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
나나
나기
나나
계속해보겠습니다
황정은 · 소설
228p

황정은의 세번째 장편소설. 황정은은 앞선 두권의 소설집에서 기발한 상상력과 그것을 구현해내는 뛰어난 언어 조탁력을 보여주었고 그의 첫 장편이자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인 <백의 그림자>에서 기저에 품은 서정성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계속해보겠습니다>는 그 서정의 결을 이어가면서도 잔잔하게 흘러가 폭발적으로 파급되는 황정은식 서정의 마력은 더욱 강력해졌다. 소라, 나나, 나기 세사람의 목소리가 각 장을 이루며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계속해보겠습니다>는 같은 시간, 한공간에 존재하는 세사람의 서로 다른 감정의 진술을 각각의 온도로 느낄 수 있다. 서로 갈등하는 소라와 나나의 속마음을 보는 것이나, 공유한 과거를 서로 다르게 기억하는 소설적 장치는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황정은은 등장인물의 작은 행동 하나, 대사 한줄에까지 감정을 밀도있게 싣고 마지막까지 그 긴장을 놓지 않고 이야기를 완성한다. 황정은 특유의 단정하고도 리드미컬한 문장의 점층은 시처럼 울리고, 상처 입은 주인공들이 감당해가는 사랑은 서툴지만 애틋하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황정은 소설이 이제는 좀 무섭다"(젊은작가상 심사평)라고 표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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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 소개
감미로운 미풍과 모두를 숨죽이게 하는 태풍이 공존하는 곳. 황정은이 한국문학에서 획득한 새로운 영토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진단을 더욱 확신하게 해줄 새 장편 『계속해보겠습니다』를 통해 놀랍도록 부드럽고 확고하게 독자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간다. 황정은 특유의 단정하고도 리드미컬한 문장의 점층은 시처럼 울리고, 상처 입은 주인공들이 감당해가는 사랑은 서툴지만 애틋하다. 그의 소설 중 가장 아름답다고 평할 한권의 책이 독자의 서가에 자리하게 될 것이다.
지금 황정은을 읽지 않는다면
처연하게 아름다운 세계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계속해보겠습니다』는 2012년 가을호부터 2013년 여름호까지 ‘소라나나나기’라는 제목으로 계간 『창작과비평』에 연재되었던 작품이다. 연재 종료 후 일년여 동안 심혈을 기울여 개고한 끝에 주인공 소라와 나나, 나기의 감정선이 더욱더 깊고 선명해져 행간에서조차 세 인물의 호흡이 느껴질 정도로 작품의 농도가 짙어졌다. 황정은은 앞선 두권의 소설집에서 기발한 상상력과 그것을 구현해내는 뛰어난 언어 조탁력을 보여주었고 그의 첫 장편이자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인 『백의 그림자』에서 기저에 품은 서정성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계속해보겠습니다』는 그 서정의 결을 이어가면서도 잔잔하게 흘러가 폭발적으로 파급되는 황정은식 서정의 마력은 더욱 강력해졌다.
소라, 나나, 나기 세사람의 목소리가 각 장을 이루며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계속해보겠습니다』는 같은 시간, 한공간에 존재하는 세사람의 서로 다른 감정의 진술을 각각의 온도로 느낄 수 있다. 서로 갈등하는 소라와 나나의 속마음을 보는 것이나, 공유한 과거를 서로 다르게 기억하는 소설적 장치는 독자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등장인물의 작은 행동 하나, 대사 한줄에까지 감정을 밀도있게 싣고 마지막까지 그 긴장을 놓지 않고 이야기를 완성하는 작가의 집중력에는 감탄할 수밖에 없다. 다시금 황정은 소설의 자기갱신을 볼 수 있는 지점이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최근 “황정은 소설이 이제는 좀 무섭다”(젊은작가상 심사평)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이 경이에 가까운 감탄은 비단 그만 느끼는 것은 아닐 터다. 그의 이름을 첫손에 꼽으며 다음 작품을 기다린다는 이야기는 문단에서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과연 그의 소설은 어디까지이며, 그 간명하고도 아름다운 문장의 점층은 우리를 어디로 이끌 것인가.
기척도 없이 스며든 사랑
사랑을 미워해도 사랑은 사랑으로 다가오기를 멈추지 않는다
애자는 본인의 이름 그대로 사랑으로 가득하고 사랑으로 넘쳐서 사랑뿐인 사람이었습니다. 사랑뿐이던 애자는 그 사랑을 잃자 껍질만 남은 묘한 것이 되어버렸습니다.(88면)
애자는 없는 게 좋다. 애자는 가엾지. 사랑스러울 정도로 가엾지만, 그래도 없는 게 좋아. 없는 세상이 좋아.
나는 어디까지나 소라.
소라로 일생을 끝낼 작정이다.
멸종이야.
