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왜 사람은 미워하고 미움받는가”
나를 불편하게 하는 마음, 미움을 들여다보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누군가를 좋아하고 또 누군가를 미워한다. 하지만 대부분 미움이라는 감정을 억지로 감추거나 그런 마음 때문에 괴로워한다. 우리가 관계를 맺는 인간인 한 누군가를 미워하고 누군가로부터 미움을 받는다는 것은 운명과도 같다. 이 책은 부부, 연인, 친구, 동료, 사제 또는 이웃이나 생판 모르는 타인 등 인간관계에 극히 일상적으로 따라다니는 ‘미움’에 대해 살핀다.
《차별 감정의 철학》 《비사교적 사교성》 등 마음과 감정에 관한 다양한 에세이를 써온 철학자 나카지마 요시미치는 이 책에서 미움이라는 감정에 대해 살핀다. 나쓰메 소세키, 안톤 체호프, 서머싯 몸, 모파상 등 다양한 작품의 등장인물을 통해 ‘미움’의 여러 형태를 보여주면서 미움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이런 감정을 억누르거나 속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미움의 감정을 침착하게 살피고,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을 적당히 조절한다면 더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저 사람을 미워하는 건 난데, 왜 이렇게 마음이 불편하지?’
철학자가 이야기하는 미움의 자연스러움, 미움의 효용
“이 책에서 내가 부여잡은 것, 그것은 미움이라는 감정은 자연스럽다는 것, 그리고 무섭게 불합리하다는 것, 게다가 이 불합리함이야말로 인생이고, 그걸 속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확신하자 나는 조금 편해졌다.” -‘저자의 말’에서, 7쪽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건 감정의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일이다. 가만히 있다가도 가슴이 답답하고 속이 상한다. 그저 우연히 머릿속에 떠올랐을 뿐인데도 불쾌해진다.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것,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는 것만큼 내 영혼을 갉아먹는 일이다. 그런데 왜 누군가를 미워하면 안 되는 걸까? 왜 미워하는 마음에 죄책감을 덧씌워야만 하는 걸까? 그저 편한 마음으로 ‘미움’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안 될까?
사람과 심리, 삶, 관계, 감정 등 다양한 에세이를 써온 일본의 철학자 나카지마 요시미치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당연하듯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람을 좋아해야 하고, 결코 미워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건, 먹는 건 좋지만 절대 배설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미움이라는 감정을 폭력적으로 묵살하거나 누군가를 미워하는 자신을 원망하거나 혐오한다. 하지만 우리가 관계를 맺는 인간인 한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것은 운명과도 같은 것이다. 피할 수 없다. 이러한 ‘미움’을 억지로 해소할 이유는 조금도 없다. 그 감정을 침착히 정확히 살피고, 누군가를 미워하는 자신을 적당히 조절하는 것이 삶을 더욱 풍성하게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이다.
다양한 문학 작품에서 찾은 미움
미움의 감정을 탐색하는 이 책은 저자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아내와 아들이 자신을 미워하게 된 과정을 담담하게 되짚으며, “서로 상대가 존재하지 않는 듯 행동하는 관계”가 되었다고 고백한다. 또 자신의 어머니가 아버지를 ‘죽도록’ 미워했던 일, 자신 역시 특별한 이유 없이 아버지를 미워했던 일을 떠올린다. ‘미움’이라는 감정을 연구하게 된 데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가 있던 것이다.
정량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었기에 이 책은 다양한 방송 프래그램과 문학 작품에서 사례를 끌어온다. 《중학생 일기》라는 NHK 프로그램을 통해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해 ‘미움’이라는 감정에 잡아먹힌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꺼낸다. 장폴 사르트르, 마르셀 푸르스트, 블레즈 파스칼, 스피노자의 철학 속에서 타인의 시선과 관계의 불편함을 살피고, 스탕달의 《연애론》을 빌려서 미움이 결정화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이외에도 제인 오스틴, 라로슈푸코가 등장하고, 반 고흐와 고갱, 아오키 시게루와 사카모토 한지로의 관계를 이야기하며 질투의 기전을 짚어낸다.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경멸》, 앙드레 지드의 《여인들의 학교》,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통해 ‘경멸’이 어떻게 생겨나고 그것이 어떻게 미움으로 발전하는지 본다. 또한 나쓰메 소세키, 서머싯 몸, 몰리에르, 라이너 마리아 릴케 등의 작품을 사례로 들어 ‘미움’의 원인과 극복 과정을 이야기한다.
“그러면 미움의 원인은 무엇일까?”
미움을 정당화하는 8가지 이유
미움이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하더라도 그 안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물론 그 원인이 반드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겐 미움의 원인이 되는 일이 누군가에겐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에서는 미움을 일으키는 8가지 원인을 살핀다.
미움의 원인을 찾는다는 것은 사실상 미워하는 감정에 대한 자기 정당화 과정이다. 누군가가 ‘교활해서 싫다’고 한다면, 그것은 상대에게 그런 특성을 전가하는 것이다. 자신이 그 사람을 미워하는 이유를 거기에서 찾은 것이다. 결국 미움의 원인이라는 것은 ‘미움’의 감정을 품는 자기 정당화의 원인인 셈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미움의 원인 8가지를 찬찬히 살핀다. 상대가 자신의 기대에 부응해주지 않을 때 우리는 미움을 느낀다. 또 누군가가 나의 비밀을 알고 있을 때 그가 나에게 위해를 가할지 모른다며 미워한다. 나보다 더 나은 상황에 있는 사람에 대한 질투에서 미움이 생겨나기도 하고, 자신보다 한참 못난 사람에 대한 경멸도 미움으로 발전한다. 혹은 반대로 상대가 나를 경멸한다고 느낄 때도 그를 미워한다. 이와 비슷하게 누군가 자신을 미워한다고 느낄 때도 그를 미워한다. 누군가에 대한 절대적인 무관심도 쉽게 미움으로 발전한다. 나아가 미움은 상대에 대한 아무런 이유 없는 거절 반응으로 이어진다. 단지 ‘그 사람이기 때문에 싫다’는 것이다.
자기혐오와 인간 혐오―성숙하지 못한 자아의 삐뚤어진 자기애
미움의 감정이 반드시 타인만을 향하는 것은 아니다. 타인을 미워하는 것에는 자신을 미워하는 감정이 얽혀 있다. 바로 자기혐오다. 자기 자신이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우리는 자신을 미워한다. 뭘 해도 바보 같은 자신이 싫고, 어둡고 위축된 성격이 싫고, 매력이 없는 몸이 싫다. 그런 마음은 결국 “나이기 때문에 싫다”로 이어진다. 심지어 빼어난 외모에 상당한 성취를 이룬 듯이 보이는 사람도 이런 자기혐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자기혐오는 또한 지극히 착하고 선한 사람에게서도 발견된다. 그런 사람을 자신의 마음속에서 누군가에 대한 미움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 심하게 자신을 자책한다.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 돼, 타인을 탓해서는 안 돼, 상처 줘서는 안 돼’라는 것을 절대적인 가치로 여기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감정이 움틀 때마다 자기혐오에 빠져버린다.
지나친 자기혐오는 자신을 방어하는 기제를 발전시켜 결국 자신이 상처받지 않기 위해 먼저 타인을 미워한다. 특정한 누군가가 아니라 모든 타인을 미워하는 것이다. 자신을 미워하려는 타인을 미리 미워해서 자신이 절대로 상처 받지 않으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 결국 자신에 대한 타인의 ‘미움’에 과민할 정도로 자기방어를 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