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비빌 언덕이 필요해

최정은 · 에세이/사회과학
23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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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들어가며 | 윙Wing, 나를 있게 한 우리의 기록 5 1. 여성과 집 쉼터는 집이 될 수 있을까? 17 할머니와 아버지 24 윙 어때요? 29 가족이라는 굴레 39 다양한 주거권의 실험 45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집 50 맨얼굴로 만난 복지 58 쉼터를 떠나며 66 2. 여성과 공부 한계 없는 배움을 꿈꾸며 73 내 인생의 작은 수첩 81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빵보다 장미이다 90 현장과 인문학의 낯선 만남 96 몸과 만나는 시간 103 나를 위한 밥상 108 일상보다 위대한 혁명은 없다 115 3. 여성과 일 사장님이 되었어요 123 우리도 카페 하자! 130 정직한 손작업 140 카메라를 타고 날자 149 10대들과 함께 일하기 158 일은 삶의 척추다 166 우리는 계속 꿈꾸고 춤출 거예요! 174 4. 여성과 우정 그리운 나의 언니들에게 185 함께 걷는 길 191 우리는 언제나 네 곁에 있어 198 제 이름을 찾았어요 202 엄마의 편지 206 혼잣말로 전하는 안부 인사 212 서로의 비빌 언덕 217 나가며 | 함께한 이들, 함께한 시간 224

