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재미있는 원작 소설!
생생한 인물 묘사와 입체적 플롯
― 충격적 실험 스릴러의 탄생
* 1999년 독일 로볼트 출판사 초판 출간
* 2001년 최초 영화화
¶ 올리버 히르비시겔 감독, 모리츠 블라입트로이 주연, 원작자 마리오 지오다노 시나리오
¶ 바이에른 영화제 시나리오 상 수상
¶ ‘독일 최고의 영화’라는 찬사를 받으며 흥행 기록
* 2010년 할리우드 리메이크
¶ ‘프리즌 브레이크’의 천재적 각본가이자 총제작자 폴 쉐어링의 장편 감독 데뷔작
¶ 제1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
¶ 2010년 8월 11일 전 세계 최초 개봉
“인간이 극한 상황에 놓이면, 강자와 약자가 명확해지지”
감옥이라는 극한의 공간에서 변화하는 인물 심리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통찰하는 스릴러!
단지 게임이라 여겼던 14일간의 감옥 체험
가상의 역할에 충실할수록 감춰진 본성이 깨어난다
> 무슨 실험을 하려는 걸까?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걸 왜 해?”
지나가 소리쳤다. 누나의 격렬한 반응에 타렉은 깜짝 놀랐다. 랄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타렉을 빤히 보았다.
“자자, 진정들 하라고!” 타렉은 설득을 시작했다. “왜들 그런 눈으로 보는 거야? 뭐가 어때서?”
“이유가 뭐야?”
“난 기자야. 기자는 그런 것도 하는 거야.”
“그건 이유가 못 돼, 타렉! 하필이면 그런 실험을!”
“충분히 되지. 다시 기사를 쓰고 싶어, 누나. 그리고 분명히 아주 멋진 기사가 될 거라고. 학생들에게도 두루 물었는데, 실험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그런데도 소문은 무성했다고. 들리는 말에 의하면 국방부도 관여되었대!”
“완전 미친 짓이야!”
“1년 동안이나 허가를 못 받은 실험인데, 국방부에서 관여하면서 갑자기 허가가 나왔다는 거야. 뭔가 이상하지 않아? 무슨 실험을 하려는 걸까? 무슨 일이 벌어질까?” _본문 72~73
‘파파라치, 사냥개, 도둑고양이……’ 한번 잡은 특종은 절대 놓치지 않는 프리랜서 기자 타렉 파트의 별명이다. 아니, 한때의 별명이었다. 28세의 청년 타렉은 쾰른과 인근의 뒤셀도르프를 오가며 택시 운전을 하고 있다. 신생 매체 《아벤트 포스트》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던 타렉이 더 이상 글을 쓰지 못하게 된 것은 바로 1년 전의 살인 사건 때문이다.
1년 전 어느 날 타렉은 납치 사건에 대한 정보를 무심코 흘려들었다가, 뒤늦게 찾아온 이상한 예감에 정보원 드레제와 함께 부랴부랴 현장을 찾는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네덜란드 기업가의 아들 미하엘 반 혼데벨트는 루마니아 마피아에게 납치되어 몸값 협상의 제물로 싸늘한 주검이 되어 있었다. 손가락 두 개가 잘려 나가는 등 주검에는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극심한 고문의 흔적이 가득했다.
정보원 드레제의 이야기에 조금만 귀를 기울였어도 누군가의 억울한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는 자책, 사체에 남겨진 고문의 흔적에서 떠오르는 인간의 폭력에 대한 혐오로 타렉은 1년 넘게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애써 과거를 잊으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손님을 기다리며 석간신문을 뒤적이던 타렉은 흥미로운 광고를 발견한다. 대학의 심리학연구소에서 ‘교도소 실험’에 참여할 피험자를 모집한다는 것으로, 피험자들은 ‘간수’와 ‘죄수’ 집단으로 나뉘어 14일 동안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며, 피험자 전원에게 하루 200유로의 보수가 지불된다는 내용이었다. 전직 기자 특유의 직관에 단순한 호기심이 더해져 타렉은 연구소를 향해 택시를 몰고, 343개의 질문으로 이루어진 성격검사와 각종 의학적 검사 등 사전검사를 거쳐 127명의 지원자 중 최종 21명 피험자에 선발된다.
> 기질 가설 vs. 상황 가설 vs. 수면자 효과
― 무엇이 인간을 폭력적으로 만드는가?
