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노블 장르의 승리!
2012년 아이스너상 ‘최고의 작가’ 크레이그 톰슨의
7년 만에 탄생한 걸작
■ 2012년 아이스너상 <최고의 작가>
■ 2012년 프랑스 버진 메가스토어 만화상
■ 2011년 아마존 선정 <최고의 책 100권>
■ 2011년 반스앤노블 선정 <올해의 최고의 책>
■ 2011년 『퍼블리셔스 위클리』 선정 <최고의 만화>
■ 2011년 『라이브러리 저널』 선정 <최고의 그래픽노블>
■ 2011년 『뉴스위크』 선정 <놓치지 말아야 할 책 10권>
■ 2011년 NPR 선정 <최고의 그래픽노블 6권>
■ 2011년 『페이스트 매거진』 선정 <최고의 만화 20권> 1위
■ 2011년 『텔레라마』 선정 <놓치면 안 되는 만화책 15권>
■ 폴 그레빗 <죽기 전에 봐야 할 1001권의 만화책>
미국의 천재 그래픽노블 작가 크레이그 톰슨의 7년만의 작품 『하비비』가 미메시스에서 출간되었다. 『담요』 발표 이후 크레이그 톰슨만의 또 하나의 세계가 완성되었다. 그의 새 작품을 기다리다가 지쳤을 때에야 비로소 발표된 『하비비』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세계적인 언론사들은 놀라움과 기대감을 드러내며 크레이그 톰슨을 다시 한 번 조명했다. 책을 펼치자마다 쏟아지는 놀라운 흑백 이미지들에서 받은 놀라움은 둘째 치고, 이전 작품보다 훨씬 더 구성지며 정교하게 이어지는 이야기들과 캐릭터들의 설정, 방대한 양의 자료 조사는 그 7년이라는 세월을 수긍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공을 들여서일까. 각각의 페이지는 하나의 작품으로 놔도 손색이 없다. 이슬람 세계의 상징들, 아랍 문자 그리고 코란의 이야기들 속에 조밀하게 배치된 크레이그 톰슨의 『하비비』는 도입부부터 독자들의 혼을 쏙 빼놓기에 충분하다. 그렇게 크레이그 톰슨은 장장 672페이지 속에 펼쳐지는 또 하나의 세계를 창조했다.
문자와 그래픽 사이, 코란과 성경 사이, 자연과 산업화 사이
그리고 두 노예 <도돌라>와 <잠> 사이로 펼쳐지는 대서사시
<하비비>는 아랍어로 <내 사랑>, <달링>이라는 뜻이다. 이 말이 아직은 낯설지만 적어도 아랍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말이다. 사랑, 연인, 그대 등 마음에 담은 상대를 이르는 말인 이 단어는 이슬람 문화권에 가면 거의 모든 대중가요 가사에서 읊조려질 만큼 일상적이다. 그러나 달콤한 이 제목을 달고 있는 이 그래픽노블의 첫 장면은 반대로 씁쓸하다. 무지한 아버지에 의해 중년의 남자에게 결혼이라는 명목으로 팔려 가는 작은 12세 소녀 <도돌라>의 두려움에 찬 표정은 그녀가 앞으로 맞이할 비극적 처지의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렇게 애초부터 불행하게 시작된 도돌라의 삶은 노예 시장에서 세 살배기 남자아이 <잠>을 만나게 되면서부터 더욱 커다란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잠과 함께 노예 시장에서 탈출한 이들은 사막 한가운데 버려진 배에 거처를 정하고 남매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생존을 위한 수단을 찾기 시작한다. 어린 잠에 대한 책임감으로 터득하게 된 어리고 무지한 도돌라의 생존의 수단 때문에 사막을 오가는 상인들 사이에 도돌라는 <사막의 유령 창녀>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그 소문은 술탄의 귀에까지 들어가고, 어느 날 도돌라는 납치를 당하기에 이른다. 영문도 모른 채 돌연 사라져 버린 도돌라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어린 소년 잠은 급기야 직접 마을로 도돌라는 찾아 나선다.
두 소년, 소녀의 어린 시절부터 헤어짐 그리고 재회에 이르는 15년 동안의 긴 이야기는 매우 압축적이고 상징적이다. 『코란』과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이 두 어린 주인공의 상황과 연결되면서 더욱 드라마틱한 연출을 보여 준다. 또한 이 작품 전체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풍부한 세부 묘사와 그가 인용하거나 만들어낸 아랍어 장식 서체이다. 이 감각적이고 아름다운 장식 문자와 그 의미는 이야기 속에 스며들어 매우 화려하면서도 묘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작가는 어린 두 노예의 성장과 사랑을 주로 이야기하면서 이슬람교와 기독교의 간극, 산업화의 폭력성, 자연과 인간의 대립, 문화적 금기의 주제를 자연스럽게 속에 녹여 냈다. 매우 철학적이며 상징적인 이미지들은 너무나 신비롭고, 정교하며 어떻게 보면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하다. 그런 각각의 장면을 보는 내내 놀라움을 멈출 수 없다.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순간 밀려드는 감격은 생생한 이미지들로 가슴속에 맺힌다.
모로코 여행 그리고 『하비비』
크레이그 톰슨은 2004년 발표한 『담요』가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으며 타국에 홍보 여행을 갈 정도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리고 그때 톰슨은 유럽의 홍보 여행 도중 빠져나와 잠시 여행다운 여행을 하고 싶다며 모로코로 향했다. 하지만 그때의 기록들을 보면 여행은커녕 고생한 기억밖에는 남아 있지 않다고 말한다(크레이그 톰슨의 여행기 『만화가의 여행』를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때의 그 고생스러웠던 순간들이 어쩌면 그에게 필요했던 진정한 여행이었으며, 『하비비』의 영감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광활한 사막의 모습이며, 모로코인들의 일상이며 그 일상 속에 담긴 종교며 문화에 자기도 모르게 매력을 느낀 것이다. 또한 이슬람의 경전인 『코란』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기독교의 『성경』과 비교하게 되었다. 이슬람 신화에 나오는 크고 작은 정령들과 각각의 흥미로운 스토리를 가진 신들의 캐릭터 역시 작가로서 충분히 유혹적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아름다운 아랍어와 그 모양에 반하여 펼치게 된 끝없는 상상력은 걷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하비비』는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