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라, 작은 책이여 9
화성의 칼 15
큐피드 41
도둑왕의 딸 77
대본 밖에서 101
죽은 고래에서 온 사람들 141
바쁜 꿀벌들의 나라 163
찢어진 종잇조각의 신 195
셰익스피어의 숲 233
외계 달팽이의 무덤 269
지우와 수완 277
완벽한 독자 287
작가의 말 295
SF 소설에서는 듀나 작가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타고난 이야기꾼인 듀나의 데뷔 30주년을 맞이해 최근에 발표한 단편 열두 편을 모아 펴낸다. “나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빙산의 꼭대기에 앉아 얼음 속에서 꺼낸 갈색 덩어리를 먹으며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을 희망의 가능성에 의지해 이 글을 쓴다. 내가 쓰고 있는 건 이야기의 끝이 아니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있는 게 분명한 미래의 독자여, 제발 다음 페이지를 넘기시라. 분명 지금까지 내가 썼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멋진 모험담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죽은 고래에서 온 사람들〉에 나오는 한 부분이다. 이제 곧 펄펄 끓는 바닷물에 잠길지도 모르는 주인공은 죽음을 코앞에 두고도 종이와 연필이 있다는 것만으로 희망을 가지고 글을 쓴다. 이야기 속 주인공과 작가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이야기가 선명해진다. 지구에 남아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또 다른 우주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은? 인간과 다른 존재인 인공지능의 출현은 앞으로 어떤 세계를 만들까? 필연적인 존재의 불안함 속에서 생겨난 이야기들이다. 작가는 지구와 우주, 인간과 비인간 존재까지 품고 끊임없이 질문하며 쓰고 있다. 물론 듀나는 재미없는 이야기는 쓰지 않는다. 그러니 다음 장을 넘길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