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런던’ 하면 떠오르는 풍경들 영국신사, 전통, 긍지, 셜록 홈즈, 홍차, 비틀즈, 이층버스, 빅벤, 007, 산업혁명, 백투백 주택, 대영제국의 심장, 자욱한 안개, 런던탑, 헨리 8세, 자본주의, 영국음식만큼 괴상한 실험보고서, 템스 강, 유니온 잭, 튜브 맵, 우산, 미니스커트, 몬티 파이튼, 세인트 폴 대성당, 런던 대화재, 잭 더 리퍼, 닥터 후, 브이 포 벤데타, 소호, 정장, 버킹엄 궁전, 여왕, 프리메이슨, 축구, 시빌 로우, 노팅 힐, 비밀과 음모, 해리 포터, 경찰 보비, 셰익스피어, 동물보호협회, 피쉬앤칩스, 세계 최초, 낭만 그리고 역사 세계 현대사의 고향, 런던 우리는 모두 런던에 살고 있다 아름다운 사람이 그렇듯이 아름다운 도시에는 사연이 있다 런던에 가본 적이 없어도 ‘L.O.N.D.O.N.’이라는 말을 입에 넣고 가만히 굴려보면 왠지 사탕과 같이 달콤합니다. 그래서인지 런던을 배경으로 하거나 ‘영국적’인 가치를 담은 창작물들은 기이할 정도로 한국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지요. 런던을 바라볼 때에는 뉴욕이나 파리 등 다른 거대 도시에 대한 동경과는 미묘하게 다른 낭만이 담겨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굳이 런던의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되지 못 할 겁니다. 솔직히 얘기하지요. 알면 좋지만 몰라도 그만인 게 외국의 역사잖아요. 그럼에도 우리가 런던의 역사를 꼭 알아야 하는 까닭이 있다면, 런던이 유럽 어딘가의 수도라는 범위를 벗어나 우리의 일상과 크게 겹쳐지는 부분이 있어서일 겁니다. 이 책은 바로 그것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런던이 ‘런던’인 이유는 ‘역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짐승 반 사람 반의 야만으로 불렸던 유럽 변두리의 도시가 어떤 과정을 거쳐 현대 세계의 뿌리가 되었는지, 어떻게 우리의 일상 속으로 깊이 파고들어갔는지, 그 길고 긴 시간을 품은 파란만장한 역사가 궁금하지 않으신지요? (제발 궁금하다고 해주세요.) 런던은 어떻게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게 되었을까? 런던만큼 ‘최초’라는 수식이 많이 붙어 있는 도시는 없을 겁니다. 우리가 품고 있는 런던에 대한 막연한 호의 또한 지금 여기를 완성시킨 공간과 시간에 대한 경의이자 일종의 향수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 시간의 기준은 런던 그리니치에 맞춰져 있고, 세계 공용어는 영어나 마찬가지입니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또한 런던 시민들 사이에서 싹을 틔웠으며, 근대를 연 산업혁명 또한 런던에서 시작되었지요. 이렇게 거창한 게 아니라도, 주변 일상을 둘러볼까요. 모든 게 다 런던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19세기 빅토리아인들이 입었던 정장을 입고 런던에서 발명된 지하철에 올라 런던의 동향에 촉각을 세우는 회사로 출근합니다. 퇴근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어 상호가 번쩍거리는 번화가의 네온사인들을 지나 대영제국 시기 런던의 우아한 숙녀처럼 카페에 앉아 차를 홀짝거리잖아요. 누군가는 조지안 시대의 엉큼한 신사들처럼 인터넷을 헤맬지도 모르지요. 런던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으며, 현대는 런던의 확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만큼 런던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키워드죠. 그렇다면 어떻게 로마의 식민지에서 출발한 섬나라의 작은 도시가 세계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현대의 ‘틀’이 되었을까요. 그렇게 되기까지 런던은 어떤 특별한 과정을 거쳤으며, 또 어떤 차별점을 가지고 있었을까요. 우리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사뿐만이 아니라 반드시 런던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반지의 제왕보다 흥미진진하고 비틀즈보다 매혹적인 역사로의 초대 하지만 런던의 역사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런던의 역사가 가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세계사가 담겨져 있다는 것이지요. 특히 대영제국 시기에 이르러서는 하나의 사건 안에 여러 분야가 다양하게 얽혀 있기 마련입니다. 