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웰 주식회사

남유하 · SF/소설
2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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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 작가이자 장르문학의 떠오르는 신예 남유하 작가의 첫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저소득 노인층이 고통 없이 편안하게 마지막까지 존엄을 유지하며 죽을 수 있는 국립 센터,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에 있는 감염자들을 위한 국가 공인 안락사 기관, 임신중단수술을 받으려는 순간마다 미래로 호출되는 여자 등 삶과 죽음을 관통하는 기이한 상상력과 예리한 통찰력이 조화롭게 빛나는 SF 소설 네 편을 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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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국립존엄보장센터 다이웰 주식회사 하나의 미래 미래의 여자 작가의 말

출판사 제공 책 소개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 장르문학 분야의 빛나는 신예, 남유하 작가의 첫 소설집 “소중한 이에게 편안한 죽음을 선사합니다. 안락사는 다이웰, 주식회사 다이웰. 지금 바로 전화하세요.” 웰다잉 시대의 인간 존엄에 관하여 의학이 발전하고 초고령사회로 넘어가면서 전 세계에서 존엄사, 안락사를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다. 네덜란드를 비롯해 일부 북유럽 국가에서는 안락사를 합법화하고 있는가 하면, 스위스에는 ‘디그니타스’라는 안락사를 돕는 비영리단체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8년에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되면서 임종을 앞둔 환자에 한해 ‘존엄사’를 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존엄사는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위와 가치를 지키면서 생을 마감하도록 하는 행위”를 말한다. 존엄사든 안락사든 인간의 존엄과 관련한 ‘웰다잉’은 고령화에 1인 가구 증가, 고독사 등이 맞물리면서 우리 사회의 첨예한 화두가 되었다.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 작가이자 장르문학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남유하의 첫 소설집 『다이웰 주식회사』에서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이런 ‘죽음’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국립존엄보장센터」나 「다이웰 주식회사」는 제목부터가 흥미로운 작품들이다. 저출생 고령화 문제로 국가에서 노인을 관리하는 세상. 생존세를 내지 못하면 ‘국립존엄보장센터’라는 국가 기관에서 24시간을 보낸 뒤 죽음을 맞아야 한다. 센터에 입소한 순간 타이머가 팔목에 채워지고, 24:00:00에서 카운트다운을 시작해 시분초가 모두 0을 가리키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무조건 죽게 된다. 시간을 앞당길 수는 있지만 피할 수는 없다. 종이박스를 주우며 연명해나가는 ‘나’는 생존세를 체납해 경고장을 받고, 자진 신고로 이곳에 입소했다. 안 그러면 센터에서 제공하는 혜택도 못 받고 억지로 끌려가 죽기 때문이다. 새벽 4시에 집 앞에 도착한 고급 검은 세단을 타고 헨델의 사라방드를 들으며 센터에 도착한 나는 고급 호텔 같은 외관에 카페,식당, 피트니스 센터까지 갖춘 초호화시설을 둘러보며 ‘존엄하게’ 죽을 준비를 한다. 704호를 배정받은 나는 909호 남자의 제안으로 함께 산책을 하다, 이곳이 노인들을 해부해 장기를 중국에 내다 파는 국립장기매매센터라는 흉흉한 소문을 듣는다. 생존세 대납을 거부한 자식 때문에 이곳에 오게 된 노인과 직원들 간의 실랑이도 목격하고, 직원의 바짓단에 묻은 피처럼 보이는 적갈색 얼룩도 눈에 들어온다. 사망 시간까지 세 시간 남았다는 909호 남자의 제안에 따라 나는 그의 방으로 갔다가 직원들이 그를 지하에 있는 ‘안식의 방’으로 데려가는 광경을 마주한다. 자신의 이름이 전형준이라며, 자신을 기억해달라고 소리치는 그는 죽음이 임박한 순간 혼자 있기 두려워 거짓말을 한 것이다. 나는 방으로 돌아와 안정을 취하지만 안식의 방에 끌려가는 악몽에 시달리기도 한다. 다시 센터를 둘러보기로 한 나는 피트니스 센터에서 러닝머신에 올라 걸어도 보고, 전시장을 찾아 그림을 감상하기도 한다. 그러나 러닝머신은 이미 30년 전 모델이고, 그림들은 싸구려 종이에 복사한 모조품에, 공연장은 문이 굳게 닫힌 채 ‘공연 없음’ 안내판이 세워져 있을 뿐이다. ‘남은 시간을 즐겁게 보내라’는 직원의 말에 나는 기분이 묘해진다. 사망 시간을 기다리며 과연 즐겁게 보낼 수 있을까? 나는 어떻게 해야 ‘존엄하게’ 죽을 수 있을까? 