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트로이 출정을 앞둔 아가멤농에게 사제 칼카스가 불길한 신탁을 전한다. “헬렌의 피를 이어 받은 소녀, 이피제니를 제물로 바쳐라.” 신은 헬렌의 조카이면서 아가멤농의 딸인 이피제니를 요구하고 있다. 아가멤농은 고민 끝에 군대 몰래 딸을 빼돌리기로 한다. 하지만 그가 손을 써 보기도 전에 이피제니가 그리스군 진영에 도착한다. 라신은 잘 알려진 에우리피데스의 비극을 참고해 작품을 썼다. 하지만 “신이 이피게네이아를 죽음 직전에 사슴과 바꿔치기한다”라는 결말만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에우리피데스 시절에나 믿었을 기적이었다. 그는 다른 결말을 원했다. 파우사니아스의 글이 실마리를 제공했다. 제물로 바쳐진 것은 ‘헬레네와 테세우스 사이에서 난 이피게네이아’라는 기록이었다. 그녀는 라신의 손에서 ‘에리필’이라는 인물로 다시 태어났다. 아실을 사랑하게 된 에리필은 연적 이피제니를 제거하기 위해 신탁이 이행되도록 계략을 꾸민다. 이피제니가 희생되기 직전, 베일에 가려졌던 에리필의 출생이 밝혀진다. 제대에 그녀의 피가 흐르자 고요하던 그리스 연안에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에리필이 바로 “헬렌의 피를 이어 받은 소녀, 이피제니”였던 것이다. 새로운 결말에 당대 관객은 열렬한 호응을 보냈다. 이로써 <이피제니>는 라신의 성공작으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