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와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바탕으로 독창적 문학 세계를 연 줄리언 반스의 역작
영국의 현존 작가 중 가장 존경받는 작가 중 한 사람이자 유럽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 줄리언 반스의 장편소설.『플로베르의 앵무새』는 외형적으로는 아마추어 문학 애호가인 영국의 어느 퇴역 의사가 플로베르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전해지는 박제 앵무새를 찾는 짧은 여정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박제 앵무새를 모티프로 풀어 나가는 플로베르에 대한 탐구는 시공을 초월하고, 과거와 현재뿐 아니라 플로베르 작품 속 시간까지 함께 아우르며 진행된다. 전통적인 플롯 위주의 이야기 구조를 해체하고 플로베르의 작품과 발언에 근거한 의사 연대기, 플로베르 외전, 동물 열전, 플로베르를 받아들이는 현대인들의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 등 만화경 같은 다양한 형식의 글을 통해 작가는 사실주의 소설의 대가의 초상을 어느 비평가나 전문가도 보여 주지 못한 방식으로 입체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창의적인 플로베르 평전에 머물지 않고, 예술의 자장 안에서 벌어지는 작가와 비평가와 독자 사이의 상호관계, 생활과 예술의 상관관계, 작가와 작품의 상관관계 등 예술 작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인간 사회의 모든 양상을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그리고 있다. 이 책에서 보여 준 작가의 대담한 시도는 각국에서 앞 다투어 수여한 상으로 그 성과를 인정받았다.
전통적인 플롯 위주의 이야기 구조를 해체하고 플로베르의 작품과 발언에 근거한 의사 연대기, 플로베르 외전, 동물 열전, 플로베르를 받아들이는 현대인들의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 등 만화경 같은 다양한 형식의 글을 통해 작가는 사실주의 소설의 대가의 초상을 어느 비평가나 전문가도 보여 주지 못한 방식으로 입체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창의적인 플로베르 평전에 머물지 않고, 예술의 자장 안에서 벌어지는 작가와 비평가와 독자 사이의 상호관계, 생활과 예술의 상관관계, 작가와 작품의 상관관계 등 예술 작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인간 사회의 모든 양상을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그리고 있다.
『플로베르의 앵무새』는 전통적인 소설과는 판이하게 허구, 문학 비평, 전기적 요소를 뒤섞은 새로운 유형의 소설이다. 일관적인 스토리의 전개라는 플롯의 기본 원칙은 이 소설의 새로운 실험을 위해 잠시 배제된다. 외형적인 플롯의 기본 줄기는 간단하다. 영국의 퇴역 의사 제프리 브레스트웨이트는 아내가 사망하고 나서 플로베르의 발자취를 쫓아 작가의 고향 루앙을 방문한다. 플로베르가 『순박한 마음』을 쓸 때 모델 역할을 했던 박제 앵무새를 찾아 박물관에 간 제프리는, 다음 날 플로베르가 집필 활동의 대부분을 하고 죽은 곳인 루앙 근교의 크루아세라는 도시를 찾았다가 역시 『순박한 마음』의 모델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는 박제 앵무새를 만나게 된다. 두 곳 박물관의 관리인들은 서로가 자신들의 박제 앵무새가 진짜 『순박한 마음』의 모델임을 주장한다. 플로베르 애호가인 제프리는 두 개의 앵무새 중 어느 것이 진짜인가에 대해 의문을 풀기 위해 또 한 사람의 플로베르 전문가를 만나게 되고 그 전문가를 통해 진짜 플로베르의 앵무새의 후보가 자연사 박물관에 더 있음을 알게 된다. 결국 의문을 풀기 위한 여정은 수수께끼의 실타래에 또 하나의 실을 더하는 것으로 끝나고 만다.
『플로베르의 앵무새』에서 플롯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이 소설이 국제적으로 호평을 받은 것은 그 플롯이 감싸고 있는 여러 가지 형식의 실험적인 글들 사이의 절묘한 조화에 있다. 작가 줄리언 반스는 플로베르의 연보를 객관적 사실과 플로베르의 주관적 서술 두 가지로 병치시키기도 하고 플로베르의 미발표 연애편지를 둘러싼 고서 수집가들의 흥분과 어이없는 결말을 보여 주기도 한다. 플로베르의 작품과 일기를 기초로 동물 열전 목록을 작성하기도 하고 어느 장에서는 <아이러니>를 중심으로 플로베르를 분석하기도 한다. 에마 보바리의 눈 색깔에 대한 서술이 다르다며 시비를 거는 강단의 비평가들에 대한 짜증은 20세기에 유행했던 분석적 비평에 대한 일대 반론으로 발전된다. 철도와 프랑스 혁명이 플로베르에게 준 영향을 통해 작가와 사회의 관계를 고찰하기도 하고, 플로베르의 일견 반동적인 정치적 태도를 변호하며 구태의연하고 피상적인 기준으로 사물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역설한다. 플로베르에 대한 속물적인 공격의 말들을 하나하나 변호하며 얼마나 많은 무지와 편견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지를 밝히기도 하고, 플로베르가 사랑했던 한 여인의 목소리를 빌려 작가 이전의 한 개인으로서의 플로베르가 얼마나 망상과 아집과 변덕과 과시욕과 방탕과 변덕스러운 성격의 소유자인지를 폭로하고 있다.
플로베르를 중심으로 한 이 소설의 다양한 형식의 글들은 예술과 역사와 사회 그리고 사랑과 인생 등 어느 것 하나 간단치 않은 모든 문제에 대해 보다 깊이 있고 성찰적인 자세를 가질 것을 독자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 1985년 제프리 페이버 기념상
★ 1986년 메디치상
★ 1986년 E. M. 포스터상
★ 1987년 구텐베르크상
★ 2005년 동아일보 선정 〈21세기 신고전 50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