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책방문학상’은 서점 카프카에 모여 수다를 떨다가 외부 지원 없이 재미있는 일 좀 벌여봅시다, 라고 말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게 탄생된 문학상은 총 375명의 작품을 응모를 받았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호응을 이끌지 못한 작품이 어떤 이에겐 빛나는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돌아가며 읽고 번갈아 가며 확인하며 몇 날 며칠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주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여서인지 삶의 힘겨운 시기를 버티며 살아내고 있는 작품이 많았습니다. 말할 수 없는 아우성과 말할 수밖에 없는 슬픔이 느껴졌습니다. 작품을 읽으면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갔고, 현실에 응답해야 했으며, 화자가 슬쩍 보여주는 미래를 훔쳐보려 했습니다.
심사는 이번 문학상을 주최하는 전주책방 7곳의 대표들이 모여 일주일에 걸쳐 예선을 보고, 이틀 동안 본선을 진행했습니다. 각 책방상은 각 책방의 이름을 걸고 1편씩 선정해 총 7편이 뽑혔습니다. 신기하게도 단 한 작품도 겹치지 않고, 책방의 취향과 정서대로 평화롭게 나누어 가졌습니다. 서로 다름과 같음을 존중하는 책방지기들이 함께 모여 심사하는 것도 꽤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대상 소설 <카레가 끓는 동안> 조재윤
물결서사상 시 <수신자 없는 이야기> 이세찬
살림책방상 에세이 <평행선의 끝을 상상하기> 이정환
에이커북스토어상 에세이 <나는 오락가락하는 어영부영 어른> 이주리
혁신책방 오래된새길상 시 <종이배를 찾습니다> 최윤희
서점카프카상 소설 <인어> 신모과
잘익은언어들상 에세이 <따뜻한 위로> 최옥숙
책방토닥토닥상 에세이 <나의 대만> 박은정
전주책방이 마음 모아 처음으로 시도하는 문학상, 이름도 상금도 소박한 이 상에 큰 관심을 갖고 작품을 내어준 응모자들에게 진심 듬뿍 담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생애 처음 심사위원이 되어 떨리는 마음으로 읽어 내려간 그 기분을 오래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