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왜 우리는 감정에 휘둘리는가?
- 세상을 꿰뚫는 50가지 이론
강준만 교수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으로 ‘감정 독재’를 제시했다. 본디 인간은 감정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가는 존재이지만, 속도가 생명인 인터넷과 SNS로 대변되는 커뮤니케이션 혁명의 결과로 과거보다 더욱 견고한 ‘감정 독재’ 체제하에서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속도는 감정을 요구하고, 감정은 속도에 부응함으로써 이성의 설 자리가 더욱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강준만 교수는 감정 독재에 해당되는 50개 사례를 제시하는데, 이는 우리가 일상에서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유의미한 것들이다.
왜 대학 입시 제도는 자주 바뀌는지, 왜 우리는 누군가를 한 번 밉게 보면 끝까지 밉게 보는지, 왜 기업들은 ‘무조건 100퍼센트 환불 보장’을 외치는지, 왜 검사가 판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지, 왜 지식인 논객들은 편가르기 구도의 ‘졸’이 되었는지, 왜 부자 친구를 두면 불행해지는지, 왜 사람들은 자신이 운전을 잘한다고 생각하는지, 왜 프로젝트 팀의 인원이 10명을 넘으면 안 되는지, 왜 어떤 기업들은 절대 시장조사를 하지 않는지, 왜 인터넷에 ‘충격’, ‘경악’, ‘결국’, ‘헉!’ 낚시질이 난무하는지, 왜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 최악의 어리석은 결정을 하는지 등 흥미있는 주제들이 감정 독재 이론 속에 총 망라된다.
왜 이론이 중요한가?
이 책은 감정 독재에 관한 50개의 “왜?”라는 질문을 다양하게 던지고 여러 분야의 수많은 학자에 의해 논의된 이론과 유사 이론을 끌어들여 답을 하고 있다. “왜?”라는 질문의 전부는 아닐망정 상당 부분은 이론이 있을 때에 더 쉽고 정확하고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다. 이론은 사실상 인과관계에 대한 설명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에서부터 개인의 심리 문제에까지, 이론을 알거나 이론을 찾으려고 노력하면 도움되는 게 많다. 특히 사실과 정보의 홍수 또는 폭발이 일어나고 있는 디지털 시대에 이론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사실과 정보의 홍수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론 만능주의’를 주장하려는 건 아니다. 이론으로 모든 걸 설명하려는 시도는 위험할 수도 있다. 이론은 사고를 그 어떤 틀에 갇혀버리게 만드는 족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은 바로 이게 문제다. 사람들이 이론을 싫어한다고 하지만, 자신이 깨닫든 깨닫지 못하든 모두 다 나름의 이론에 따라 세상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그 어떤 이론이든 이론의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되는 일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이론에 대해서도 끊이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렇게 열린 자세로 이론을 이용해 좀더 긴 시야와 깊은 안목을 갖고 세상을 이해하고 꿰뚫어보려는 노력을 해보자는 것이다.
왜 대학 입시 제도는 3년 10개월마다 ‘성형 수술’을 할까? : 행동 편향
“장관 따라 정권 따라 바뀌는 입시 제도에 신물이 날 지경이다”고 비판했던 한 관료가 막상 자신이 교육부 장관이 되니 입시 제도를 수술하는 똑같은 오류를 반복한다. 비단 그뿐만이 아니다. 광복 이후 60여 년 동안 우리의 입시 제도는 굵직한 사안만 18차례나 바뀌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행동 편향 때문이다. 행동 편향이란 똑같은 결과, 아니 더 나쁜 결과가 나오더라도 가만 있는 것보다는 행동하는 게 낫다는 믿음이다. 새로 들어선 정권, 새로 바뀐 장관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한다는 걸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의 포로가 되기 마련이다.