출판사 제공 책 소개

“끝내 삶을 놓지 않았던 이들의 존엄한 기록 복지의 프레임을 벗어던진 ‘독특한’ 복지단체로, 상처받고 소외된 여성들의 ‘든든한’ 찬구로, 무수한 삶과 돌봄을 가꿔온 사회복지법인 윙Wing의 70년 윙와 윙의 친구들이 쌓아온 다정하고도 혹독한 ‘일상’ 이야기 70년에 이르는 세월 동안 상처받고 소외된 여성들 곁에 머물러온 사회복지법인 윙Wing과 그곳에서 함께 호흡했던 친구들의 다정하고도 혹독했던 일상 이야기. 한국전쟁 이후 홀로된 어머니들과 아이들을 위한 복지사업(데레사원)으로 첫걸음을 뗀 윙은 최정은 현 대표의 대대적인 개편을 통해 성매매 피해여성의 자립을 지원하는 자활지원센터로 거듭났다. 경비원으로 시작해 총무, 국장, 원장을 거쳐 사회복지법인 윙의 대표가 된 그의 또 다른 이름은 ‘비덕’(비빌 언덕)이다. 비덕은 여성폭력 피해여성들이 ‘피해자’나 ‘복지의 수혜자’가 아닌 자기 삶을 주도하는 힘을 갖는 ‘존엄한 주체’로 일어날 수 있도록, 물리적·정서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자 했던 그와 윙의 마음이 담겨 있는 호칭이다. 그런 점에서 윙은 무척이나 독특하고 이상한 복지단체다. 국가의 지원과 서비스에 기반한 ‘복지’가 출발점이 될 수는 있어도 궁극적인 지향점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을 철학이자 신념으로 내세우는 복지단체이니 말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 책 역시 아픈 과거를 지닌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윙의 70년을 담아낸 이 기록은 독자를 섬세하지만 치열한 상호돌봄의 현장으로 데려간다. 고통스러운 기억 속에서도 자신의 삶과 존엄을 놓지 않으려 고군분투했던 여성들, 그리고 이들의 친구이자 동료를 자처해온 윙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우리는 쉼터를 떠났다: 시설 너머의 삶을 꿈꾸며 “겨우 생존을 유지하는 삶이 아닌 다른 가능성으로 꿈틀대는 삶을 살아보자고. 그렇게 우리는 쉼터를 떠났다.” 윙은 1953년 설립된 데레사원에 뿌리를 두고 있는 여성사회복지단체다. 자녀 셋을 홀로 키우던 싱글맘이었던 백수남 할머니는 한국전쟁 직후 홀로된 어머니들을 지원하기 위해 사재를 털어 데레사원을 설립했다. 전쟁의 상흔이 걷히며 산업화 시대에 접어든 1960년대 무렵부터는 일을 찾아 상경한 나이 어린 여성들에게 안전한 주거와 직업훈련의 기회를 제공하는 복지사업에 집중했다. 이런 직업보도사업을 기반으로 1976년 사회복지법인 은성원으로 체제를 개편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윙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복지사업에 주력하는 여느 복지단체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던 윙이 독특한 실험에 뛰어든 것은 2000년대에 들어 반성매매 운동을 시작하면서였다. 윙의 70년 여정을 기록하기 위해 펜을 든 최정은 윙 대표는 자신의 할머니였던 백수남 은성원장의 가업을 이어받으면서도 복지단체와 거기 머무는 여성들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이 자신의 숙제였다고 털어놓는다. “나는 윙이 가족이 운영하는 복지법인에 대한 선입견과 성매매 여성에 대한 세상의 편견 모두에 당당히 맞서고 끝내 그것들을 깨부수길 바랐다.” 세간의 편견에 맞서는 일은 곧 전형적이고 관습적인 ‘복지의 프레임’을 벗어던지는 과정이기도 했다. 은성원의 실무자로 일을 시작한 최정은 대표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은성원이 주력해온 쉼터였다. 그는 탈성매매 여성들에게 궁극적으로 필요한 거주 공간이 쉼터라는 ‘시설’이 아닌 자신만의 아늑한 ‘집’임을 절감했다. 쉼터는 긴급한 주거 지원과 쉼, 회복을 제공하며 위기 상황에 처한 피해여성들을 보호해주었지만, 그들에게 살아가는 방법까지 알려주진 못했다. 타인의 삶이 양해 없이 수시로 공유되고, 혼자만의 공간도 허락되지 않는 한계도 있었다. 무엇보다 당시 윙의 쉼터는 ‘가족적 돌봄’의 구조를 재생산하는 방식에 기대고 있었다. 쉼터에 머무는 여성들은 손상된 가정에서 충분한 사랑과 돌봄을 받지 못했다는 결핍감에 사로잡히기 일쑤였고, 활동가들은 그들에게 넘치는 관심과 사랑을 주기 위해 부모 역할을 자임했다. 연민과 동정이라는 마취제 속에서 쉼터는 너무도 쉽게 가족적 배치로 고정되곤 했다. 윙은 이런 관성과 습속을 깨기 위해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여정을 시작한다. 가족의 결핍을 쉼터에서의 유사가족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넘어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윙이 직면한 윙이 직면한 도전이었다. 주도적인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 ‘윙의 언어’와 ‘윙다운’ 방식으로 “우리는 누구인가? 활동가는 무엇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가? 친구들은 어떻게 살기 위해 이곳에 왔는가? 우리는 ‘복지 서비스’라는 기능에 매몰되지 않고자 했고, 주도적인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잊지 않으려 애썼다.” 윙은 무조건적인 사랑과 사명감을 전제로 하는 복지 현장을 떠나 자립과 상호돌봄의 공간을 꾸려나가기 시작했다. 쉼터를 접고 여성의 주도적인 삶과 일상을 지원하는 자활지원센터에 집중하기로 한 결정(2011년 8월)은 윙의 오랜 역사를 새로 쓰는 첫 번째 분기점이 되었다. ‘피해자’ ‘피해여성’이라는 정체성에 초점을 두는 쉼터가 그 자체로 일종의 보호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곳이었던 데 반해, 자활지원센터는 개개인이 자신의 일을 찾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 윙은 폭력을 당했던 고통스럽고 아픈 과거가 자기 정체성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존엄성의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았다. 피해여성들을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만든 배후의 폭력에 대해 면밀히 듣고 함께 고민하되, 그들이 스스로의 삶을 일으켜 세워 사회적 연대와 관계망을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윙은 피해여성들에게 변화를 강요하는 대신, 활동가들이 직접 나서 변화의 물결을 주도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또한 시작부터 거대한 변화를 꿈꾸는 대신 일상의 작은 부분들을 세심히 되돌아보고 점검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이를테면 언어적 실천 같은 것들이 그랬는데, 이는 윙이라는 조직 자체를 내부적으로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윙은 윙에 머무는 여성들 개개인을 문제화하기보다 그들에 대한 윙 스스로의 인식과 태도를 찬찬히 되돌아보았다. 실제로 피해여성들은 자신을 대상화하는 사회복지 용어들에 불편감을 드러냈다. 윙이 자신들을 인격적인 존재가 아닌 상담원이 관리해야 할 하나의 ‘사례’로 취급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도 이야기했다. “우리가 왜 ‘사례’예요? 우리가 물건이에요?” “우리는 왜 ‘관리’받아야 하나요?” 이런 피드백을 통해 사회복지 용어들의 폭력성을 깨달은 활동가들은 윙만의 새로운 언어들을 고민하고 벼려냈다. 윙에서 생활하는 여성들은 그렇게 윙의 ‘친구들’이 되었고, 윙 역시 은성원이라는 온정적이고 시혜적인 느낌의 명칭을 뒤로하고 ‘윙’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발명했다. 여성들의 주도성initiative을 강조하는 ‘Women Initiative Networking Growing’의 뜻을 심은 윙과 친구들은 변화의 날개를 펼쳤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빵보다 장미이다: 삶을 통한, 삶을 향한 공부 “지금 당장의 끼니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과 세상을 돌아보며 인생의 파도를 용감하게 즐기는 내면의 힘을 기르는 것, 그러니까 가슴속에 한 송이의 장미를 심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절실한 일이 아닐까.” 쉼터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복지사업에서 탈피한 윙은 독립형 그룹홈 더블유W, 셰어하우스 ‘상도동 우리집’ 등 다양한 주거 실험에 돌입했다.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 공간은 친구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지만, 물리적인 환경의 변화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진 못했다. 두려움 없이 자기 자신과 마주하기 위해서는 내면의 힘을 길러야 했다. 쉼터체제 안에서 이뤄지던 직업교육의 형태나 미술치료, 상담치료 등 사회복지 프로그램이 전제하는 ‘치료의 문법’을 넘어선 배움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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