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경계, 꿈

권준희 · 사회과학/인문학
36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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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한국어판 서문 여는 글|이주의 바람 1부 코리안 드림의 부상 1장 소수민족 변경지역 2장 냉대 또는 환대하는 조국 2부 불안정한 꿈들 3장 자유 이동의 리듬 4장 기다림의 노동 3부 새로운 꿈 5장 떠남과 머묾 6장 이주의 고리를 끊어라! 닫는 글|코리안 드림 이후 감사의 글 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제공 책 소개

♦미국동아시아인류학회(SEAA) 프랜시스 L. K. 쉬 저술상 수상작(2024년) ♦김현미(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추천 ‘한국바람’을 타고 국경을 건넌 조선족 문화인류학자가 따라붙은 12년의 연구 사람들이 국경을 건넜다. 시작은 19세기 말, 가난을 피해 두만강을 건너 연변에 정착한 조선인들이었다. 이들은 1949년 중국 정부로부터 ‘조선족’이라는 소수민족으로 공식 인정을 받았다. 사회주의 교육과 중국식 사회화를 거쳐 중국 공민으로 자리 잡았다. 냉전 시기에는 한국과의 연결이 단절되었지만, 1992년 한국과 중국이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면서 한국 정부로부터 ‘재외동포’로 인정받았다. 이후 한국 사회로 진입해 ‘코리안 드림’을 좇는 대표적인 이주노동자 집단이 되었다. 조선족의 이주 경로는 이 몇 줄로 요약된다. 그런데 이게 전부일까? 문화인류학자이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권준희는 단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여기, 조선족의 복잡한 이주 경로와 독특한 삶의 리듬을 탐구한 책이 출간되었다. 1990년대 초반 조선족 사회와 연변 전역을 휩쓴 ‘한국바람’의 궤적을 따라가며 몸, 돈, 시간이라는 인류학적 렌즈로 이주노동자의 삶을 심도 있게 들여다보는 《이주, 경계, 꿈》이다. 한국의 신자유주의적 민주화와 중국의 급격한 사유화가 교차하며 새로운 정치·경제가 맞물리는 지점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욕망 사이에 놓인 변경지역으로서 연변의 지정학적 의미를 탐구한 이 책은 미국 듀크대학교 출판부에서 출간되었고, 2024년 미국동아시아인류학회(SEAA)에서 수여하는 프랜시스 L. K. 쉬 저술상을 받으며 학문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2004년부터 2016년까지 12년간 연변을 오가며 진행한 인류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한다. 7년의 집필 기간을 거쳐 2023년에 미국, 2025년에 한국 땅을 밟은 이 책은 ‘시차의 글쓰기’의 정수를 선보인다. 권준희는 ‘시차를 넘어 지금 여기에서 다시 말을 거는’ 형식을 통해 2025년의 시점에서 ‘가깝고도 먼’ 조선족 이야기를 다시 읽고 다시 질문하며 다시 사유하는 여정으로 독자를 이끈다. 에스노그라피로 읽는 코리안 드림의 흥망과 그 이후 에스노그라피(ethnography)는 단순 현지조사가 아니다. 연구 대상자들과 오랜 시간 현장에서 함께하며 그들의 관점, 언어, 일상 리듬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인류학적 연구 방식을 일컫는다. 현장을 ‘천천히’ 포착하고, 그 결과물을 세상에 ‘늦게’ 소개하는 이 방식은 태생적으로 ‘시차의 글쓰기’를 취할 수밖에 없다. 조사 시점과 출간 시점 사이의 시차만이 아니라, 듣기와 쓰기 사이의 시차, 말한 자와 기록한 자의 시차, 그리고 말해진 것과 말해지지 않았으나 그 순간에 존재했던 감정과 맥락 사이의 시차까지도 품고 있는 에스노그라피는 언제나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16쪽). 그러나 어떤 현상이 과거에만 머물게 두지도 않는다. 지난 이야기를 끊임없이 불러내 끈질기게 다시 묻는다. 2004년 여름, 서울 홍제동 의주로교회에서 조선족 노동자들을 만난 것이 연구의 출발점이었다(104쪽). 당시 이곳에는 ‘불법 체류자’로서 강제 추방될 위기에 놓인 60여 명의 조선족이 머물고 있었다. 1999년 한국 정부가 제정한 ‘재외동포법’에서 사회주의 중국의 공민이라는 이유로 ‘재외동포’ 범주에서 제외된 이들은 개정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교회 안에 모여 생활하고 있었다. 조선족 이주자들이 ‘고국’에서 마주하고 있는 고통을 목격한 저자는 이 일을 계기로 “조선족 이주자만큼이나” 한국과 중국을 횡단하며, 그들의 복합적인 삶을 조망하는 연구에 착수한다. 