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랑도 기록하지 말기를

이영주 · 시
1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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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 시인선 532권. 2019년 올해로 등단 19년을 맞은 이영주 시인의 네번째 시집. <차가운 사탕들>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새 시집이다.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의 유희와 우화적 상상력"(문학평론가 김용희)이 돋보이는 시, "아름답게 악행을 퍼트"리며 "아름다워지는 것보다 훨씬 더 찬란한 착란의 시간"(시인 김소연)을 펼쳐놓는 시를 통해 이영주는 "자신이 쓰고 있는 시구가 곧바로 자신의 몸으로 체험되는"(문학평론가 황현산) 언어적 상상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이번 시집에서도 시인의 이러한 독특한 시 세계를 만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면서도 시인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야기, 무엇도 할 수 없는 자리에 붙박여버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렇게 불가능의 얼룩들이 번진 이야기 속에는 매듭지어지지 않은 우리 사회의 사건들이 스며들어 있기도 하고, 그 사건들에서 부서져 나온 파편들과 버팀목이 되지 못한 허약한 구조가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또한 그리하여 입이 닫혀버린 화자들과 그럼에도 비어져 나오는 신음 같은 발화들이 시집 전반에 떠다닌다. 이영주의 언어적 상상력은 앞서 밝힌 바처럼 "자신이 쓰고 있는 시구가 곧바로 자신의 몸으로 체험되는" 것뿐만 아니라, 현실과 비현실을 자유자재로 옮겨 다니는 부분에서도 빛을 발하는데, 어떤 가능성도 찾을 수 없는 '그곳'은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이곳'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없이 추락하고, 타인과의 소통조차 단절된 '그곳'이자 '이곳'에서, 시인은 형언할 수 없는 공포의 시선으로 '비현실' 혹은 '현실'의 장벽에 부딪히고 만다. 이 장벽 앞에서 시인은 무엇을 기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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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시인의 말 1부 십대 첫사랑 방화범 숲의 축구 기념일 교회에서 여름에는 개와 나 빈 노트 숙련공 소년의 기후 은, 멈추지 않는 소년 유리 공장 양조장 해변의 조우 아침 여름의 애도 2부 집들이 영혼이 있다면 폭염 손님 우유 급식 단어들 독서회 한밤의 독서회 없는 책 문장 연습 오래전 홍당무 게스트 하우스 친구를 만나러 축구 동호회 3부 외국 여행 유광 자원 잔업 육식을 하면 슬픔을 시작할 수가 없다 광화문 산책 4월의 해변 광화문 천막 해바라기 북해도 우물의 시간 목수 일기 무한 엄마의 과일청 여름 열대야 이집트 소년 4부 낭만적인 자리 녹은 이후 영토 박쥐들의 공원 결혼 병 속의 편지 아침 식탁 아홉 걸음 휴일 북해도 여관 독립 빈 화분 친구의 집 연대 해설 기록할 수 없는―공포와 부정의 이야기 조재룡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이 맑고도 끈끈한 부정의 얼룩들” 기록할 수 없는 이야기들로 어둠을 나누는 시간 올해로 등단 19년을 맞은 이영주 시인의 네번째 시집 『어떤 사랑도 기록하지 말기를』이 문학과지성 시인선 532번으로 출간되었다. 