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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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훈 선생님, 선생님과 집을 짓고 싶습니다.” “좋습니다. 송 선생님은 어떤 집을 꿈꾸고 계신가요? 어떻게 살기를 원하시나요?” “제가 살고 싶은 집은……” 건축가 이일훈과 국어선생 송승훈, ‘집’과 연애하다 국어선생, 건축가를. 만나다 “집을 짓겠다고 마음먹고 건축 책을 몇 십 권 사 읽은 뒤에야 나는 이일훈 선생에게 집 설계를 부탁하고 싶어졌다. 보통 건축가의 작품 사진은 하늘에서 내려온 듯 매끈하고 윤기가 흐르는데, 이일훈의 작업은 녹물이 흐르고 때가 타 있고 거칠었다. 그가 지은 집은 생을 함께 보내고 싶은 사람과 같다고 생각했다.” 건축가와 건축주로 만난 두 사람, 틈틈이 서로에게 e-메일을 보냈다. 그렇게 주고받은 편지가 A4종이로 208쪽, 82통이다. 글로. 집을. 짓다. 건축가 이일훈은 재미있는 제안을 하나 했다. “아주 문학적이고 근사한 제안입니다. 새로 지을 집을 구상하기 전에 집주인이 갖는 꿈을 문장으로 써 보시면 어떨까요? 마당, 침실, 욕실, 서재… 대문에 대하여 말입니다.” 그 제안에 국어선생 송승훈은 길고긴 파일을 첨부했다. “구름배 같은 집이고 싶습니다. 땅의 바람길을 아는 집이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살지를. 고민하다. “집을 지으며 집 짓는 기술이나 방법을 먼저 택하는 게 아니라 살기의 방식을 먼저 물어야 한다. 나는 어떻게 짓는가보다 어떻게 사는가를 먼저 묻는 게 건축이라고 여긴다.” 건축가 이일훈은 이 ‘집’의 주인, 건축주에게 이렇게 묻는다. “어떻게 살지 생각해보세요.” 곳곳을 다니면서 그 건축물을 보는 일을 재밋거리로 삼은 건축주는 “사는 사람의 생활양식에 어울리도록 공간이 구성된 집이 좋은 것이라고 알게 되었습니다. 형태와 소재만 보던 지난 시기를 지나서, 그 집에 사는 사람과 집의 구성이 얼마나 어울리는지를 살피게 되었습니다.” 건축가는 또 묻는다. “집 아니, 장현집은 얼마만큼 불편해도 될까요. 불편하게 사는 것을 어디까지 참을 수 있을까요.” 건축주인 국어선생이 답한다. “1층에는 살림 공간을 세우고, 2층에는 서재 공간을 만들고, 그 사이를 책의 길로 꾸미면,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공간이 가장 안쪽 맨 끝에 있게 되어서 집안 곳곳에 집주인 손길과 발길이 닿게 된다고 말씀해주신 부분을 황홀하게 읽었습니다. 가장 중요하고 자주 발 딛는 곳을 맨 나중 자리에 만들어두면 다른 곳곳이 소외되지 않는다는 구상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모든. 공간은. 사연이다. 건축가와 건축주는 서로 아무에게도 말하기 어려운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아들과 어머니에 대한 애달픔, 제 맘대로 돌아다니던 시절과 20대를 함께 보낸 사람 얘기까지 서로의 편지에서 울음을 읽었다. “장현집터를 속 깊게 알게 되어 마음이 더 무거워졌습니다. 사연을 알면 알수록 이해하게 되는데 공간과 장소도 다 사연이 있지요. 그러고 보니 공간은 사연이요 기억인 것 아닐지요.” 글로. 짓기. 시작해. 집. 그림을. 그리고. 시멘트로. 엮은. 한옥에 살기까지. 900일간의 기록 재료 선택에서부터 건축허가가 나기까지 집짓기에 대한 궁금함을 모두 담았다. 건축가가 만든 모형과 설계도면-평면도, 단면도-이 각 단계마다 실려 있어 실제로 집을 디자인하는 과정이 생생하게 잡힌다. 또한 공사 진행 일지를 통해 실제 ‘집이 이렇게 지어지는구나’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아, 또 있다. 집 짓고 살면서 서로에게 띄운 편지 네 통과 이 집을 다녀간 좋은 사람, 집 이야기. “마음 맞는 공부모임들에게 공부 자리로 내준다. 주로 책읽기 모임이나 교사 공부모임이 찾아오는데, 청소를 꼼꼼히 하는 조건으로 집을 내준다. 손님 대접은 하지 않는다. 그래야 내가 지치지 않고 손님을 계속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분들이 왔다 가면 집도 마음이 있는지 기운이 환해진다.” 이 책은. 집 짓는. 이야기.다. 잔서.완석.루.[낡은. 책이 있는. 거친. 돌집. 殘書頑石樓] 짓기 집은 사람이 짓는다. 그러니 집보다 사람이 먼저다. 집을 짓기 전에 사람을 알아야한다. 그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확인하는 이야기다. 편지라는 방법을 통해서. 이 편지는 건축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집을 지으려 할 때 어떤 점을 살펴야 하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보통 사람이 건축을 생각할 때 어떤 과정을 거쳐 발전하는지에 대한 보고서다. 집짓기가 왜 그 집에 살고자 하는 사람의 인생과 연관이 되는지를 알려주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