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의 존재들과
더 다정하게, 더 건강하게
푸드디자인 스튜디오 ‘홈그라운드’를 운영하며 맞춤 케이터링, 팝업 매장과 각종 강연 등으로 대안적 먹을거리를 탐구하고 제시해온 안아라 요리 연구가의 산문집 《바지런한 끼니》가 안온북스에서 출간되었다. 안아라의 산문은 계절을 탐색하는 데 진심이다. 우리의 몸은 계절을 기억한다. 계절의 순환은 몸의 순환과 다름없다는 믿음으로 안아라는 제철 식재료를 다루고, 시절에 어울리는 끼니를 만든다. 그렇게 삶의 날씨를 음식으로 기억하고자 한다. 인생의 날씨가 언제나 맑음일 수는 없다. 우리는 함께 살던 동물을 잃을 수도 있고, 팬데믹 같은 예기치 못한 사태로 앞날이 캄캄해질 수도 있다. 그때마다 정성을 다해 만든 끼니는 우리를 위로해줄 것이다. 《바지런한 끼니》에는 계절과 요리가 담겼다. 그의 정갈한 글과 다정한 요리법은 독자에게 “한가로운 마음을 선물”(장기하)해주고, “갑자기 집밥을 먹고 싶”(노석미)게 한다. 그리하여 이 책은 우리를 더 다정하고 더 건강하게 할 것이다.
■ 계절과 일상
요리의 시작은 고향과 부모님을 떠올리는 것이다. 계절에 맞는 식재료와 음식들을 작가는 집에서부터 배웠다. 봄이면 쑥을 캐고 나물을 무친다. 철마다 맛난 걸 먹기 위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어른들을 보며 자란 작가는 이제 남의 끼니를 바지런히 차려주는 사람이 되었다. 상대가 누구건 ‘당신은 내가 한 밥 먹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용기를 내는 사람이 되었다. 사업을 시작하며 숱한 어려움을 겪고, 전염병의 시대를 온몸으로 통과하며 좌절에 빠지기도 하지만 결국 작가는 끼니를 만드는 이로 남았다. 함께 일하는 동료를 챙기고 같이 사는 동물과 사람을 위하는 사람으로 살았다. 어떤 날은 따스한 봄날이고 또 어떤 날은 차가운 겨울이겠지만, 계절은 결국 순환한다. 사람의 몸과 입맛도 날씨와 계절에 맞게 순환한다. 《바지런한 끼니》는 순환하는 계절과 일상을 통과하는 자세를 담는다. 그 자세는 오롯이 제철 음식이 되어 책의 모양으로, 당신의 밥상에 놓인다.
■ 음식과 자세
작가는 시급한 봄을 두릅피클로 가둬둔다. 함께 사는 개의 건강을 고민하며 같이 먹을 수 있는 채소고기찜을 만든다. 고향 음식을 기억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매생이보리리소토를 개발한다. 아끼는 친구의 만두 레시피와 감자샐러드 레시피를 섬세하게 기록한다. 안아라는 밥을 짓는 사람이다. 요리를 연구하고 조리하여 내어놓는다. 또한 안아라는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좋아하는 사람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하고, 오랜 기억을 따스하게 담아낸다. 백반을 좋아해 냉장고에 있는 반찬으로 자유로운 식사 자주 하지만, 필요할 때는 공들여 카레를 끓이고 핑크 후무스나 프리타타를 만든다. 일이 바쁠 때는 김밥으로 동료와 끼니를 때우지만 김과 밥, 채소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김밥의 위대함을 알며 세상 모든 김밥 요리사에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이렇듯 《바지런한 끼니》는 삶의 자세가 하나의 끼니로 완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우리가 원하는 삶의 자세는 오늘 저녁 밥상에서 비롯될 수 있다. 이 책을 읽은 후에 그것은 전보다 더 건강하고 따스한 자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