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장석남 · 시
14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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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젖은 눈>,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등의 시집을 발표하며 평단의 인정과 독자들의 지지를 고루 받아온 장석남 시인이 다섯 번째 시집을 펴냈다. 이전의 시들에서 시인이 느릿하게 말을 아끼고 있었다면 이번 시집의 시들은 이전에 없던 속도감을 가지고 있다. 그의 시가 아름다운 서정을 보여줄 수 있었던 이유의 어느 언저리에는 '기억'이 있다. 그리고 꿈결처럼 흐르는 세상 속에 있던 시인이 이제 고개를 돌려 '유배당한 삶'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에 실린 67편의 시들에서 시인은 가뭇없는 '기억'에서 한 발짝 걸어 나와 현실의 묘사에 좀더 천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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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시인의 말 얼룩에 대하여 두리번 신 겨울 저녁에 벌판 봄은 손이 다섯 봉평의 어느 시냇물을 건너며 새로 생긴 저녁 그 라일락 밑에는 몇 개의 바위와 샘이 있는 정원 살얼음이 반짝인다 봄 라일락의 집 내면으로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밤길 겨울날 매화꽃을 기다리며 익살꾼 소나무 감나무 속으로 들어간 전깃줄 눈 그치고 별 나오니 석류나무 곁을 지날 때는 목돈 시인은 다시 오동꽃 봄밤에 치졸당기 산에 사는 작은 새여 빗물이고 잠이고 축대인 옛 친구들 팔당을 지남 내일도 마당을 깨겠다 절벽 폭설 고양이풀에 물 주다 새벽길 계단 옮기기 벌판 비밀을 하나 말씀드리죠 나아가는 맛 정자(亭子) 1 정자(亭子) 2 정자(亭子) 3 방을 깨다 흰 꽃 잎 나의 사치 눈 녹아 산기슭에서 이명을 따라서 측은을 대하고 발을 털며 장마 감나무 곁에 살면서 비단 有感 창을 내면 적이 나타난다 생강나무 아래 밤 강물 복면을 하고 시 읽던 바위 성(城)이 내게 되비쳐주는 저녁 빛은 감잎 쓸면서 낮은 목소리 폭포 편자 신은 연애 연못 三이 오고 새 방에 들어 풍경을 매다니 - 해설 : 새로 생긴 저녁 / 김연수

출판사 제공 책 소개

기억과 현실 사이,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 은근한 힘으로 서정의 세계를 가꾸는 장석남의 새 시집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맨발로 걷기」가 당선되어 등단한 후 18년의 세월이 흘렀고 이제 장석남은 다섯번째 시집을 출간하였다. 첫번째 시집인 『새떼들에게로의 망명』으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 우리 시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며 등장한 시인은 이후『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젖은 눈』『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등의 시집을 발표하며 평단의 인정과 독자들의 지지를 고루 받아왔다. 1965년생으로 80년대 후반의 참여문학시대를 살면서 나약하지 않은 서정의 정신을 꾸준히 보여준 장석남 시인, 그도 이제 어느덧 마흔의 나이에 이르렀다. 지금에 와서, “내 시를 보고/너무 이른 나이에 둥그렇게 되었다는 말도 옳아서/밤새도록 이 꺾인 고궁의 돌담 아래 앉아 있어 보는 것이다”(「內面으로」)라고 넌지시 말해보는 시인이지만, 그도 알 것이다. 시집『새떼들에게로의 망명』에서 이미 ‘장석남류’의 서정 세계를 확실히 보여주었다는 것을. 그리하여 ‘꺾인 고궁의 돌담 아래 앉아 있’는 동안 시인은 더욱 둥글게 서정의 기억을 가다듬을 것이다. 그것은 기억인가, 현실인가?【…】그곳은 “길들이 모두 집에 와 닿는 저녁이 와도/빈집들은 이 마을을/빈 마을 이외로는 만들지 못”(「겨울 河口」, 『새떼들에게로의 망명』)하는 스산한 곳이다. 그곳은 그러므로 실재 속에서는 “삶이 다 유배당한” 곳이며, 기억만이 오롯하게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곳이다. _홍정선(문학평론가) 그의 시가 아름다운 서정을 보여줄 수 있었던 이유의 어느 언저리, ‘기억’이 있다. 