『차가운 사탕들』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새 시집이다.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의 유희와 우화적 상상력”(문학평론가 김용희)이 돋보이는 시, “아름답게 악행을 퍼트”리며 “아름다워지는 것보다 훨씬 더 찬란한 착란의 시간”(시인 김소연)을 펼쳐놓는 시를 통해 이영주는 “자신이 쓰고 있는 시구가 곧바로 자신의 몸으로 체험되는”(문학평론가 황현산) 언어적 상상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이번 시집에서도 시인의 이러한 독특한 시 세계를 만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면서도 시인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야기, 무엇도 할 수 없는 자리에 붙박여버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렇게 불가능의 얼룩들이 번진 이야기 속에는 매듭지어지지 않은 우리 사회의 사건들이 스며들어 있기도 하고, 그 사건들에서 부서져 나온 파편들과 버팀목이 되지 못한 허약한 구조가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또한 그리하여 입이 닫혀버린 화자들과 그럼에도 비어져 나오는 신음 같은 발화들이 시집 전반에 떠다닌다. 이영주의 언어적 상상력은 앞서 밝힌 바처럼 “자신이 쓰고 있는 시구가 곧바로 자신의 몸으로 체험되는” 것뿐만 아니라, 현실과 비현실을 자유자재로 옮겨 다니는 부분에서도 빛을 발하는데, 어떤 가능성도 찾을 수 없는 ‘그곳’은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이곳’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없이 추락하고, 타인과의 소통조차 단절된 ‘그곳’이자 ‘이곳’에서, 시인은 형언할 수 없는 공포의 시선으로 ‘비현실’ 혹은 ‘현실’의 장벽에 부딪히고 만다. 이 장벽 앞에서 시인은 무엇을 기록할 수 있을까? 불가능성의 가능성 각자의 말들로 서로를 물들일 수 있을까 나는 그의 어둠과 다른 색 오래전 이동해 온 고통이 여기에 와서 쉬고 있다 어떤 불행도 가끔은 쉬었다 간다 옆에 앉는다 노인이 지팡이를 내려놓고 태양을 바라보고 있다 흰 이를 드러내며 나는 웃고 우리의 혼혈은 어떤 언어일지 생각한다 -「외국 여행」 전문 고통은 시간이 지난다고 끝나지 않는다. 단지 “어떤 불행도 가끔은 쉬었다” 갈 뿐이다, 그렇게 “오래전 이동해 온 고통이 여기에 와서 쉬고 있다”. 시인은 그 옆에 앉아 생각한다. 이렇게 각자의 고통이 있고, 그 색이 서로 다른데 소통은 어떻게 가능한가, 그건 어떤 언어로 말해야 하는가, 그 고통의 혼혈은 어떤 언어인가. 그러곤 곧 깨닫는다. “아무도 이 이상하고 슬픈 순간은 기록할 수 없는 거”(「유광 자원」)라고. 그런데 정말 그럴까? 이렇게 깊고 깊게 파고드는 날이면 연필을 깎고 또 깎습니다. 저는 이제 편지를 쓸 사람이 없네요. 제게는 도착할 편지가 없습니다. 너무 미안해서 아무에게도 쓸 수가 없는 걸까요. 너무 미안해서 죽이고 싶은 걸까요. 다른 세상은 없으니까. 다른 너도 없으니까. 미안하면 미안한 채로 이를 갈며 뜬눈으로 잠이 들어야 하니까. [……] 흑심은 제 마음에 없어요. 단 한 번도 쓰지 않은 편지 안쪽으로 뭉개져서 계속 깊어지고 있습니다. 다른 세상은 없는데도 말입니다. 사람은 사람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저 사람일 뿐인데 그것도 진실은 아니지요. 그것을 자꾸 되새기면서 비참해질 필요는 없어요. 아름다운 연필은 늘 손에서 손으로 건네집니다. 재의 단어를 나누어 가지고 우리는 가까워지지 않기 위해 가만히 손을 잡습니다. [……] 죽음을 들키지 않는 삶. 새벽에는 편지를 쓰지만 그 손은 투명하고 제게는 손이 없습니다. ―「우유 급식」 부분 이 시에서 화자는 “연필을 깎고 또 깎”지만 편지를 쓸 대상도, 쓸 말도, 자신에게 도착할 편지도 부재한 상황이다. 