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사에 남을 유일무이한 사건
부커상을 세 번 수상한 단 하나의 작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든 모르든 상관없다. 그저 좋아서 내일이란 없다는 듯이 게걸스럽게 문장들을 읽어가다가는 결국 “아아, 제발 이 이야기가 끝없이 계속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덮게 된다. 그게 바로 최고의 소설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살만 루슈디의 『한밤의 아이들』은 우리 시대 가장 뛰어난 소설이다. 이 놀랍고 터무니없고 귀청이 터질 만큼 수다스러운 이야기꾼에게 어떻게 매료되지 않을 수 있을까? 좋은 소설이란 무엇입니까? 이런 시대에 소설 따위가 무슨 소용입니까?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지 난감할 때가 많았다. 그건 질문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한밤의 아이들』을 읽지 않았기 때문이랄까. 그러니, 모든 질문은 완독 후에. _김연수(소설가)
1947년 인도가 독립하는 순간, 신비로운 능력을 지닌 1001명의 아이들이 태어났다. 이 이야기는 그중 12시 정각에 태어나 신생 독립국 인도와 운명을 함께하게 된 살림 시나이의 서른 해를 그린 작품이다. ‘옛날옛날 한 옛날에’로 시작해 신화와 역사, 환상과 현실의 세계를 넘나드는 이 이야기는 『천일야화』의 문학적 전통을 바탕으로 자신의 모든 공력을 쏟아낸 살만 루슈디 필생의 역작이다. 1981년 출간되어 그해 부커상과 테이트 블랙 메모리얼 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부커상 25주년 기념 ‘부커 오브 부커스’, 부커상 40주년을 기념해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수상작 중 가장 사랑하는 작품을 선정한 ‘베스트 오브 더 부커’를 수상, 한 작품으로 세 번의 부커상 수상이라는 문학사상 유일무이한 기록을 세웠다. 살만 루슈디의 『분노』로 유영번역상을 수상한 김진준의 유려한 번역으로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에서 선보인다.
작품소개
부커상 3회 수상,
세계문학사에 남을 유일무이한 사건
“우리는 태어나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사람들을 생각들을
또 얼마나 많은 가능성들을 이 세상에 가져오는가!”
살만 루슈디의 『한밤의 아이들』. 스물여덟 젊은 작가의 손끝에서 이 하나의 이야기가 태어나면서 문학계에 아니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가능성들이 생겨났는지를 헤아리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 책은 “20세기 이후 문학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이후의 문학에 ‘포스트루슈디’라는 지표를, 루슈디 이후 영어로 작품을 쓰는 인도 작가들에게는 ‘루슈디의 아이들’이라는 이름을 주었다. 시간을 거듭해 모던 라이브러리, 노벨연구소, 가디언, 타임, 텔레그래프, 뉴스위크, BBC 등이 선정한 100대 영문학 혹은 세계의 명저로 꼽혔고, 영어권 대학생들에겐 필독서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의미 있는 사건은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인 부커상을 세 번이나 수상해 세계문학사에 남을 유일무이한 기록을 세웠다는 점이다. 『한밤의 아이들』은 1981년 출간되어 그해 부커상을 수상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 출신의 젊은 작가가 쓴 두번째 소설이 발표되자마자 제임스 테이트 블랙 메모리얼상은 물론 부커상까지 차지한 놀라운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1993년 부커상 25주년을 기념해 수상위원회는 기 수상작 중 최고의 작품인 ‘부커 오브 부커스’를 선정하는데 이때도 역시 『한밤의 아이들』이 선정된다. 2008년 부커상 40주년을 기념해 이번에는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가장 사랑하는 부커 수상작을 선정한다. 『한밤의 아이들』은 도리스 레싱, J. M. 쿠체, 네이딘 고디머 등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들까지도 제치고 ‘베스트 오브 더 부커’의 영애를 안았다. 더욱 놀라웠던 사실은 당시 투표인단 절반이 35세 이하로 이 작품이 세상에 나온 그 무렵에는 유치원에 다니던 꼬마들이었다는 점이다.
시공간을 초월해 독자들을 홀린
‘한밤의 아이들’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
“나는 사람들의 인생을 먹어치우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를 알려면, 나 하나를 알기 위해서는, 당신도 나처럼 그 모든 인생을 먹어치워야 한다.”