그리고 꿈결처럼 흐르는 세상 속에 있던 시인이 이제 고개를 돌려 ‘유배당한 삶’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이번 시집,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에는 모두 67편의 시가 들어있고 이 시들에서 시인은 가뭇없는 ‘기억’에서 한 발짝 걸어 나와 현실의 묘사에 좀더 천착한다. 요즘은 무슨 출판 모임 같은 델 가도 엄숙하다 떠드는 사람 하나 없고 콧노래 하나가 없다 밤 지새는, 뭐 그렇게라도 치열해보자는 이 없다 전부 뭔가 내면으로 주판알을 굴리듯이 예술을 하듯이 神을 보듯이 멀뚱거리다가 총총히들 內面으로 內面으로 사라져 간다 약한 정권 탓인가 명상책이 잘 팔리고 다음 정권에 대비하고 어색스런 웃음을 웃다간 또 웃음 속으로 사라진다 나도 그 웃음 속에 몇 겹의 웃음을 섞고 가장 나중 샘솟는 새 웃음을 데리고 자리를 뜬다 어두운 고궁 모퉁이 꺾인 돌담이라도 같이 하다 보면 쓴물이 올라오듯 오래된 질문 하나가 다시 내달려 오는 것인데 남에게 보이기 아까운 연애가 진리라는 선배들의 호탕을 의심해보는 것이다 담 안의 어둠 속 일들이 궁금하고 궁금한 것이다 둥글게 둥글게 살자는 명상도 옳긴 하지만 내 시를 보고 너무 이른 나이에 둥그렇게 되었다는 말도 옳아서 밤새도록 이 꺾인 고궁의 돌담 아래 앉아 있어 보는 것이다 內面은 다시 조그만 풍경을 하나 피워 올린다 돌담 모퉁이를 돌아 길의 얼굴 하나 내 발바닥 밑으로 발걸음을 데리러 온다 영원히 새로운 풍경이 날 자유케 할 터이니, -「內面으로」 전문 이전의 시들에서 시인이 느릿하게 말을 아끼고 있었다면 이번 시집의 시들은 이전에 없던 속도감을 가지고 있다. 내면 의식의 흐름을 그대로 좇아 쓴 듯한 시들을 읽다보면 시인이 이번 시집을 두고 ‘성인용’이라고 했던 것에 대해 이해가 가는 듯도 하다. 시인이 ‘기억’으로부터 옮겨 앉은 자리가 ‘벗어날 수 없는 일상’이라는 자리이며, 스스로의 고백처럼 ‘소시민’인 시인은 자신의 삶을 인정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이 다만 “주머니 속에서 바싹바싹 말라간다/이틀이 가고 일주일이 가고 돈봉투 끝이 나달거리고/【…】황홀히 황홀히 그저 방황하는,/주머니 속에서, 가슴속에서”(「목돈」) 방치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삶을 가꾸려는 노력으로 시인은 거문고와도 놀고 정원도 가꾸고 벽에 새 창을 내기도 하지만 거문고는 사치로 완성되려는 순간 “停止”해버리고 정원은 온갖 잡종 풀들로 치졸해지고 새로 낸 창으로는 적이 나타난다. 생을 위한 노력이 물거품 되는 이러한 때, “내 말 끌고 가라, 아무 말 하고 싶지 않다”(「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라고 말하는 것은 시인의 소박한 진심이다. 더불어 놀던 것들과 아주 헤어지지는 못한 채, 저만치 떨어져 있다며 “죽음의 시늉”을 하던 시절도 덧없이 지나가고 사위는 고즈넉하다.【…】살구나무랑 멧새랑 한바탕 놀던 시절에 그는 살구나무와도 멧새와도 떨어질 수 없었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그것들로부터 떨어져 있다고 말하며 시를 썼고,【…】지금 여기, “꽃 핀 배나무 아래” “돌들과 앉아” 있으되, 시인과 돌들의 거리는 “나이 어린” 만큼 떨어져 있다. 돌들은 나이를 먹지 않으므로, 사실은 ‘나이가 어려진 만큼. 하지만 돌들이 나이가 어려질 리 없으므로, 사실은 그가 ’나이가 든 만큼. _김연수(소설가) 시인의 ‘기억’과 현재는 서로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가 기억하고 있는 일들은 그만의 관성대로 현재에도 꾸준히 지속된다. 과거 어느 한때로부터 시작된 삶에서 그 저간을 이루는 어떤 것에 대해서는 하염없이 여전한 태도를 가지는 것이다. ‘치졸을 나는 즐기련다’라고 말하지만 ‘속물은 할 수 없다’라며 자기비판에 쉼 없는 시인이기에 어느 순간 일상은 희미해지고 질문만이 선명히 남는다. 저 새로 난 꽃과 잎들 사이 그것들과 나 사이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무슨 길을 걸어서 새파란 새파란 새파란 미소는, 어디만큼 가시려는가 나는 따라갈 수 없는가 새벽 다섯 시의 감포 바다 열 시의 등꽃 그늘 정오의 우물 두세 시의 소나기 미소는, 무덤가도 지나서 저 화엄사 저녁 종 지나 미소는, 저토록 새파란 수레 위를 앉아서 나와 그녀 사이 또는 나와 나 사이 미소는, 돌을 만나면 돌에 스며서 과꽃을 만나며 과꽃의 일과로 계절을 만나면 계절을 쪼개서 어디로 가시려는가 미소는,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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