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삶은 끝까지 복잡하고 어려울 것이다.” MBC 아나운서 전종환의 실패라면 실패고, 성장이라면 성장일 그런 이야기! MBC 아나운서 전종환의 첫 산문집이다. 2005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하여 만 15년 차를 맞이함과 동시에 <생방송 오늘아침>과 <PD 수첩>을 진행하고 있는 그이기도 하다. 문지애 아나운서의 남편으로 아내가 꾸려가는 유튜브 <애TV>에서 ‘문득 전종환’이라는 코너를 통해 책을 소개하는 아빠로 등장하기도 하는데 누군들 자식 사랑이 지극하지 않겠느냐만, 아무튼 이 책의 시작은 ‘범민에게’로부터다. 어쩌면 다섯 살배기 아들 전범민에게 건네는 아빠의 일기장이 아닐까 서두부터 힌트를 주는 책이다 싶기도 하다. 『다만 잘 지는 법도 있다는 걸』은 전종환이라는 이가 아나운서라는 나무를 심기 직전의 삽을 들어 땅을 파는 그 어제부터 아나운서라는 나무가 땅에 잘 파묻혀 튼튼한 밑동으로 자라 오르는 그 오늘까지 물의 힘으로 그 순리를 따라온 여정을 특유의 솔직함으로 유쾌함을 무기로 기록해낸 이야기다. 그에 따르자면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의 서투름과 마흔이 넘어 비로소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한 중년의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는 책이라나. 한 업으로 시작해 한 업에서의 15년, 이를 아주 고스란히 옮겨왔다 할 적에 갈팡질팡 그 좌충우돌기란 실은 얼마나 뜨거울 것인가. 그럼에도 그는 제 살아온 시간을 고백하는 데 있어 자주 제 온몸에 찬물을 끼얹는 일로 스스로를 단련시켜왔다. 넘칠까봐 두리번거렸고 모자랄까봐 기웃거림을 감추지 않았다. 청춘에게 기댈 건 저 자신이라는 청춘밖에 없음을 너무도 일찌감치 알아버린 그이기 때문이 아니려나 한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기자를 꿈꾸던 대학생 전종환이 재학생 시절 아나운서로 덜컥 뽑혀 준비 없이 출발한 아나운서로 온갖 고충을 겪다가 차츰 제자리를 잡아가게 된 과정을 여과 없이 담아내고 있는데 ‘아나운서를 하면 마음공부 많이 하게 된다’라는 부 제목처럼 매순간 어쩔 수 없이 부침을 겪어낼 수밖에 없었을 그의 마음속 생채기를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절로 좇게 된 페이지들이라 하겠다. 우리도 그처럼 그와 같다고 느끼게 하는 공감은 도무지 감추거나 애써 숨기려는 의도 자체가 없는 그의 성격에서 비롯되기도 할 텐데 꽤나 느린 보폭으로 그의 행보를 따르는 내내 안타까움의 탄식도 절로 터지는 것은 아마도 그에게서 나였고, 나이고, 나일 내 모습이 겹쳐짐을 발견하기도 해서일 거다. 그러나 이 한 구절을 보라. “죄송한데, 저는 아직 준비가 안 됐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구멍이 난 라디오 뉴스 자리를 맡기려는 부장에게 이렇게 말하는 신입 아나운서의 말을 보라. 그는 수도 없는 시행착오 가운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온전히 드러낼 때 보다 “싱싱하게 살아 시청자들에게 건강함으로 가닿을 것”을 체득하게 된 듯하다. 예까지 오는 데 있어 어쩌면 그는 제게 들리는 많은 이들의 많은 말을 경청하는 일로 아나운서 학원을 대신한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말이다. 입이기 전에 귀라는 교훈, 아나운서 전종환이 환기시켜준 메시지. 2부에는 결혼과 동시에 직종을 전환, 자신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배워가며 어렸을 적 꿈이었던 기자로 분해 세상을 배워가고 단련해가는 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앞선 1부에서 다분히 수동적이었던 그가 말이 될 정도의 능동성을 힘입게 된 데는 하고자 했던 일이었고 원하기도 했던 일 앞에 당도한 그의 ‘흥’ 덕분이기도 하리라. 그러나 이내 무참히 그 흥을 깨는 현실은 그에게 쓰는 손과 뛰는 발의 간절함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없던 듯하다. 