은 한 방에서 나란히 잔다 하겠으나 피아노 놓고 책상 놓으니 비집고 다닐 통로도 제대로 안 남았다 그러니 시가 되었겠는가 공부가 되었겠는가 여름이면 5층 옥상 열기에 아이들 땀띠에 아내는 부채를 쥐고 살았다 그러니 무엇이 되었겠는가 직장에선 노는 자리에 잘 못 끼는 놈 스승들에겐 진득하지 못한 놈 ―「팔려가는 당나귀에 대한 고찰」 부분 화자의 시선에 반사된 자신의 삶의 초상은 동정과 연민의 대상이다. 화자는 자신의 시 창작과 학문에 대한 의지와 열정을 만족스럽게 펼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이를 못내 아쉬워하고 있다. “5층 옥상 열기”로 표상되는 가난의 압박은 그의 시 창작과 공부 길을 방해하는 장애 요소로 따라다녔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공부도 못하는 어중간한 삶을 되풀이 할 수 밖에 없었다. “직장에선 노는 자리에 잘/못 끼는 놈 스승들에겐/진득하지 못한 놈”이라는 인상이 각인되면서 그의 삶은 세상의 무리들로부터 점차 멀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또한 그에게 무력감과 패배감을 안겨준다. 오늘날 세상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열린 기회와 번영의 땅으로 비쳐진다. 각종 매스컴은 성공 시대의 주인공들의 화려한 무용담을 전시하면서 미래의 꿈과 환상을 부추기고 재생산한다. 그리하여 세상은 불안하기보다는 매혹적인 곳으로서의 이미지를 항상 유지하고 관리한다. 그러나 세계의 실상은 기회와 행운보다 오히려 결핍과 고통으로 이끄는 부정적인 요소들이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한다. 소수의 성공한 사람의 월계관은 다수의 실패자의 절망을 디딤돌로 삼는다. 따라서 장영수 시인의 고단한 삶의 이력에 대한 진솔한 토로는 쉽게 사회적인 보편성을 획득한다. 다음 시편에서 드러나는 그의 기억 속에 구름장처럼 흐르는 마음의 편린들은 실상 많은 사람들의 곡진한 내면 풍경이기도 하다. 잠들지 못하는 밤에는 마음들을 부른다 시궁창에 처박힌 마음 가만히 노래 부르던 마음 살기에 여념 없던 마음 결연히 무엇을 다짐하던 마음 시름겨워 눈물짓던 마음 너무 무거워 대책 없던 마음 …… 마음들을 부를 수 있는 대로 부른다 불러모은다 ―「마음의 평화에 대하여」 부분 화자는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의 자국들을 돌이켜보고 있다. 이미 시간의 물결에 파묻힌 과거지사들이지만 그러나 그 실체가 소멸한 것은 아니다. “잠들지 못하는 밤”이면 지난 세월의 곡절들이 엉켜 있는 마음의 덩어리가 슬며시 눈앞으로 다가온다. 그 마음의 응결체는 “살기에 여념 없”고, “결연히 무엇을 다짐하”고, “시름겨워 눈물”지으며, “너무 무거워 대책 없던” 신산스런 순간들을 생생하게 머금고 있다. 이러한 마음들은 화자의 “잠들지 못하는 밤”의 시간을 더욱 길고 지난하게 만든다. 화자가 이와 같이 어렵고 힘겨웠던 순간들의 마음을 불러모으는 것은 지금도 그와 유사한 심정을 겪으며 “한없는 밑바닥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장영수의 시 세계에서 신산고초의 기억들이 현재적 시각에서 안온한 빛으로 착색되거나 화석화되지 않고 서늘하게 현존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대부분의 경우, 삶의 현실이 이처럼 어렵고 힘겨울 때 시적 상상력은 유년의 추억이 깃들인 고향을 향하게 된다. 고향은 언제나 어머니의 품처럼 고통스러운 현실을 위무하는 재생과 정화의 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영수의 시편에서는 고향의 이미지가 영혼의 안식처로 존재하지 못한다. 그에게 고향은 이미 불모지로 변질된 곳이며 뿌리 깊은 상처의 연원지이다. 선산이라 여기던 곳을 개인 소유 부동산으로 만든 장남 집안 때문에 현실은 누가 걷어찬 돌멩이들처럼 되고말고 굴러, 가버렸다 모두 어이없어 하면서도 어르고 조르고 보채는 것을 당할 수 없어 인감 도장들을 내어준 뒤 가을 산 아래 옛일들은 인간의 탐욕과 갈등 속

이 작품이 담긴 컬렉션

3

본 사이트의 모든 콘텐츠는 왓챠피디아의 자산이며, 사전 동의 없이 복제, 전재, 재배포, 인용, 크롤링, AI학습, 데이터 수집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 주식회사 왓챠
  • 대표 박태훈
  • 서울특별시 서초구 강남대로 343 신덕빌딩 3층
  • 사업자 등록 번호 211-88-66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