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살아나는 곳에서
새로운 스티븐 호킹을 만나다
1915년, 아인슈타인이 일반 상대성 이론으로 별의 중력과 그 주변 시공간 구조의 긴밀한 상관성을 다룬 중력장 방정식을 제시했다. 그 후 수많은 우주 물리학자들은 이 방정식을 활용하여 우주 초기 빅뱅에서부터 블랙홀에 이르기까지 별의 운동과 진화 과정을 단편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설명해왔다.
제2의 스티븐 호킹이라 불리는 세계적인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는 이러한 단편적 설명의 퍼즐 조각들을 모아 블랙홀에 관한 일관된 큰 그림을, 거대한 하나의 조각보를 만들었다. 이 그림의 마지막 장, 조각보의 마지막 퍼즐이 바로 화이트홀이다. 그리고 이 책 ≪화이트홀≫은 그에 관한 이야기다.
≪화이트홀≫은 2023년 3월, 이탈리아 현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어 10주간 부동의 1위를 유지하였다. 영미권을 비롯해 전 세계 40여 개 국가에서 이 책을 번역 출간 하였고,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뉴 사이언티스트> 등 주요 언론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하며 극찬하였다. 카를로 로벨리는 물리학자로서 이례적인 대중의 관심과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다시 한 번 ‘로벨리 파워’를 보여주었다.
책을 펼치는 순간, 우리는 순식간에 우주 공간으로 간다. 마치 우주선에 탄 듯, 주변은 블랙홀의 지평선 근처처럼 느껴진다. 그는 독특한 ‘로벨리식’ 표현과 문학, 철학을 넘나드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블랙홀과 화이트홀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시간이 느려지다가 멈추는 것처럼 보이고, 공간이 찢겨진 것처럼 보이는” 이상한 별들의 가장자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마치 눈앞에 보이듯 생생하게 이야기한다.
시간이 멈추는 세상의 끝,
그곳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
빅뱅 이후 우주 공간을 떠다니던 거대한 수소 구름은 자체 중력에 이끌려 밀도가 높아지고 수축한다. 그러면서 가열되고 발화하여 태양과 같은 별이 되는데, 수소가 모두 헬륨과 재로 변할 때까지 수십억 년 동안 지속된다. 수소가 모두 연소되면, 별은 자체 중력을 버티지 못하고 압축 붕괴하면서 블랙홀이라는 거대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별의 물질은 블랙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 가라앉는다. 이 때 별이 지녔던 에너지는 호킹 복사로 인해 점점 사라져간다.
블랙홀 속 별의 물질은 호킹 복사로 에너지를 계속 소진하고 동시에 점점 더 압착되어 끊임없이 작아지면서, 블랙홀의 공간과 시간을 깔때기 모양으로 왜곡시킨다. 많은 사람들은 이 과정이 무한히 지속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별의 물질도, 블랙홀도, 공간과 시간도 결국 모두 파괴되어 결국 사라질 것이라 생각했다. 블랙홀의 종말을 예상한 것이다.
하지만 카를로 로벨리는 여기가 끝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끝없이 압착되어 작아지다 사라질 것 같았던 물질은 공간과 시간의 양자적 구조에 의해 더 이상 작아질 수 없는 공간의 최소 크기에 도달하면서 압착을 멈춘다. 별의 물질도 최소 크기에 머무는데 이를 플랑크 별이라고 한다. 이 지점이 바로 블랙홀의 특이점이다.
플랑크 별은 양자적 특성을 지니면서 양자 터널을 통해 또 다른 세계로 양자 전이 하는데, 그 다른 세계가 화이트홀이다. 블랙홀에서 바닥까지 가라앉았던 물질이 화이트홀에서는 바닥을 딛고 다시 위로 반등(바운스)한다. 동시에 공간과 시간의 구조도 다시 팽창한다. 마치 블랙홀 안의 시간을 거꾸로 돌린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블랙홀은 ‘무’로 사라지지 않고, 화이트홀로 전이한다. 블랙홀로 들어갔던 모든 것은 화이트홀의 지평선까지 튀어 오른 다음 완전히 빠져나와, 태양과 다른 별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로써 블랙홀은 화이트홀로 환생했다.
우주를 ‘당신’이라고 부를 때,
우리는 비로소 우주를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이 카를로 로벨리가 그린 우주의 생애, 좁게는 블랙홀의 운명에 관한 큰 그림이다. 여기서 블랙홀과 화이트홀은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으로, 그리고 특이점에서의 양자 전이는 양자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빅뱅은 우주의 시작이 아니라, 그 이전 우주의 붕괴로 만들어진 화이트홀의 ‘빅 바운스(거대한 반등)’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른다. 또한 우주에 가득 차 있는 암흑 물질의 일부 역시 어쩌면 수십억 개의 작고 섬세한 화이트홀로 이루어져 있을 수도 있다는 가설을 조심스럽게 내비친다.
우주가 빅뱅으로 시작(탄생)하여 블랙홀의 종말로 마무리(죽음)되는 것이 아니라, 다시 화이트홀로 환생하며 끊임없이 순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어쩐지 인간의 삶과 죽음에 맞닿아 있는 듯하다. 인간은 우주 안에서 비록 미미한 존재이지만 그래도 우주의 일부다. 그러니 우리의 삶 역시 탄생과 죽음으로 일단락되는 것이 아니라, 우주처럼 어쩌면 그 너머로까지 이어져 지속될 수도 있다는 것.