『한밤의 아이들』은 1947년 8월 15일 인도가 독립하는 순간 태어난 1001명의 아이들 중 12시 정각에 태어나 신생 독립국 인도와 운명을 함께하게 된 살림 시나이의 서른 해를 그린 작품이다. 화자인 살림은 마치 셰에라자드가 ‘천일야화’를 들려주듯 밤마다 “옛날옛날 한 옛날에”로 시작되는 매혹적인 이야기를 풀어낸다. 즉 12시를 알리는 시곗바늘들의 어떤 신비로운 횡포 탓인지 세쌍둥이처럼 불가분의 관계가 된 ‘나’와 ‘한밤의 아이들’ 그리고 인도의 역사를 자서전으로 쓰는데, 그 글쓰기 과정을 독자를 대신해 감독하며 말참견하는 피클공장의 유능한 일꾼이자 연인인 파드마에게 들려주는 형식을 띈다. 파드마는 ‘한밤의 아이들’이 지닌 신비로운 능력―텔레파시, 보는 이의 눈을 멀게 하는 미모, 말로 사람을 해치는 거친 입, 시간여행을 하거나 성별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능력 등―에 얽힌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는 의심을 나타내고, 역사적 사실을 점검하고, 무엇보다도 계속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도록 살림을 독려한다.
하지만 능청스럽고 자신만만한 화자 살림은 파드마와 독자를 꼼짝도 못하게 붙들어 놓다가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야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지금까지 이 책의 각 장으로 피클을 만들었다. 오늘 밤 내가 특별 조리법 30번: ‘아브라카다브라’라고 적힌 병에 뚜껑을 단단히 닫으면 마침내 이 기나긴 자서전이 끝나게 된다. 나는 언어와 피클을 이용하여 내 기억을 영원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방법에는 필연적으로 왜곡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랬다. ‘시간으로 피클을 만들겠다는 원대한 희망’을 품은 살림 시나이는 냄새로 과거까지 알아낼 수 있는 엄청난 코를 이용해 파드마에게 그리고 독자에게 현실에서는 맛볼 수 없는 기상천외한 맛이 담긴 서른 개의 피클병을 선보인다.
환상적인 이야기꾼이 선사한
서른 개의 피클병을 즐기는 법
“이 놀랍고 터무니없고 귀청이 터질 만큼 수다스러운 이야기꾼에게
어떻게 매료되지 않을 수 있을까?”
『한밤의 아이들』은 모두 3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에 담긴 이야기와 그 제목을 피클공장의 요리사인 살림을 통해 피클병으로 환치하는, 미각을 자극하는 서술 외에도 루슈디는 이 작품에서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다양한 볼거리(!)와 재미를 선사한다.
★ 흡사 영화 속 장면이듯
살만 루슈디가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 단역으로 출연한 일은 이미 잘 알려진 일화이다. ‘발리우드 봄베이’ 출신답게 어릴 적부터 무척이나 영화를 즐겼다고 한다. 루슈디의 페르소나인 살림 시나이 역시 영화를 좋아해 종잇장에 자서전을 쓰면서도 영화적 기법을 활용한 묘사를 시도하고, 환상과 현실의 속성을 스크린과의 거리를 예로써 설명하고, 그의 자서전을 읽는 독자라면 으레 “기본적인 영화용어쯤은 알아둬야 한다”고 통박을 놓기도 한다. 또한 영화관에서 예고편을 상영해주듯 앞으로의 이야기를 맛보기만 보여주기도 하고, 주인공 살림 시나이에게는 주제곡까지 있다. 이런 영화적 재미가 가장 극적으로 활용된 부분은 1권의 마지막이다. “나는 서서히 줌아웃을 하여 롱숏으로 전환하고 사운드트랙의 볼륨을 높여 내 목소리가 차츰 음악 속에 묻히게 한다. 노래는 경쾌하게 흐르고, 흐르고, 흐르고…… / (페이드아웃.)” 아, 페이드아웃이라니! 그렇게 1권이 끝나고 2권이 시작된다.
★ 말이 만들어내는 최고의 재미, 언어유희
루슈디는 전업 작가가 되기까지 십 년을 카피라이터로 일하며 소비자들을 매료시키는 광고카피로 상업적 성공을 이룬 바 있다. 이는 ‘언어를 가지고 노는’ 루슈디의 능력을 입증하는 일례에 불과하다. 『한밤의 아이들』에는 수십 개의 언어가 뒤범벅된 인도 구전문학의 전통에 루슈디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