소라,라는 이름의 부족으로.(45면)
사랑에 관해서라면 그 정도의 감정이 적당하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윽고 괜찮아지는 정도. 헤어지더라도 배신을 당하더라도 어느 한쪽이 불시에 사라지더라도 이윽고 괜찮아,라고 할 수 있는 정도. 그 정도가 좋습니다.(104면)
사랑하는 남편이 작업현장에서 사고로 죽자 “살아가는 데 필요한 온갖 활동을 시시때때로 정지하며 스스로를 망가뜨리고 소라를 망가뜨리고 나나를 망가뜨리”(99면)며, 인생의 본질이 허망한 것이라고 세뇌하듯 이야기하는 어머니 ‘애자’의 곁에서 소라와 나나는 관계와 사랑, 모성에 대한 깊은 회의를 품고 자라난다. 세상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채 멸종하기를 꿈꾸는 소라와 가공할 파괴력을 가진, 전심전력을 다하는 사랑을 경계하는 나나. 그 차갑지만 질서정연하던 세계에 모든 것을 흐트러뜨릴 사건이 발생한다.
언제라도 세계는 끝나버릴 것 같고 그 순간이 모두에게 처참할 것 같아 위태롭고 불안합니다. 소중하다고 여기는 마음이 늘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것을 늘려버린 바람에, 나나는 예전보다 약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226면)
이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은 바로 나나가 배 속 아이에게 품게 된 감정이다. 나나의 임신에 누구보다 당황한 건 소라다. 애자의 세계, 곧 사랑의 폐허에서 자란 그녀들에게 임신을 하는 것이나 부모가 된다는 것은 그저 두려운 일일 뿐이다. 그러나 사랑은 어디에선가 기척도 없이 스며들고, 아무리 애써 밀어내도 어느새 가슴 한켠에 자기 자리를 스스로 마련해버린다. 세상이 언제 망하든 개의치 않을 것 같던 나나는 과연 세상이 아기가 살 만한 곳인가를 걱정하고, 음식을 신중하게 골라 먹는다. 소라는 요새 거슬리는 사람이 생겼다며 투덜거린다. 과연 소라와 나나는 평생 벗어나지 못한 황막한 폐허에서 꽃을 피워올릴 수 있을까?
“인간이란 덧없고 하찮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사랑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그런가 하면 “당신이 상상할 수 없다고 세상에 없는 것으로 만들지는 말아줘.”(187면)라고 나기는 이야기한다. 이 대사는 아무도 축복해주지 않는 자신의 사랑을 지켜내고자 하는 의지이자, 소라와 나나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세계를 단단히 이어가고자 하는 결심과도 같은 것이다. 그들이 자라온 환경, 그들이 가진 세계관, 관계에 대한 믿음이나 불신까지도. 황정은은 이 처연하게 아름다운 세사람의 사랑을 통해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전에 본 적 없다고, 일반적이지 않다고, 이질적이라고 해서 그것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모든 존재는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몫만큼 애써 살아가고 있고, 그 모든 사소한 움직임 하나도 그들에겐 전부가 될 수 있다고 말이다.
목숨이란 하찮게 중단되게 마련이고 죽고 나면 사람의 일생이란 그뿐,이라고 그녀는 말하고 나나는 대체로 동의합니다. 인간이란 덧없고 하찮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사랑스럽다고 나나는 생각합니다.
그 하찮음으로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으니까.
즐거워하며 슬퍼하거나 하며, 버텨가고 있으니까.
한편 생각합니다.
무의미하다는 것은 나쁜 걸까.
소라와 나나와 나기 오라버니와 순자 아주머니와 아기와 애자까지 모두, 세계의 입장에서는 무의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의미에 가까울 정도로 덧없는 존재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소중하지 않은 걸까, 생각해보면 도무지 그렇지는 않은 것입니다.(227면)
무의미하다는 것이 소중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나나는 이야기한다. 무의미하고 덧없고 하찮더라도 모두 가까스로 살아가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삶이 하나하나 소중하니까. 나나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 이 소설의 제목과 같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문장이자 마지막 문장인 “계속해보겠습니다”는 나지막하지만 단호한 의지를 담아 꾹꾹 눌러 천천히 곱씹듯 말하는 것일 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살아가보겠노라고, 사랑해보겠노라고.
모두 잠들었습니다. 어둠속에서 그들의 기척을 듣습니다. 오래지 않아 날이 밝을 것입니다.
계속해보겠습니다.(228면)
*『계속해보겠습니다』가 더욱 특별한 것은 출간 후 6개월간 오디오북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최초로 초판부터 종이책과 오디오북을 결합해 동시에 출간한 ‘더책 특별판’이다. 디지털을 품은 종이책 ‘더책’은 책에 부착된 NFC* 교통카드, 하이패스, 핸드폰 결제 등에 널리 쓰이는 근거리 무선 통신.
