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철새들의 여행을 시로 노래한 그림책!
새와 나무와 풀과 바람이 빚어낸
춤과 노랫소리를 들어 보세요.
철새들의 몸짓은 자연의 노랫소리
겨울철이 다가오면, 하늘은 온통 새들의 세상이 됩니다. 새 중에서도 추운 북쪽에서 수천수만 킬로미터를 날아와 겨울을 나는 철새들은 춤과 노래가 되어 우리 눈앞에 나타납니다. 신유미 작가의 그림책 《너는 소리》는 그러한 철새들의 몸짓을 그림과 시와 노래로 빚었습니다.
우리가 하늘에서 만날 수 있는 철새들은 주로 추운 북쪽에서 겨울을 나려고 날아옵니다. 때로는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서, 때로는 수만 킬로미터를 날아서 우리나라 쪽으로 오지요. 작가는 이러한 철새들의 대이동을 상상력 가득한 그림으로, 서사시를 보는 듯한 시어로 표현했습니다.
철새들이 밤낮 없이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 남쪽으로 오는 동안 하늘에서는 무슨 일들이 일어날까요? 아무 일 없이 아름답게 춤만 추며 날아올까요? 물론 나무에 앉아서 노래도 하고, 메마른 풀들을 살랑거리게도 하겠지요. 하지만 때로는 거센 바람을 만나기도 하고, 폭풍우에 휩쓸려 갖은 고생을 해요. 때로는 험한 산봉우리를 지나기도 하고, 거친 바다를 건너기도 해요.
우리가 하늘에서 보는 새들의 환상 가득한 춤 속에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이러한 노래들이 숨어 있답니다.
수많은 소리와 춤과 노래를 만드는 철새를 만나다
너는 소리. 추운 바람 소리.
얼음을 깨고 솟아오르는 햇살 소리.
멀리 떠날 거라고 흰 눈에게 알리는 날갯짓 소리.
언제나 제자리를 지키는 나무들에게,
바람보다 먼저 날아갈 거라며 재잘대는 소리.
놀란 나뭇잎과 함께 반짝이는 소리.
바스락바스락 춤추는 소리.
바람이 차가워지고, 큰 눈이 내리는 북쪽 땅, 철새들은 이내 멀리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새들은 수많은 노래를 가슴에 품은 채 땅을 박차고 날아오릅니다. 철새는 날아오르지만, 추운 겨울의 땅을 지켜야 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흰 눈과 나무와 그곳에서 반짝이는 모든 것들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인사하며 수많은 소리로 노래합니다.
너는 소리.
소리 없이 번쩍이는 번개 소리.
산허리를 휘감는 천둥소리.
손가락을 간지럽히는 깃털 소리.
까슬까슬 메마른 억새를 만나
물풀처럼 한들한들 흔들어 놓은
너는 소리.
철새들이 높이 더 높이 날아오릅니다. 멀리 가려면 바람을 타고 번개를 뚫고 날아올라야 하지요. 천둥소리도 지나고, 소리도 나지 않을 것 같은 골짜기의 메아리 소리도 지나고, 다시 땅 위로 가까이 날아 억새의 흔들거림에 맞장구를 치기도 합니다.
이처럼 수많은 소리와 함께하며 모이고 모여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춤을 추기도 합니다. 부채처럼 활짝 펴기도 하고, 분수처럼 솟구치기도 하고, 나비처럼 팔랑거리기도 하지요.
수많은 소리와 춤과 노래를 만드는 철새를 만나다
신유미 작가는 북한강이 보이는 마을에 삽니다. 그곳에서 날마다 만나는 것들은, 산과 강과 새와 하늘.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들과 한 몸이 되길 바랐지요. 작가는 또 음악을 사랑합니다. 만나는 것들과 얘기를 나눌 때마다 소리를 떠올리고, 노래를 떠올리고, 그 소리에 맞춰 춤추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자주, 그 소리들을 피아노로 연주합니다.
이 그림책은 그런 작가의 삶을 잘 담아냈습니다. 새들이 빚어내는 음악 소리. 이 그림책을 펼친 다음, 조금만 귀 기울여 보면 곧 작가의 피아노 소리와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새와 나무와 풀과 바람, 그리고 작가가 함께 연주하는 그 소리를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