한국 사회에 노동자로 이주했지만,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과는 구별된 법적‧문화적 위상을 갖게 된 조선족들의 삶에 바투 따라붙어 면밀히 추적한다. 《이주, 경계, 꿈》은 “계속해서 다시 듣고 다시 쓰게 하는” 작업을 통해 완성된 결과물이다. 저자는 참여 관찰, 인터뷰, 장기간 현장 생활을 토대로 연변을 기반으로 한 조선족 이주자들의 생애사와 그들이 품은 열망과 좌절, 경계와 이동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한다. 한국으로의 집단적인 이주 물결을 가리키는 ‘코리안 드림’이 어떻게 시작하고 성장하고 쇠퇴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각 개인의 ‘꿈’은 어떻게 재구성되는지를 ‘꿈의 생애사’라는 독창적인 시선으로 그려낸다. ‘더 나은 삶을 찾아 떠남’과 ‘이주를 통한 발전’이라는 꿈이 중국, 러시아, 북한과 접한 국경지대의 지리적 위치, 중국인과 조선인 사이의 민족 관계성,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교차하는 중첩된 이데올로기적 조건 속에서 끊임없이 협상하고 실현되었음을 살핀다. 또한 조선족 이주는 국가 간 이동을 넘어, 농촌과 도시, 주변과 중심, 교육과 노동, 가족과 자본이라는 다층적 경계를 넘나드는 복합적인 실천임을 밝힌다. 2009년 6월의 어느 화창한 날, 조선족 등산 모임 회원들과 함께 산에 올랐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하는 등산 모임은 연구자인 내게 조선족의 일상 리듬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날 우리는 일광산으로 향했다. 정상에 올라 바라보니 중국과 북한 사이에서 자연적 경계 역할을 하는 두만강이 긴 띠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변경지역으로서 연변이 지닌 특성이 생생하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저 멀리 북한 쪽 외딴 소도시는 인구 밀도가 낮고 빈곤하며 퇴락해 보이는 반면, 중국 쪽은 농경지와 마을이 잘 정리되어 있어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대부분 중산층이었던 등산 모임 회원들은 그 옛날 자신의 친지들이 두만강을 건너 연변으로 들어오게 된 사연을 들려주었고, 남북한에 모두 친척을 둔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살아왔는지도 이야기했다. 또한 중국의 세계적인 부상과 중국식 사회주의가 이룩한 경제적 위업에 대해 중국 공민으로서 갖는 자부심을 역설하기도 했다.(57쪽) 국경 넘기의 시작부터 새로운 꿈의 부상까지 폭넓게 이해하는 조선족 이주 역사 총 3부와 6장으로 구성된 책은 조선족의 이주 역사에 관한 방대한 기록과 분석으로 가득하다. 1부 ‘코리안 드림의 부상’은 소수민족 변경지역이자 다양한 욕망이 교차하는 공간으로서의 ‘연변’을 소개하고, 이동하는 민족인 조선족이 한국과 조우하는 역사적 과정을 살핀다(59쪽). 특히 오랫동안 단절되었던 ‘고국’과 조선족이 갖는 만남의 의미를 고찰하면서, 이들이 중국과 한국을 오가는 독특한 이주노동자 집단으로 형성된 문화적‧정치적‧법적 과정을 서술한다. 특수한 “민족 관계성”, 즉 민족적으로는 ‘한인(韓人)’이지만 남한의 ‘한국 국민’은 아닌 조선족의 디아스포라적 지위를 활용해 한국 노동시장이 특수한 노동력으로서 그들의 가치를 발견하고 확산했다고 주장한다(47쪽). 조선족 노동자가 보유한 민족적 가치가 어떻게 한국의 특정 서비스업에 적합한 노동력으로 자리 잡아 왔는지 주목하고, 이들이 값싸고 유능한 노동자로 ‘환대’받는 동시에 법적 제약과 사회적 차별로 ‘냉대’받는 이중적 양상 또한 들여다본다(90쪽). 문화대혁명 시기에 정치적 박해의 이유가 되었던 ‘친족’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한국으로 이주하는 수단으로 변화했는지를 조명한다(92쪽). “우리는 남편 쪽 사촌이 한국에 산다는 사실을 알고 정말 기뻤어요. 한국에 초청받을 수 있을 테니, 마치 복권이라도 당첨된 것 같았죠. 그런데 막상 그 사람들이 우리를 초청하기로 했을 때는 비자 신청에 돈을 내라고 하더군요. 5,000달러를 달라는 거예요. 1990년대 초반이었으니까 꽤 큰돈이었어요. 그래도 불법 알선업자를 통하는 것보다는 나은 거래 같아서 사촌에게 그만큼을 지불했어요. 한국에 입국한 다음에는 그 사촌과 더는 관계를 하지 않았어요. 너무 오랫동안 떨어져 살던 사람들이라 그런지, 한국에서 가깝게 지내지 못하겠더라고요. 6.25 전에 이미 끊어진 관계였으니까요.”(94쪽) 2부 ‘불안정한 꿈들’에서는 몸, 돈, 시간이라는 인류학적 렌즈를 통해 코리안 드림의 변동성 속에 존재하는 희망과 좌절, 번영과 쇠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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