태그에 스마트폰을 대면 책의 내용을 오디오북으로 듣거나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서비스이다. 종이책의 본질을 지켜나가면서 디지털시대에 맞추어 새롭게 제시하는 ‘더책’은 침체된 독서문화에 새바람을 일으킬 것이며, 양질의 문학서를 접할 기회가 적었던 시각장애인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주고, 언어교육이 필요한



석미인
4.5
전부터 이해하지 못해, 오래 머물렀던 말이 있다. 붓다의 마지막 말. 제행무상 불방일정진. 모든 것은 덧없으니 부지런히 정진하라. 덧없으나 정진하라. 친절한 교리문답처럼 소설 마지막에 이런 구절이 적혀있다. 인간이란 덧없고 하찮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사랑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그 하찮음으로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으니까. 계속해보겠습니다라고
𝒚𝒖
5.0
너를 다시 만나게 되는 날이 있을까. 다시 만나게 되는 날에 너는 나를 사랑스럽다고 여겨줄까. 그래서 어느날엔 내가, 태어나길 잘했다고 말하게 되는 순간이 올까. 너를 본 지 오래되었다.
김도윤
4.5
건조한 듯 하면서 촉촉한 분위기. 마지막 페이지에서 제목의 참의미를 알 수 있음. 삶이란 덧없고 하찮지만 계속 해보겠다. 나도 계속해보겠습니다.
최승필
4.0
소설을 거의 읽지 않으니 '황정은'이라는 소설가가 누군지 몰랐다.. 독특한 짧은 대화체의 문장들.. 입밖으로 소리내어졌든, 머릿속 생각의 문장이든, 작가는 유독 의문문 형태로 무수한 질문을 흩뿌려두곤 한다.. 그렇게 화자의 극히 사적인 문장들임에도, 별 의미도 없는 그런 문장들로부터 독자는 눈을 뗄수 없게되는 놀라운 마법을 이 작가는 구사하고 있다.. 그리고 책을 덮으면 뭔가 알게되는 듯하다.. 의미없는 것들 바닥에 흐르는 뭔지 모를 의미가 분명 있는 것 같다는.. 작가는 그래서 같이 다짐하고 싶은건지도 모른다.. 의미없는 세상이어도 고통은 공감되어야 한다고.. "잊지 마. 내가 이렇게 아플 수 있으면 남도 이렇게 아플 수 있다는 거. 제대로 연결해서 생각해야 해. 그러니까 기억해두지 않으면 안돼. 안 그러면 잊어먹게 되는 거야. 잊으면 괴물이 되는 거야." 의미없는 것은 소중하지 않은것일까.. 작가는 그 또한 의문문으로 되묻는다.. "인간이란 덧없고 하찮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사랑스럽다고 나나는 생각합니다. 그 하찮음으로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으니까. 즐거워하거나 슬퍼하거나 하며, 버텨가고 있으니까. 그래서 소중하지 않은 걸까, 생각해보면 도무지 그렇지는 않은 것입니다." 그나저나..소설의 제목이 끝까지 눈에 밟힌다.. <계속해보겠습니다> 작가는 오로지 '나나(娜娜)'를 통해서만 이 문장을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마치 그건 "제발 계속 들어보세요"라는 간청을 에둘러 우리들에게 말하려는 건지도 모른다.. 나는..우리는..주변의 사람들에게 "계속 얘기해보라"고 거듭 청한적이 있었던가.. 그 긴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려고 했던가.. 문득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잔상처럼 남는다.. 20200815 (20.18)
땡땡이
4.5
너여야지. 나를 망가뜨리는 것은 너여야지. 너밖에 없으니까. 네가 해야지.
최안나
5.0
그렇게 조근조근하게 "계속해보겠습니다." 라니, 나는 그저 무릎꿇고 앉아서 한문장 한문장 조심히 들을 수밖에.
푸코
3.5
“인간이란 덧없고 하찮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사랑스럽다고 생각합니다.” 4월6일. 94.
희원
4.5
당신이 상상할 수 없다고 세상에 없는 것으로 만들지는 말아줘. . 뭘하며 걸었어? 라고 내가 물은 적이 있었다. 애자는 한참 생각에 잠겨있다가 이야기했지,라고 대답했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어느 것 하나 기억나는 것은 없지만 끝없이, 끝없이 이야기를 하며 걸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하고도 기억나는 것이 없냐고 재차 묻자 그건 말이지, 하고 애자는 말했다. 너무 소중하게 너무 열심히 들어서 기억에 남지 않고 몸이 되어버린거야. 몸? 들었다기보다는 먹은 거야. 기억에도 남지 않을 정도로 남김없이 먹고 마셔서, 일체가 되어 버린거야. 아침에 먹은 우유 한모금이 피가 되고 근육이 되는 것 처럼, 그 이야기들이 전부, 내 피가 되고 뼈가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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