야구 감독이 통계상 희생번트 작전보다 ‘강공’이 유리하다는 걸 알면서 번트를 지시하는 것도 행동 편향이다. 축구에서 페널티킥을 차는 선수들이 골대의 중앙과 좌우를 골고루 차지만 골키퍼는 중앙에 멈춰 서지 않고 좌우 한 곳으로 몸을 날리는 것도 행동 편향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가 불운을 겪을 때 느끼는 부정적 감정은, 실제로 무언가 행동을 하고 나서 불운을 겪을 때 느끼는 부정적 감정보다 크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누군가를 한 번 밉게 보면 끝까지 밉게 보는가? : 인지 부조화 이론
사람들은 한 번 받아들인 믿음에 반하는 확실한 증거가 나타나면 그 믿음을 고쳐 심리적 조화를 이루려고 하기보다는 그 증거를 부인함으로써 부조화를 없애려고 한다. ‘한 번 좋게 보면 끝까지 좋게 보고 한 번 밉게 보면 끝까지 밉게 본다’는 식이다. 이게 바로 인지 부조화 이론이다. 상반되는 두 인지 요소 사이의 부조화는 두 요소를 조화되게 만들기 위한 압력을 일으킨다는 이론이다. 말세론을 주장한 교주의 예언이 맞지 않더라도 신도들은 그들의 신앙을 하나님이 시험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휴거일이라고 믿었던 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더라도 오히려 더욱 열심히 기도해야 된다는 강한 믿음을 갖는다.
정도의 차이일 뿐 우리 사회에는 심리적 부조화를 줄이기 위해 자기 자신을 속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 누구든 자신은 예외일 거라고 믿고 싶겠지만, 예외는 없다. 단지 자신의 인지 부조화를 줄이려는 분야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왜 기업들은 ‘무조건 100퍼센트 환불 보장’을 외치는가? : 소유 효과
‘100퍼센트 환불 보장’ 마케팅을 구사하는 기업이 많다. 무얼 믿고 그러는 걸까? 상품을 구입한 후 좀 사용하다가 되돌려보내는 걸 상습적으로 하는 소비자들이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극소수다. 실제 반품률은 1∼2퍼센트 수준에 불과하다. 그 짧은 시간에 이미 자신의 손때가 묻은 물건에 정이 들었기 때문일까? 대다수 소비자는 일단 자기 것이 된 물건을 다시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이게 바로 ‘소유 효과’다.
한 김치냉장고 업체는 제품 출시 초기 약 200명의 품질평가단을 모집하고 이들에게 3개월간 무료로 김치냉장고 제품을 사용해본 후 구매 여부를 결정하게 했는데, 결과는 놀랍게도 100퍼센트 구매로 이어졌다. 이는 제품의 품질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것으로, 일단 체험하게 되면 소비자 자신도 모르게 발생하는 소유 효과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운전을 잘한다고 생각할까? : 과신 오류
미국인들에게 “자신의 운전 능력이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어보면 90퍼센트 이상이 “나는 평균 이상으로 운전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답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한국도 다를 게 없다. 한 조사 결과 자신이 평균보다 운전을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0퍼센트가 안되는 걸로 나왔다.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과신 효과’ 또는 ‘과신 오류’의 좋은 예다. 한 연구팀은 수백 차례에 걸친 조사를 통해, 거의 모든 문화권 대다수의 사람이 자신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남녀 관계에서, 직장 생활에서, 기업 경영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평균보다 나은 사람이라고 믿는다.
사실 우리 인간은 자긍심 없이는 살아가기 어렵다. 설사 그 자긍심이 기만적인 것일지라도 그것이 남에게 피해를 안 끼치면서 자신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다면 무엇을 망설이랴. 그래서 “제 잘난 맛에 산다”는 말이 오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다만 ‘낙관적 감성’을 ‘비관적 이성’으로 보완하거나 견제하는 일은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과유불급의 철칙을 믿는다면 말이다.
왜 치킨 가게가 3만 개를 넘어섰을까? : 생존 편향
최근 치킨 가게가 3만 개를 넘었다. 왜일까? 한국의 조기 은퇴시스템이 큰 이유다. 대부분의 조기 은퇴자들은 자영업 이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 그런데 그게 전부일까? 치킨 가게가 ‘자영업자들의 무덤’이라는 사실이 꽤 알려졌는데도, 은퇴 후 단지 할 일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성패 여부에 관계없이 치킨 가게를 여는 걸까? 그렇진 않을 것이다. 나름 시장조사를 해보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시장조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