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지구를 달리는 남자가 보내온 초대장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싶다면 트레일 러닝
고비사막 마라톤 우승, 북극점 마라톤 우승, 사하라사막 마라톤 3위, 남극 마라톤 3위, 한국인 최초 사막 마라톤 그랜드 슬램 달성……. <트레일 러너>는 지구를 날리는 남자, 세계적인 트레일 러너 안병식의 도전과 좌절, 희열과 성취를 담은 에세이이다. 남극에서 북극점까지, 아프리카의 사하라부터 남미의 파타고니아까지, 지은이는 지구에서 열린 30여 개 울트라 트레일 러닝 대회를 완주했다. 그가 달린 거리는 무려 1만km. 지구 둘레의 1/4을 두 다리에 의지해 달렸다. 사막, 극지, 오지, 정글, 알프스, 히말라야. 그의 달리기는 극한의 날씨와 극한의 환경으로 떠나는 모험이자 도전이었다. <트레일 러너>는 한 편의 드라마 같다. 심장을 조여오는 육체적인 고통, 간절하게 포기하고 싶은 한 인간의 나약함, 아프고 뒤처진 동료를 챙기는 러너들의 뜨거운 연대심, 달리면서 느끼는 절대 자유, 도전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벅찬 희열과 성취감 등 인간의 삶을 닮은 러닝 스토리가 드라마처럼 극적으로 펼쳐진다. <트레일 러너>는 지구를 달리는 남자가 보내온 초대장이다. 저자 안병식은 이렇게 말한다.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싶다면 트레일 러닝의 세계로 오라!
예술가를 꿈꾸던 날라리 미대생
작업실을 나와 제주를 달리기 시작하다
트레일 러닝(trail running)은 아스팔트나 트랙처럼 포장된 길이 아닌 산, 들판, 숲길, 사막 등 자연을 달리는 운동이다. 산길, 시골길을 뜻하는 트레일(trail)과 달린다(running)의 합성어이다. 자연과 교감하며 달리는 즐거움이 특별하다. 2000년대 들어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저자는 제주대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예술가를 꿈꾸던 미대생은 우연히 5km 건강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가 달리기의 매력에 빠졌다.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며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던 일상이, 그때부터 바뀌었다. 그는 작업실 대신 제주의 자연으로 발길을 돌렸다. 오름을 달리고, 한라산을 오르고, 제주의 바닷가를 달렸다. 즉각적으로 변화가 찾아왔다. 가장 먼저 체중이 줄었다. 살이 빠지기 시작하자 마음이 가벼워졌다. 낮과 밤을 바꿔 살았던 생활도 제자리로 돌아왔다. 제주의 품에 안겨 자연을 보고, 듣고, 냄새 맡는 시간이 즐거웠다. 달리는 동안은 혼자였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너무나도 좋았다. 건강, 자신감, 집중력, 자존감, 혼자만의 시간, 나를 사랑하는 방법, 매일매일 설레는 삶……. 트레일 러닝은 저자에게 참 많은 것을 얻게 해주었다.
떨리는 가슴 안고 사하라로
생애 첫 사막 마라톤 완주
2005년 여름, 지은이는 신문에서 우연히 이집트 사하라사막 마라톤 기사를 보았다. 물과 텐트를 제외한 모든 음식과 장비를 직접 배낭에 짊어지고 7일 동안 250km를 달리는 경기였다. 이거다, 싶었다. 내가 사막을 달릴 수 있을까? 사막에서 길을 잃으면 어쩌지? 대회 경비는 어떻게 마련하지? 그래도 참 멋질 거야? 사막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망설임, 호기심과 설렘이 동시에 솟구쳤다. 그는 자신이 사하라를 달리는 모습을 떠올렸다. 콩닥콩닥.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해 10월, 저자는 생애 첫 울트라 트레일 러닝 대회에 참가했다. 사막 레이스는 제주도를 달리는 것과 너무도 달랐다. 지형, 날씨, 환경이 너무 달랐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달려 생애 처음으로 사막 마라톤을 완주했다. 발톱 세 개를 잃었으나 사하라를 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슴 설레었다. 완주의 성취감이 무척 컸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세계의 트레일 러너를 만난 경험도 새로웠다. 사막 마라톤 완주 경험이 삶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미쳐야, 미친다
한국인 최초 사막 마라톤 우승
이듬해 초여름, 이번엔 중국 고비사막으로 날아갔다. 사하라에서 느꼈던 아쉬움을 고비사막에서 만회하고 싶었다. 처음으로 코스 지형과 환경을 고려하여 체계적으로 맞춤 훈련을 했다. 고비사막은 모래보다 산악지형이 많다. 지은이는 매일 아침 한라산으로 출근했다. 오르막 훈련, 내리막 훈련, 자전거 타기를 이어갔다. 해변으로 나가 모래 위를 달리는 연습도 따로 했다.