“러시아의 위대한 작가 도스토예프스키는 4년간의 시베리아 수용소 생활에 대해 말하기를, 감옥살이 덕분에 인간의 미래를 낙관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감금의 공포를 이겨낸 사람이라면 앞으로 어떤 공포가 닥치더라도 모두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말입니다.
물론 오늘날의 감옥은 도스토예프스키가 경험한 감옥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풍자는 여전히 일리가 있습니다. 처벌 형식이 수차례 개혁되었지만 감옥은 여전히 실패한 사회기관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선진국을 포함한 세계 어떤 나라의 감옥도 수감자들을 제대로 ‘교화’하지 못하고 추가 범죄 방지는 더더욱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범죄와 감옥에서의 폭력이 극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처벌 비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동시에 감옥이 주는 공포감은 사라졌습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톤 교수는 대답할 틈을 주지 않고 바로 말을 이었다.
“이제 감옥에서의 폭력이 증가하는 원인에 대해 살펴볼까요? 여러 가설들이 있는데, 가장 인기 있는 것이 기질 가설입니다.”
톤 교수는 칠판에 또박또박 ‘기질 가설’이라고 적었다.
“간단히 말해 감옥에서의 폭력은 수감자와 교도관의 기질 때문이라는 말입니다. 말하자면, 폭력과 폭력이 마주친 상황인 거죠. 정말 그럴듯하지 않습니까? 두 번째 가설은, 감옥을 공격성과 폭력을 부르는 병리학적 상황으로 묘사합니다.”
톤 교수는 칠판에 ‘상황 가설’이라고 적었다.
“자유 박탈과 사회적 감시라는 소외된 상황에서 수감자들은 이른바 당연한 반응으로 공격성을 발전시킵니다. 게다가 ‘수면자 효과’도 추가되는데, 말하자면 잠들어 있던 공격성이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바로 깨어난다는 말입니다. 이것 역시 아주 그럴듯하게 들리죠?”
톤 교수는 목소리를 높여 호소하듯 말했다.
“애석하게도 이 모든 가설들은 실험으로 검증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학술적 검증 역시 쉬운 일은 아닌데, 실제 교도소를 관찰할 경우 주변효과, 장기효과, 교도관의 간여 등등 때문에 믿을 만한 수치를 얻기가 힘듭니다. 정확한 검증을 위해서는 여러 간섭 요소들을 제거한 순수한 교도소 환경을 만드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변수를 최대한 통제한 순수 실험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죠. 이런 상황에서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관찰하는 일은 특히 흥미로울 것입니다.” _본문16~17
외모로만 보면 펀드매니저나 광고기획자라 해도 잘 어울릴 법한 클라우스 톤 교수. 훤칠한 키에 돋보이는 패션 감각. 열여덟 살에 대학에 진학해 스물셋에 석사를 마쳤고 3년 만에 스탠포드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4년 후에 독일에서 교수로 강단에 서기 시작해 어느새 5년째다. 그의 강의는 늘 인기가 좋아 자리가 부족하다. 40대 초반인 그는 5개국어로 강의를 하고 하루 200쪽씩 논문을 읽으며 1년에 한 번씩 마라톤을 한다. 결혼을 했고 어린 애인들과의 밀회와 요트를 즐기며 잠은 하루 여섯 시간만 잔다.
인정받는 심리학자인 동시에 의욕적인 야심가인 클라우스 톤 교수는 몇 달 앞으로 다가온 스탠포드 대학에서의 국제학술대회를 염두에 두고 새로운 실험을 기획한다. 위험과 매력을 동시에 지닌 이 실험은 국가 윤리위원회의 엄격한 기준 앞에서 재정 지원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기도 하지만, 톤 교수는 군 인맥을 동원해 위기를 모면하고 실험에 착수한다.
행동심리학자 톤 교수의 대전제는 ‘모든 인간은 동물’이라는 것, 그리고 동시에 ‘기계’라는 것. 그는 인간에게서 문화와 도덕의 얇은 표피를 걷어내면 그 아래에는 태초부터 존재했던 인간의 본성과 유전적 조합만이 남는다고 믿는다. 우리가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으로 여기는 문화, 기술, 철학 등 모든 것이 사실은 내장된 여러 ‘기능’ 중 하나일 뿐이라는 얘기다. 한마디로 투철한 행동심