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봉의 발걸음을 따라서 떠난 최초의 역사기행 가이드, 약산로드
2019년 의열단 100주년을 맞아 약산 김원봉과 의열단에 대한 재조명이 활발하다. 영화, 소설, 평전 등 김원봉을 찾는 이도 많아졌다. 하지만 김원봉의 삶을 처음부터 끝까지 ‘현장’에서 추적한 책은 없었다.
올해 초,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국내 최초 대한민국 임시정부 여행 가이드북 《임정로드 4000km》를 펴낸 바 있는 오마이뉴스 김종훈 기자가 이번에는 김원봉의 발자취를 추적한 《약산로드 7000km》로 돌아왔다.
《약산로드 7000km》는 《임정로드 4000km》가 그랬듯 약산 김원봉과 의열단, 조선의용대, 광복군 등 27년간 활동했던 약산의 현장을 직접 발로 누비며 만든 책이다. 판에 박힌 역사책이 아닌, 청년 기자의 예리한 시선으로 김원봉의 생애를 재조명한다. 기자 특유의 날카로운 분석과 현장감 있는 문장은 한 편의 르포문학을 읽는 듯 생생함을 더해준다.
캠퍼스의 낭만 가득한 베이징대 뒤로 이런 역사가…
한국인 유학생과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중국의 수도 베이징. 청춘들이 캠퍼스의 낭만을 만끽하고 있는 베이징대 뒤로 낡고 허름한 골목 하나가 나타난다. 바로 그곳에서 약산 김원봉과 단재 신채호, 두 독립 영웅이 만났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1919년 의열단 창립 후, 줄기찬 의열 투쟁을 전개했지만 여전히 독립운동 진영에서는 의열단의 투쟁을 ‘테러’라고 비난하는 시각도 존재했다. 스물한 살 청년 김원봉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들의 행동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이론이 필요하다고!
1922년 겨울, 김원봉은 의열단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해줄 인물을 찾아 떠난다. 그는 바로 당대 최고의 문필가이자 역사학자였던 ‘단재 신채호’였다. 힘 없는 외교로는 독립을 쟁취할 수 없다고 굳게 믿은 두 영웅은 류자명의 소개로 첫 만남부터 의기투합해 마침내 ‘강도 일본’으로 시작하는 6,800자의 ‘조선혁명선언(의열단 선언)’을 완성했다.
“민중은 우리 혁명의 대본영이다. 폭력은 우리 혁명의 유일 무기이다. 우리는 민중 속에 가서 민중과 손을 잡고 끊임없는 폭력-암살·파괴·폭동으로써 강도 일본의 통치를 타도하고, 우리 생활에 불합리한 일체 제도를 개조하여, 인류로써 인류를 압박치 못하며, 사회로써 사회를 수탈하지 못하는 이상적 조선을 건설할지니라.”
베일에 가려졌던 의열단원의 흔적을 세상에 드러내다
앉은 자리에서 2시간 이상 보낸 적이 없었을 만큼 신출귀몰했던 김원봉답게 베이징 곳곳에서는 그와 의열단원들이 활동했다는 기록만 남아있을 뿐, 정확한 장소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저자 김종훈 기자는 얼마 안 되는 기록에서 단서를 찾고, 직접 현장을 뒤져가며 현지 전문가에게 수소문하여 얻은 정보들을 파헤쳐 베일에 가려진 김원봉과 의열단원의 활동을 추적했다. 마침내 의열단 베이징 본부가 있던 ‘외교부대가’에 도착한 저자는 마치 금방이라도 양복을 입은 의열단원이 나와서 인사를 건넬 것만 같은 환상마저 들었다고 고백한다. 이렇게 《약산로드 7000km》는 100년 전 독립운동의 현장으로 독자를 데리고 간다.
때로는 폭탄을 제조하고 일제를 처단하는 의열단원이, 때로는 한 손엔 총을, 한 손엔 책을 든 조선의용대원이, 때로는 대일선전포고를 선언하는 감격스런 한국광복군이 되어 약산과 함께 우리 독립운동사의 중요한 순간에 서 있는 황홀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독립기념관조차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약산의 흔적을 《약산로드 7000km》에서 최초로 만날 수 있다.
청년 김원봉과 동지들을 찾아
김원봉이 의열단과 조선의용대를 이끌며 독립운동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은 목숨도 아끼지 않고 그를 믿고 따른 동지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약산로드 7000km》의 여정은 김원봉 한 사람 뿐만 아니라 그의 동지들에게도 초점을 맞춘다.
김원봉의 고향 친구 ‘윤세주’, 저항시인 ‘이육사’, 의열단의 정신적 지주였던 ‘신채호’, 마지막 의열단원 ‘김시현’ 그리고 동지이자 연인이었던 ‘박차정’ 등 우리가 몰랐던 그러나 꼭 알아야만 하는 소중한 독립운동가와 만나는 가슴 벅찬 경험을 하게 된다. 실감나는 역사의 현장과 가슴 깊이 느껴지는 독립운동의 이야기를 함께 만나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