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사람 시인선 14권. 2001년 「한국일보」 등단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길상호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길상호 시인의 섬세한 감정선이 도드라지는 이번 시집은 "서로를 좀 더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 곧 '시 쓰기'라고 말하는 듯하다. 우리네 삶은 참 쓸쓸하여서 "언제나 겨울을 걸"어가는 것 같지만, 길상호는 그 쓸쓸함이라는 토양 위에서 은율을 만들고 언어를 변주함으로써 "눈사람을 만들어 사랑을 시작"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가끔은 머나먼 생이 택배로 배송되어 왔다 / 수명을 단축시킬 거라고 당신은 늘 반품을 강요했지만 / 주소지도 없는 박스가 나는 늘 궁금했다"('먼 곳의 택배'),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 여관방 벽은 낡은 입술을 갖고 있다"('낡은 잠을 자려고'), "다음 생이 오면 또 아프겠지요, / 책갈피를 넘길 때마다 귀신들은 / 몇 번이고 했던 말을 다시 중얼거렸다"('책등에 기대 잠이 들었지')라는 구절처럼 사물과 사람, 풍경의 그 안쪽까지 응시하는 길상호 시인의 시편들은 섬세하고 미더워서, 삶에 지친 독자들은 그의 언어 안에서 무장해제를 한 채 '오늘'을 잊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앞엔 아주 짧은 햇빛이 놓여 있"을 뿐이지만, 이 저물녘 동안 그럼에도 시를 쓰고, 사랑을 하고, 내일의 이야기를 궁리하는 시인, 그가 바로 길상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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