또한 카를로 로벨리는 공간과 시간,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구하는 것은 우리가 실재와 관계를 맺기 위한 한 가지 방식임을 강조한다. 우리는 항상 우리 자신이 주위 세계와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자신도 여느 사물과 같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 인간과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일 뿐만 아니라, 생물권의 나머지 부분과 합창하며 태양에서 온 자유에너지를 연소시키는 생화학 유기체”인 것이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우리가 우주를 이해하고 우리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주를 항상 ‘당신’으로 불러야 한다.”고. 이 책과 카를로 로벨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행운이다. 빅뱅, 화이트홀, 블랙홀, 공간과 시간… 이런 거대한 실재에 대한 연구를 통해 우리는 우주가 인간에게 던지는 어떤 함의를, 삶 속에 파묻혀 놓치고 있던 메시지를 고찰해보는 진귀한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siwon.hage
4.0
블랙홀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소재라면, 화이트홀은 그 상상들의 상상이다. - 블랙홀로 들어가서 웜홀을 통해 화이트홀로. 모든 걸 빨아들이는 블랙홀. 반대로 모든 걸 토해내는 화이트홀. 빅뱅은 또 다른 화이트홀? 블랙홀의 저편에는 지금도 새로운 우주의 빅뱅이 시작되고 있는 것인가. - 이런 온갖 공상의 세계에 화이트홀은 독보적인 존재다. 그만큼 아는 게 없다는 반증이 아닐까. 글 쓰는 솜씨가 장난이 아닌 카를로 로벨리의 신작이 화이트홀이라는 것에, 이건 읽을 수밖에 없다고 흥분했다. 어차피 우린 아는 것도 없는데 그냥 따라가보자. 조금 김이 빠지는 마무리이긴 하지만 재미는 보장. -플랑크 길이가 절대적이다에는 동의 못 하겠다. ——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는 것은 잘못이 아닙니다. 그것은 뭔가를 배운다는 거니까요. 최고의 과학자는 자신의 주장을 자주 철회하는 사람입니다. 아인슈타인처럼 말이죠. -32p
JE
4.0
시간, 공간, 과거와 미래까지. 기존에 우리가 알던 단어의 정의들을 완전히 뒤바꾸어야 이 책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북북햄
2.0
어려운 것(단테 신곡)+어려운 것(물리학)=개처어려운 것
zamong
2.5
작가는 이공계와 전혀 관련 없는 독자도 이해할 수 있게 썼다고는 하지만, 작가님은 이과니까 문과의 수준이 어디까지인지는 모르셨던 듯ㅋㅋ 문과를 조금 과대평가하셨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 흥미롭긴 한데, 역시 모태 문과에겐 어려웠다. 게다가 번역이라 더 와닿지 않는 문체… 더 쉬운 과학책을 찾아봐야지 _26.03.08. 일요일 완독!
99
4.0
너무 많은 것을 가져가면 새로운 이해의 길을 찾지 못합니다. 비결 같은 건 없습니다. 시행착오만 있을 뿐. ”시도하고 또 시도하는 것.“ 그게 우리가 하는 일입니다. ”오랜 공부와 큰 사랑.“
완융
5.0
정상우주론과 충돌하는 부분이 많아 현재로는 멋진 이론적 가설 수준인 화이트홀 모델을 연구하는 과학자 로벨리의 태도가 무척 마음에 든다. “집에 너무 많은 것을 두고 가면 앞으로 나아가는 데 쓸 도구가 부족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가져가면 새로운 이해의 길을 찾지 못합니다. 비결 같은 건 없습니다. 시행착오만 있을 뿐.” 화이트홀의 존재를 입증할 수 없고 관측할 수 없어 가설에 그친다 하더라도 화이트홀이 있을 수도 있다라는 희미한 가능성은 삶에도 희미한 가능성을 준다. 인생의 블랙홀에 빠져도 비록 약하지만 화이트홀을 통해 다시 반등하여 튀어 나갈 수 있을테니. 블랙홀과 화이트홀의 이야기에는 “시간”이 핵심인데 꽤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시스템이 완전한 평형상태에 도달하면 더 이상 흔적도 기억도 없고, (중략) 모든 기억은 시간의 파멸에 의해 희미해지고 지워집니다.” 우주가 열적죽음에 도달하게 되면 에너지 흐름도 멈추고 완전한 정적평형 상태가 되는데 시간이란 변화를 통해 유의미성을 가지므로 결국 사라질 것이다. 기억 역시 변화에 따른 산물이므로 지워지게 된다는 거다. 우주가 완전한 평행상태로 유지되면 생명체도 존재하지 못하니 시간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우주의 개념 자체가 너무 광대하고 광활하여 일상에 밀접시키지 못했으나 이 책을 읽고 나니 우주가 새삼 친근하게 느껴진다. 이 순간에도 우주는 여전히 쉬지않고 팽창하며 열을 쏟아내고 우리는 숨을 쉬며 천천히 때로는 빠르게 늙어간다. 우주가 완전히 평형상태를 이루기 전까지만.
할리갈리하면 손가락 아픔
3.5
알쓸신잡을 책으로 본 느낌임
가브리엘
4.0
순수한 상상, 그리고 공식에 의지하여 세상의 생성과 소멸을 고민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매일매일 얼마나 신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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