「국립존엄보장센터」는 곧 우리에게 닥칠 현실 같은 기시감을 주며, ‘인간의 존엄성’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표제작 「다이웰 주식회사」에도 ‘국립존엄보장센터’와 비슷한 시설이 등장한다. 후천성 심정지 증후군(ACAS, Acquired Cardiac Arrest Syndrome)에 걸린 감염자들은 심폐 기능은 정지되지만, 뇌가 완전히 소멸할 때까지 식욕만 남은 상태로 살아가야 한다. 다이웰 주식회사는 이른바 좀비 같은 상태가 된 감염자들을 위한 국가공인 안락사 기관이다. 하지만 안락사 비용은 2천만 원이 넘어 보통 사람들로서는 엄두도 못 내고, 감염자의 완전한 죽음을 원하는 누군가(가족이나 친구)가 감염자의 머리통을 망치로 내리치거나 내다버려야만 한다. ‘나’는 다이웰 주식회사의 계약직 직원으로 모두가 꺼리는 안락사 작업을 맡고 있는데, 24개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태이다. 라틴어로 영원한 죽음을 뜻하는 ‘모르탈리스’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은 ‘그 방’에서 안락사 작업이 진행되는데, 파란색 주사액을 감염자의 뇌에 주입하면 1분도 채 안 돼 뇌가 녹으며 감염자는 영원한 안식을 얻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을 창 너머에서 감염자의 가족이 지켜본다. 내가 이 일을 하게 된 건 대학 교수였던 아빠가 산학비리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다 자살하고, 경제관념이라고는 없는 엄마가 모아둔 돈을 다 날렸기 때문이다. 엄마와 나는 반지하방에 살게 되었지만, 아빠의 책들은 오피스텔에 고이 모셔져 보증금에 비싼 월세를 내가며 엄마의 관리를 받고 있다. 그러고도 모자라 나머지 아빠의 책들은 반지하방 바닥까지 점령한 상태다. 나는 엄마에 대한 애증으로 출근할 때마다 아빠의 책들을 하나씩 꺼내 책장을 찢어버리고 껍데기만 다시 꽂아두곤 한다. 김영호 씨는 내가 안락사 시킨 시체를 소각하는 일을 맡고 있는데, 회사에서 유일하게 나와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다. 사실 김영호 씨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 않는다. 그런데 그가 자기 딸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며 ‘그 방’ 출입증을 빌려달라고 한다. “딸을 편하게 보내주고 싶은데, 내가 돈이 없으니까.” 김영호 씨가 또 한숨을 쉬었다. 나는 모래가 씹히는 조개를 냅킨에 뱉어냈다. “직원 할인 받아도 이천만원이 넘더라고.” 이천만원, 누구에게는 코트 한 벌 값이겠지만, 김영호 씨나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일 년 치 생활비를 훌쩍 넘는 돈이었다. -56쪽 돈이 없으면 갖고 싶은 걸 못 갖고 하고 싶은 걸 못 한다는, 초등학생도 아는 자본주의 사회의 상식을 김영호 씨라고 모를 리 없다. 돈이 있어야 잘 죽을 수 있고 남은 사람들의 마음도 편해지는 세상에서 김영호 씨는 자식이 썩어문드러질 때까지 지켜보거나 자기 손으로 끝내야 하는,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엄마는 내가 그동안 찢어버린 책 껍데기들을 발견하고 분노에 휩싸여 집을 나가지만, 나는 엄마가 아빠의 유령이 깃든 오피스텔에서 지내다 밥값이 떨어지면 돌아올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ACAS 감염자 센터에서 엄마가 감염되었다고 알려온다. 회사 계약 만료를 며칠 앞두고 엄마를 안락사 고객으로 맞아야 할 처지에 놓인 나는 엄마와 어떻게 이별해야 할까? 나는 여전히, 살고 싶다 「국립존엄보장센터」나 「다이웰 주식회사」가 ‘죽음’에 관한 그로테스크한 미학을 보여줬다면 「하나의 미래」와 「미래의 여자」는 ‘삶’에 관한 집착을 기이한 상상력으로 발현시킨다. 구청에 이혼 서류를 제출하자마자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나’는 임신중단 수술을 받으러 병원을 찾는다. 그런데 수술대에 올라 마취 주사를 맞으려는 순간마다 미래로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2024년 현재에서 2052년 미래로 순간 이동해 마주한 세계는 삭막하기 그지없다. “아시다시피, 28년 전 그 일?중국 공장지대에 거대 운석이 떨어진 사건 말이에요?이 있고 나서 10년 만에 세상이 이런 지경에 이르렀죠. 전 인류의 40퍼센트 이상이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 어요. 일종의 PTSD,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죠. 아, 그보다 오정식 씨는 가족이 있으신가요?”-104쪽 헬멧을 쓰지 않으면 미세먼지 때문에 질식하거나 중금속에 오염될 가능성이 높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살을 하려 하기 때문에 PCC(Protect Center for Citizen)라는 시민보호센터에서 순찰을 돌며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는 세상. 나는 미래로 소환될 때마다 나와 이름과 얼굴이 똑같은 ‘오하나’ 경위의 구조로 목숨을 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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