쉴새없이 터지는 뉴스, 시시각각 온몸으로 감각해야 하는 뉴스, “그 뉴스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지를 반드시 생각해봐” 하는 선배 기자의 말을 꼼꼼하게 메모하고 “저희 그렇게 불쌍한 사람들 아니에요” 하는 인터뷰이의 말을 뾰족하게 제 안에 새기게 된 데는 2부 부 제목의 무시무시함을 몸소 깨달아버린 연유에서 비롯하기도 하리라. ‘기사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라 말할 수 있게 된 기자 전종환. 정답이 없다 말하지만 정답의 방향을 향해 항상 그 바늘 끝을 맹렬히 떨어야 하는 자석의 자세가 기자의 태도임을 알아버린 전종환. 3부는 다시금 아나운서로 복귀, 처음과는 다르게 능수능란해진 아나운서의 일상을 살게 됨과 동시에 남편이라는 이름과 아버지라는 이름을 동시에 갖게 된 그의 현재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가족이라는 이름에 있어 교감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매개로 책을 섬기게 된 그는 책을 통해 아내와 대화하고 책을 통해 아들과 노는 일로 또하나의 나를 만나게 된다. 그렇게 돌고 돌아 나를 만나게 된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러한 읊조림. “훗날 범민이 이 책을 보고 우리 모두 실패할 수 있는 사람들이며 때로는 지기도 한다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다만 잘 지는 방법도 있다는 걸 배워간다면 아빠로서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다.” 지는 일이 과연 실패이자 패배일까. 일부러 지는 일은 있어도 일부러 실패하거나 일부러 패배하지는 않는다. 인생이라는 길고 지난한 길 위에서 어느 날은 지고 또 어느 날은 이긴다 할 적에 그 지고 이김도 실은 걷는 과정의 다른 이름일 뿐, 중요한 건 우리가 끊임없이 끝도 없이 걷는 그 의지일 거다. 아나운서로 일하며 ‘말’을 배웠고, 기자로 일하며 ‘글’을 배웠으며 이제는 ‘책’을 읽으며 ‘삶’을 배워가는 전종환. 무엇보다 이 책은 실패라면 실패고 성장이라면 성장일 그런 이야기로, 실패 없는 성공 없고 성공에 대한 기대 없이 실패를 견뎌낼 의지를 어디에서 찾겠는가 하며 결국 스스로의 살아옴, 그 버텨옴의 시간들을 다시금 반추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가식이라는 것, 꾸밈이라는 것, 척이라는 것, 그 가면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점이다. 공감은 바로 이런 진심에서 소리 나는 박수일 것이다. 내가 아닌데 나를 똑 닮은 얼굴을 가진 데서 덧입게 되는 흡인력은 이 책을 정말 재미나게 읽어내는 원동력이 아닐 수 없다. “삶은 끝까지 복잡하고 어려울 것이다”라는 말을 인정하는 데서 오는 유연성.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겠나. 나만큼은 덜 힘들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나의 일상 속 억지로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절로 나오는 에피소드를 그대로 보여주는 일로 (산다는 일은 또 그렇게 다른 일상일 리는 만무하므로) 나의 살아옴보다는 한 보폭이라도 나았으면 하는 마음, 그 진심이 바로 ‘어른’의 태도이자 ‘아버지’의 역할 아닐까. 문장의 묘미를 살릴 줄 아는 문체의 소유자로 글 안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인물들과의 일화로 책의 텐션을 보다 생생히 끌어올릴 줄 아는 타고난 감각을 보이기도 하는 전종환. 안다고 말하기보다 모른다고 말할 때가 더 자주였던 그, 쥐기보다 펴기의 미덕이 더 아름다움을 알아 뒤로 주춤 물러날 때 더 환하게 웃을 줄 아는 그, 한 걸음 뒤 두 걸음 뒤 그렇게 누군가의 뒤에 있는 듯했으나 종국에는 누군가의 뒤를 큰 동선을 그리며 거시적으로 보고 있음을 깨닫게 하는 그, 그에 대한 시인 박준의 꿰뚫음을 애써 남긴다. “전종환은 무엇이든 되어보려는 사람이다. (……) 남편과 아빠이면서 남편과 아빠이고자 하고, 언론인이면서 더 온전한 언론인이 되고자 하는. 물론 속절없이 져야 했던 순간의 그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지면서도 더 잘 지고자 하는 노력들. 다치지 않고 넘어지는 낙법이나 봄꽃의 낙화처럼. 삶의 높이를 아는 기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