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완전히 뒤바꾼 아이디어들을 우리에게 전해준 사람들이 있다. 과학자나 수학자, 종교적 계시를 받은 선지자, 도덕적 개혁가, 예술가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우리에게 그들이 얻은 “아하!”의 마법, 즉 통찰을 보여준다. 그들이 맞닥뜨린 다양한 “아하!”의 방식들에 대한 탐구가 이 책의 시작이다. 저자는 아이디어란 독자적인 생명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가 추구하지 않을 때는 느닷없이 찾아오다가도 막상 찾으려고 하면 내숭을 떨며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많은 소설가들이 텅 빈 컴퓨터 화면을 응시하며 시간을 보내고, 많은 수학자들이 실패한 증명이 적힌 종이를 구겨 휴지통을 채우며 오랜 나날을 보낸다. 저자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한다. 왜 이래야 하는 것일까? 왜 뛰어난 지능과 실력과 성실함을 겸비한 사람들이 그런 좌절을 견뎌야 하는 것일까? 왜 그런 좌절의 시간 뒤에 아무 관련성 없는 것들이 서로 연결되는 것처럼 보일 때 순간적으로 통찰이 “오는” 것일까?
본문은 크게 다섯 가지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종교, 도덕, 과학, 수학, 예술의 영역으로, 통찰의 순간들이 나타나는 거의 모든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종교에서의 통찰의 순간은 ‘현현’이나 ‘계시’라고 부를 수 있는 특별한 방식으로 일어난다. 저자는 이를 신경과학적으로 접근하여 진정한 비전과 환각을 구분하고자 하는데, 우리의 뇌의 가장 원초적인 부분은 우리의 의식의 작용과는 다르게 활동한다. 그래서 임사체험을 하거나 간질 발작을 경험하는 동안 천사를 만났다거나 신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두 번째 도덕에서의 통찰의 순간은 두 가지 방식으로 나타난다. 온화한 법률가였던 모한다스 간디가 남아프리카에서 인종차별을 경험하고 즉각적으로 민권운동가 마하트마 간디로 변화한 것처럼 즉각적인 통찰이 있고, 오랜 내적 고민 끝에 영국에서 흑인 인종차별 폐지운동의 선구자가 된 토머스 클라크슨처럼 이성에 의해서 촉발된 통찰이 있다. 이러한 두 가지 방식의 통찰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데, 동물 보호와 육식 사이에서 오랜 시간 고민하다가 채식주의자가 될 수도 있고, 어느 날 우연히 도살장에 갈 기회가 생겨서 즉각 ‘고기 사절!’을 선언하게 될 수도 있다. 세 번째 과학에서의 통찰의 순간도 놀라운 일들로 가득하다. 아인슈타인은 오랫동안 고민하던 상대성이론에 대한 통찰을 친구 베소와 이야기를 나누는 찰나의 순간에 얻었고, ‘헬륨 이론’을 가지고 고민하던 파인먼도 “2년 동안 몸부림치고 또 몸부림치다가 갑자기 모든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네 번째 수학에서의 통찰의 순간에는 특히 엄청난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수학자 지안-카를로 로타는 수학에서의 통찰의 순간이 섹스, 마약 등과도 비교할 수 없는 쾌감을 준다고 말했다. 이러한 통찰이 어디에서 유래하는 것일지가 가장 궁금한 문제인데, 저자는 이것이 ‘정신적 알 품기’ 기간을 거쳐 우리의 무의식에서 유래한다고 말한다. 마지막 예술에서의 통찰의 순간에는 약간의 속임수가 있을 수 있다. 헤밍웨이는 먹고 마시며 낚시와 사냥만을 즐긴 인물이라고 알려졌지만, 사실 그는 이 모든 활동들과 병행해서 매일 6시간씩 글을 썼다. <길 위에서>를 쓴 잭 케루악은 3주일 만에 원고를 완성했다고 했지만, 그 전후의 고민과 퇴고의 과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영감에 관해서 대중의 감탄을 일으키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위대한 예술가들은 오히려 강박적으로 수정에 몰두했는데,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자신의 회화를 “완성품”으로 여긴 적이 한번도 없다고 한다.
다방면에 두루 박식한 철학교수의 교양 강의와도 같은 이 책의 어렵지 않으면서도 묵직한 메시지가 독자들에게 쏠쏠한 재미와 강렬한 통찰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