이를 모두 짚고 넘어가자면 근현대 세계사를 아울러 설명해야 할 만큼 분량이 방대해지지요. 그래서 런던을 중심으로 영국사 나아가 유럽사를 친절하게 소개하는 시도가 이미 많이 이뤄졌지만, 단숨에 읽어나가면서 대략적인 틀을 잡고자 하던 분들께는 여전히 벽이 높았습니다. 이 책은 유럽 변방의 작은 도시에서 출발해 세계로 뻗어나간 대영제국 시기를 거쳐 우리 주변 곳곳에 뿌리를 내린 지금까지, 런던이 품은 2,000년의 길고 긴 이야기를 마치 《해리 포터》 시리즈를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게 풀어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영국사를 전공한 역사 전문가가 아닙니다. 다만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해명하고 싶었을 뿐이지요. 그래서 회계사를 잠시 쉬고 역사 공부를 시작했고, 역사 현장들을 하나하나 직접 발로 밟아가면서 조금씩 런던을 알아갔습니다. 그리고 그 성과를 블로그에 연재하며 이웃들과 공유했지요.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영국 사극을 보는 것 같다면서 글을 빨리 써달라는 독촉이 줄을 이었지요. 그렇게 되자 블로그 이웃들을 위해서라도 글을 멈출 수 없었고, 기왕 시작한 김에 아예 영국의 형성부터 지금까지 훑어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장장 4년여가 흘렀습니다. 《런던 이야기》는 원고지 5,000매에 이르는 블로그 연재 글들을 간추려 540여 컷의 사진과 608페이지 분량의 책으로 정리한 결과입니다. 런던인이 역사의 현장에서 우리말로 전하는 런던 이야기 교과서 속 숨겨진 인물들을 밝혀내다 그럼에도 전문가도 아니고 영국인도 아닌 이의 시선에서 쓰인 런던의 역사를 왜 읽어야 하는지 여전히 의아해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헨리 8세의 처절한 치정극과 같은 역사와 그것이 초래한 세계사적인 변화는 교과서에서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찰스 1세와 크롬웰의 갈등을 통해 왜 영국에서는 프랑스 혁명과 같은 형태의 전복이 이뤄지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수업 시간에 들으셨을 겁니다. 그렇다면 혹시 역사 수업에서 부디카를 배운 적이 있으신지요? 1세기 무렵 맹위를 떨쳤던 반란 세력의 지도자였던 여성입니다. 런던의 역사는 곧 저항과 지양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뿌리에는 영국 최초의 반란자이자 여성 지도자인 부디카가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1세, 빅토리아 여왕, 마거릿 대처 수상 모두 부디카 스타일이며 그녀의 후손을 자처했습니다. 또 하나, 가이 폭스는 아시는지요. 〈브이 포 벤데타〉를 통해 낯익은 이름이라고 느끼신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가이 폭스가 어떤 누명을 썼으며, 왜 가이 폭스의 가면이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를 뒤덮으며 저항의 의미로 쓰이는지는 잘 모르실 겁니다. 책에서 비중 있게 다루는 인물 가운데 한 명만 더 꼽아 보겠습니다. ‘멜리투스’를 들어본 적이 있으신지요. 종말이 지나간 것 같은 런던에 파견되어 고군분투했던 로마의 수도사입니다. 영국 역사에 헤아릴 수 없는 영향을 끼쳤던 세인트 폴 대성당을 세운 사람이기도 하지요. 멜리투스가 아니었으면 런던의 문명화는 훨씬 늦어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런던 현지에서조차 멜리투스를 언급하는 안내책자가 많지 않다고 하네요. 교과서 밖의 숨겨진 의미들을 발굴하다 런던의 역사는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여전히 런던의 안개와 같이 뿌옇습니다. ‘천 일의 앤’에서 천 일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천 일에는 긴 듯 아쉬운 시간이라는 뉘앙스가 맴돕니다. 그래서 세에라자드가 샤리아르에게 목숨을 맡겼던 기간은 천 일 하고도 하루를 더 넘겼고, 그것을 넘기지 못한 앤 볼린의 영화도, 아서 슐레진저의 회고록 제목도, 이승환의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노래 제목도, 독일군이 레닌그라드를 포위 공격했던 기간도 ‘천 일’입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폐하’라는 호칭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하네요. 영연방은 스스로를 대영제국으로 칭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