이 부재와 불능의 원인은 시에서 드러난 “미안해서”를 통해 짐작해볼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결국 이 부재와 불능의 끝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죽음을 들키지 않는 삶”이다. 죽음을 밟고 선 지금도 삶이 이어지고 있다는 이 자각은, 부정의 끝에서 다시 한 번 더 부정함으로써, 시인으로 하여금 불가능성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말로 채울 수밖에 없는, 기록할 수 없는 투명한 손으로 기록이 가능한 편지를 쓰게 만든다. 그렇게 이영주는 ‘기록할 수 없음’ 그 자체를 기록하는 행위를 통해 불가능성의 가능성을 타진해나간다. 말하지 않으면서 말하는 방식 이 세계는 상실의 슬픔으로 가득하지만, 이것은 오롯이 기록될 수 없다. 죽음도 죽음으로 기록되지 못하는 이러한 실종과 상실이 이 시집의 도처에서 참혹의 혹한처럼 차오르고, 뜨거운 불꽃처럼 작렬한다. 그러나 시인은 비극-죽음을 보고나 묘사의 형태로 함부로 재현하지 않는다. 시인은 “입을 벌리지 않고”(「빈 노트」) 비극과 죽음의 기록할 수 없음을 끝내 기록의 문턱으로 끌고 온다. 말하지 않으면서 말하는 방식으로. 표현할 수 없으며 함부로 재현해서도 안 될 사연과 절망을, 시인은 백지 위에 긁고 새기듯, 필사를 한다. 시는 각기 다른 시간의 흔적들로 지금-여기를 찌르는 능동적인 사유와 날 선 감각을 선보이면서, 개인적이고도 내밀한 기억으로 저장되고 솟구쳐, 우리에게, 너에게, 나에게, 꿰뚫고 들어오며, 세상의 모든 ‘삼인칭’을 지워내는 일에 몰두한다. [……] 행위를 부추기는 진술은 어김없이 시 구석구석에서 낯선 감정을 새겨 넣으면서 일종의 ‘추임’의 형식을 취하지만, 그것을 기술하는 시점은 벌써 ‘나-너-그’가 번갈아 활용되는 곳에서 변주된다. 이렇게 문장 하나하나에 기이하고도 고유한 하중이 실린다. ‘나-너-그’는 여기서 제 경계를 취하고, 가장 주관적인 상태에서, ‘씀’-‘쓰다’-‘기록’의 불가능한 가능성을 쏘아 올린다. ―조재룡 해설, 「기록할 수 없는―공포와 부정의 이야기」 부분 이번 시집의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조재룡은 이영주가 “이와 같은 방식으로 밑바닥에 내려가 타자의 목소리를 듣고, 그 목소리를 자기 자신의 것으로 전환해내며, 그렇게 기록되지 않는 것, 저 밑바닥 물에 젖은 무언의 말들을 발화하고, 할 수 없음과 쓸 수 없음을, 너-나-그의 목소리로 필사하듯 새기는 데 성공한다”고 밝히고, 그리하여 이영주의 시가 “불행과 비극의 상실을 바라보는 외부의 소실점을 오로지 나를 통과하여 당도할 내부의 사건으로 전환해내면서, 마침내 타자의 입술에 내 차가운 슬픔을 달아놓고, 혼자만의 중얼거림을 너의 중얼거림으로 치환하는 어려운 일을 수행한다”고 평한다. 온통 할 수 없음에 대한 시들로 채워진 이 시집의 마지막에 이르러 얼굴을 드는 질문은 비극과 죽음과 슬픔으로 가득한 이 불능의 세계에서 연대란 무엇이고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하는 것이다. 어둠이 쏟아지는 의자에 앉아 있다. 흙 속에 발을 넣었다. 따뜻한 이삭. 이삭이라는 이름의 친구가 있다. 나는 망가진 마음들을 조립하느라 자라지 못하고 밑으로만 떨어지는 밀알. 옆에 앉아 있다. 어둠을 나누고 있다. ―「연대」 전문 고통과 슬픔의 끝은 장식하는 시에서 시인은 “어둠을 나누고 있”다고 말한다. 불행 옆에 같이 앉아 혼혈의 언어를 생각하던 그 모습으로(「연대」). 기록되지 않는 것을 결국은 그 자체로 기록한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낯선 어휘를 통해 알리바이로 제공된 사건들을 원체험, 원시간으로 복원하려 한다. 그것이 “어둠을 나누”는 시간이자 지금 우리의 연대 방식인 것이다. 이 시집의 이야기들은 이렇게 ‘이름만 바꾸면 바로 당신의 이야기’, 그러니까, 이름만 바꾸면 나-너가 모두 주인인 이야기이며, 입을 다물 수 없는 경악과 충격 이후, 세계가 상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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