고비사막 마라톤도 사하라사막 마라톤과 마찬가지로 7일 동안 250km를 달렸다. 돌산과 늪지대, 계곡과 모래폭풍을 뚫고 달렸다. 놀랍게도 그는 생애 두 번째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저자는 그때의 감격을 이렇게 회상하고 있다.
“결승선을 50m 남겨두었을 즈음 우승자에게만 주는 거라며 한 스태프가 다가와 태극기를 건네주었다. 많은 사람이 북을 치며 환호해 주었고, ‘코리아’를 외치며 축하해주었다. 내 생애 첫 일등. 우승이라는 타이틀도 기뻤지만 6박 7일의 힘든 일정이 모두 끝났다는 생각에 행복감이 밀려들었다.”
사하라, 고비, 아타카마, 남극
한국인 최초 사막 마라톤 그랜드 슬램 달성
사하라 마라톤 대회가 끝난 후 저자는 ‘사막 마라톤 그랜드 슬램’(사하라사막 마라톤, 고비사막 마라톤, 칠레 아타카마사막 마라톤, 남극 마라톤 완주)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두 번째 관문인 고비사막 레이스에서 우승하자 조금씩 욕심이 생겼다. 저자는 고비사막 마라톤 우승 한 달 후 남미 칠레로 날아간다. 아타카마사막 마라톤 250km 레이스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의 데스 밸리보다 50배 메마른 땅, 아타카마사막은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곳이다. 1년 내내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다. 저자는 이 대회를 4위로 완주했다. 그리고 그해 10월 다시 사하라사막 마라톤에 참여해 3위에 입상했다. 이제, 남극 마라톤 하나 남았다. 이듬해인 2007년 12월, 저자는 뉴욕과 아르헨티나를 거쳐 펭귄의 대륙 남극으로 향했다. 남극 마라톤은 사하라, 고비, 칠레 아타카마사막을 완주한 사람에게만 참가 기회가 주어지는 ‘그랜드 슬램’의 마지막 대회였다. 극한의 추위와 눈보라를 뚫고 저자는 130km를 달렸다. 최종 성적은 3위. 저자는 마침내 한국인 최초로 사막 마라톤 그랜드 슬램 달성했다.
북극점 마라톤 42km 우승
호모러너스, 그의 달리기는 계속된다
지은이의 도전은 계속됐다. 2008년 4월엔 북극점 마라톤에서, 2009년 4월엔 제주 국제 울트라 마라톤 한라산 트레일 런에서 우승했다. 그해 8월엔 산티아고 순례길 800km 한국인 최초로 15일 만에 완주했다. 또 같은 해 8월엔 세계 최대 트레일 러닝 대회인 울트라 트레일 몽블랑(UTMB)을 한국인 최초로 완주했다. UTMB는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를 넘나들며 알프스산맥을 2박 3일 동안 쉬지 않고 달려야 하는 극한의 레이스이다. 2009년 10월엔 히말라야 100마일 런에서 3위, 2010년 4월엔 한라산 트레일 런에서 우승했다. 그해 8월과 9월엔 프랑스와 독일 종단 레이스에 참가해 2,350km를 35일 만에 완주했다. 2014년 6월엔 미국 자전거 횡단 4,800km 레이스에 팀 코리아 미디어팀으로 참여했으며, 그 이후 2019년까지 오스트레일리아 레이스, 에콰도르 적도 레이스, 아르헨티나 파파고니아 레이스, 나미비아사막 레이스, 이탈리아 라바레도 레이스, 페루 이카 사막 레이스 등 수많은 울트라 트레일 레이스를 완주했다. 그는 지금도 달린다. 그는 왜 달리는 걸까? 그 이유를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다면 그건 행복한 삶일 것이다. 비록 순간순간 육체적 고통과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런 감정까지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기쁨이고 행복이었다. 내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며, 순간순간 뜨겁게 사는 게 기쁘고 행복했다. 나는 달리는 게 좋다. 도전하는 모험을 즐기는 삶이 행복하다. 그래서 나는, 달리기를 멈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