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보다 더 한국적일 수 없는 좀비 그래픽노블!
조지 로메로 감독의 영화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이 낳은 수많은 좀비 콘텐츠는 영미 권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만화 중에서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워킹데드Walking Dead>를 뽑는데 이 역시 미국 작품이며, ‘좀비’를 매개로 하면서도 한국적인 설정을 보여주는 작품은 그간 만나기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2010년대 웹툰의 활황과 더불어 ‘한국형 좀비극’을 잘 살려낸 작품이 바로 <지금 우리 학교는>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학생과 선생님, 그리고 ‘효산시’로 설정된 어느 지역의 시민들이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공격 받아 점차 좀비로 변해가며 벌어지는 살육의 현장… 애니메이션 전공자인 만화가 주동근은 세밀하고도 리얼한 그림체로 좀비에 대한 공포심을 극한으로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우리가 만날 수 있을 법한 잔혹하고도 리얼한 상상,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 학교는>을 ‘한국형 그래픽노블’로 꼽을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 누구나 안전할 줄 알았던 공간, ‘학교’
영화나 만화에 있어 등장인물들에게 안전한 곳으로 설정된 장소들이 하나씩 ‘파훼’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영화 ‘주온’에서 이불 속을, 만화 <아이 앰 어 히어로>에서 쇼핑몰을 빼앗겼는데,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는 학교를 좀비들에게 내줘야 할 판이다. 학생들의 단합과 선생들의 지도는 이 작품에서 여지없이 무너져버리는데, (창작 의도가 어찌됐든 간에) 그 모양새가 연재 당시와 완결 후의 사회를 빼다 박은 듯하다. 작품 속에서 가만히 있던 자들은 모두 인간의 존엄을 잃고 좀비가 되어버리는 모습이 무엇인가와 닮은 듯하여 몰입감을 높여준다. 그렇다. 우리가 누구나 안전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학교’가 이 작품 속에서는 살육과 본능만이 존재하는 복마전으로 전락한다. 과연 지금 우리의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 ‘지우학’ 간단 줄거리
시 외곽에 위치한 효산고등학교. 알 수 없는 이유로 과학 선생님에게 감금당했던 여학생 한 명이 반 친구의 팔을 물고는 응급차로 후송된다. 팔을 물린 학생은 학교를, 후송된 학생은 학교 바깥을 감염시키기 시작하는데… 감염자에게 물리거나 상처입어 피가 섞이게 되면 이성을 잃고 피를 갈구하며 살아 있는 사람을 뜯어 먹게 되는 이 바이러스는 효산시의 이름을 따 ‘HS 바이러스’로 명명된다.
늘어나는 감염자들로 생지옥이 되어버린 효산고와 효산시. 살아남은 사람들은 하나 둘 뭉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밝혀지는 HS 바이러스의 정체… 그 중심에는 효산고에서 과학 과목을 가르치는 이병찬 선생이 있었다.
감염자들을 피해 방송실로 모여든 박선화 선생과 학생들은 감염자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바깥세상과 연락할 방법을 찾기 시작하지만, 그들의 시도는 번번이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반장 최남라가 감염자들에게 공격당하는데, 놀랍게도 그녀는 다른 감염자들과는 달리 이성을 놓치지 않는 ‘면역자’였다. 하지만 자신이 감염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영웅주의에 빠져 친구들과 선생들을 하나씩 사냥해나가는 ‘완전체’ 면역자 윤귀남이 방송실 일행의 숨통을 점점 죄여오는데… 설상가상으로 효산시를 포기하기로 결정한 정부의 대처는 구제가 아닌 말살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주어진 시간은 단 24시간, 그 와중에 이병찬 선생의 비밀도 하나씩 드러나고 있었다.
● 주요인물 소개
이병찬
효산고 사태의 원흉. 부인과 아들의 실종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있으나 확실하지 않다. 학생을 상대로 실험을 했다는 혐의도 있다.
남온조
나이와는 다르게 어른스러우며 침착하다. 자신을 짝사랑해온 이청산과 함께 둘만 한 교실에 낙오 당한다.
이청산
수더분한 외모와는 달리 결단성 있는 남학생. 온조를 짝사랑하고 있는 듯하다.
최남라
온조네 반 반장. 감염 후 의식을 되찾고 다시 일행이 되지만, 피 냄새에 민감한 등 이상행동을 보인다.
이수혁
늘 맨발로 다닌다 하여 ‘맨수(맨발의 수혁)’로 불린다. 혼자 동떨어져 행동하다가 극적으로 방송실 일행에 합류.
오준영
상황 판단이 빠르고 기억력과 관찰력이 좋다. 남온조, 박선화 선생님과 동행하며 운동능력은 조금 떨어지는 편.
장하리
효산고 양궁부 소속. 실력이 뛰어나나 의욕이 없는 오빠 장민재와는 달리 열정이 뛰어나 기대를 받는 양궁 유망주.
윤귀남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몇 년 전 여자애를 강간하려던 적이 있다. 감염된 듯하나 사실 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